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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증언한 "북한 속 자본주의 실태"

    "북한에서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으며 그 중심은 장마당이다. 그러나 장마당에서 돈많은 사람은 결국 죄인이 되고 만다."   자유북한연대(수잔 숄티 대표)가 연방의회와 UN 등에서 탈북민 증언 행사를 개최했다.     자유 북한 연대는 지난 18일 UN에 이어 19일 연방 의회내 레이번 빌딩에서 북한 장마당 활동과 개인 사업을 통해 제한적인 자본주의를 경험했던 탈북민들의 증언 행사를 개최했고, 20일에는 영 김 의원 사무실 등을 방문해 탈북민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들 탈북민들은 배유진, 김지영, 김항원 씨 등으로 "북한의 장마당 등을 통해 돈을 모았다가 적발되면 당국의 철퇴를 맞고 몰락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북한 내부의 자본주의 시장은 사라져서 안되고 지속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 80%가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일성 대학을 졸업하는 등 엘리트 계층으로 북한에서 살았던 김지영 씨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이어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북한 체제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친구 중 한 명이 장사꾼으로 시장에서 부를 쌓으며 가족 중 누구보다 잘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식당을 개업해 운영하다 적발돼 고초를 겪었고, 결국 북한을 탈출했다"고 전했다.     배유진 씨는 량강도 예술단의 가수이자 노동자로 일하다가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북한 당국이 식량 배급과 월급 지급을 중단하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장 체제에 뛰어들었다. 그는 "장마당이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중국 상품과 남한 드라마를 거래하며 부자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당국에 적발돼 전재산을 몰수 당했고, 결국2019년 가족들과 대한민국으로 탈북했다.     김항원 씨는 국영 건설회사에서 3년간, 혜산 방직공장에서 4년간 노동자로 일했다. 그러나 기근이 이어지며 국경 지역 인근에서 중국인들과 북한산 광물을 쌀과 옥수수 가루로 바꿔치기 하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시작했습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그를 따라하는 업자들도 생겨나고, 전국적인 유통 사업까지 일궜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과 주변인들이 검거되자 위협을 느껴 2008년 북한을 탈출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북한 자본주의 자본주의 실태 자본주의 시장 탈북민 증언

2024-03-24

[신 영웅전] 막스 베버의 고민

우리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 그 자본주의를 가장 고민하며 성찰한 사람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인데, 정작 그는 자본주의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이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첫째,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요구다. 노동 계급의 투쟁이 순수하게 임금 인상만을 요구하며 전개된 역사적 사례는 드물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과 태업, 공사 중단, 시설 점거, 환경 논란, 피해 보상, 기업 유치 요구, 혐오 시설 등으로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 비용은 국민총생산의 27%(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다. 이는 삼성(21%)과 LG(7.7%) 계열사들의 매출을 다 합친 것과 같다.   둘째,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의 폭주다. 자코뱅 시대의 심리를 연상하게 하는 군중은 질주, 분노, 복수심, 반일, 고함, 신분 상승의 욕구, 토지·주택에 대한 갈망으로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그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낀다. 인류 역사에서 자유가 자유를 유린한 사례는 허다했다. 그들은 정의의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분노하며 질주한다. 그들은 평등이라는 가치를 함께 요구하지만,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는 없었다. 자유·평등·박애를 함께 이루려던 프랑스혁명은 허구였다.   셋째, 자본가의 탐욕이다. 애덤 스미스의 가장 큰 실수는 끝까지 성선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장밋빛이었다. 그는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가가 양심과 자비심에 따라 살리라고 믿었고, 인간이 재화 앞에서 얼마나 비정한지를 예견하지 못했다. 마르크스가 본 것을 그는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선량한 예언자였지 지혜로운 선지자는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처럼 돈이 최고의 가치인 사회는 행복하지 않다.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수단을 위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막스 베버 막스 베버 사회학자 막스 자본주의 사회

2023-11-19

막판 대반전도 못 바꾼 음란한 자본주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Ostlund) 감독의 전작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더 스퀘어’(201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부조리한 남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3월 27일 거행되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지난해 5월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확실시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이 영화가 수상작으로 선정, 발표되자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사회 풍자성이 강하고 대중성보다는 아트하우스 청중을 지향하는 외스틀룬드 감독의 작품 성향이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기대된다.     러시아 무기상을 비롯, 상상을 초월하는 부호들이 호화 크루즈에 오른다.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모델 야야(찰비 딘)와 그의 모델 남친 칼도 홍보용(?)으로 초대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선장 토마스(우디해럴슨)의 지휘 아래 요트 항해에 들어간다.     그러나 선장과 무기상이 술에 취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설전을 벌이면서 크루즈가 전복되고 그중 일부가 무인도에 남겨진다. 전복된 것은 크루즈뿐만이 아니다. 크루즈에서의 갑과 을의 서열도 뒤바뀌어 버린다.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이 재빠르게 생존자 그룹의 권력을 장악한다. 물고기를 잡고 불을 지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 애비게일은 구명정 안에 자신의 개인 침대를 마련하고 칼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을 상납(?)받는다. 야야의 질투심이 유발되고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영화는 계급평등론과 마르크스주의를 숨기면서 진수성찬을 즐기고 섹스를 탐닉하는 자본주의의 사치와 음란한 삶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외스틀룬드 감독이 사용하는 풍자의 노골적인 방식은 종종 관객의 시각을 불편하게 한다. 정교하게 연출된 그의 세계관에서 자본주의의 부유한 향락은 음란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가 돈이 썩어 나는 ‘갑’들에게 던지는 조롱과 비난은 한동안 가난한 ‘을’들에게 보상심리를 제공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역대급 대전환은 절망에 가깝다. 무인도가 결국은 어느 부호의 휴양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부유할 뿐 무능한 백인들의 타락을 그대로 흉내 내던 애비게일은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필리핀 배우 드 레온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그녀는 칸영화제 기간 내내 연기상 유력 후보로 언급됐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자본주의 대반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황금종려상 수상작 작품상 감독상

2023-02-03

[김형석의 100년 산책] 자본주의의 끝없는 진화, 경제의 목표는 휴머니즘 고양

옛날 일이다. 강연을 끝내고 학생들의 질문 시간이 되었다. 한 학생이 “누가 무엇이라고 말하든지, 빈부의 격차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의 더 소중한 과제를 소홀히 하면 큰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 경제가 인간생활의 전부도 아니고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쉬운 예가 생각난다.     나는 교수이고 가난하다. 내가 바람이 불고 먼지가 휘날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내 동창이 자가용을 타고 지나가다가 옆에 와 서면서 ‘내 차를 타라’고 권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내가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내가 너보다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었는데 너는 자가용을 타고 나는 걸으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러면 내 자가용차와 너의 학문, 사상과 바꾸자. 나는 네가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내가 ‘야! 그런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 네 재산을 다 준대도 내 학문과는 바꿀 수 없지.’”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가.   부유한 사업가와 가난한 교수   그렇다면 가장 소망스러운 사회는 어떤 편인가.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기본소득이 보장될 수 있으면, 그 후에는 모든 사람 각자가 원하며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찾아 행복한 생활을 즐기면 된다. 인생은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 가치구현에서 조화롭고 보람 있는 삶을 완성하면 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 생각 못 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시스티나 교회 벽화를 보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얻는 수입이 해마다 5억 달러는 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어떤 기업가도 그런 경제적 혜택을 남겨줄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의 기초는 의식주의 해결로 그칠 수 있으나 그 후에는 학문 예술 등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혜택이 목적이 된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있을 때 운동권 출신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예전에 내게 질문한 학생의 경제관에서 탈피하지 못한 과제를 붙들고 권력으로 국민경제를 이끌려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기초적인 인문학적 소양만 갖추고 있었어도 해결하였을 문제들이다.   그때와 비슷한 1961년 겨울이었다. 뉴욕에 갔다가 경제학을 전공하는 후배를 만났다. 내가 물었다. “처음 미국에 와서 한 학기를 보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여기 아메리카라는 큰 수박이 있는데 정치에서는 의회민주주의가 최선의 길임을 인정하겠는데, 경제는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 정책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사회주의자들까지도 자본주의는 곧 끝날 것이고 공산주의가 사회경제의 최상의 길이라고 주장할 정도가 되었는데”라고 했다.   그 교수의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소련의 흐루쇼프 수상이 미국을 다녀갔다. 유엔에서 연설을 끝내고 뉴욕거리를 지나다가 록펠러센터 앞에서, ‘한두 개인이 이렇게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밑에서 희생당하지 않았겠는가’라고 했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반박했다. ‘흐루쇼프 수상은 록펠러센터 같은 시설이 개인의 소유라고 착각하는데 미국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법적인 대표는 개인이지만 소유주는 그 회사나 기관의 주주(株主)들이다. 예를 들면 체이스맨해튼은행도 록펠러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록펠러는 주식 5%까지만 소유하도록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나머지 95%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 갖는다. 그 5% 수입에서도 세금이 있고, 록펠러가 갖는 것은 경영과 운영권이고 그 이윤으로 어떻게 사회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기여권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치가는 정치를 통해, 학자는 학문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듯이 기업인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아메리카의 경제관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여 년 동안에 그 변천 과정이 불가피했다. 소유가 목적이라고 생각한 첫 단계가 자본주의였으나 그 단계는 끝난 지 오래다. 사회가 자본을 공유하는 단계로 바뀌었고, 지금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기여체제로 승화했다. 그런 경제체제의 변화 덕분에 미국 사람들은 흐루쇼프 수상의 공산주의 경제제도를 100년 이상 뒤떨어진 경제관으로 본다.   러시아 흐루쇼프 수상의 착각   무엇이 그 뒷받침을 했는가. 경제의 민주화 방법을 법제화시킨 것이다. 그 법치를 뒷받침한 정신은 기독교를 모체로 한 박애정신, 즉 휴머니즘이다. 인간애 정신이다. 그렇게 200년을 지난 지금은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열린 사회를 위한 다원주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아메리카 정신을 탄생시킨 것이다. 더 많은 생활가치를 창출해 사회를 풍요롭게 함으로써 정신문화와 인간적 가치를 육성하는 데 이바지함이 오늘의 경제관이다. 자본주의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 인도주의적 정책이 세계적 경제정책으로 확장된 것이 지금의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면서 희망을 안겨 주었다. 앞으로도 1세기 동안은 그 역사적 지표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행태를 보면 역사적 후퇴일 뿐 아니라 지난 5년간의 경제파국을 연장하려 한다.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서민들에게 주어야 하는데 법인세 감면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책을 강요한다. 그 결과는 중국과 같아졌다가 북한경제로 퇴락할 가능성까지 예상케 한다. 경제는 역사적 고찰과 사유가 없으면 단편적 이념에 빠지게 된다. 세계사적 안목과 인류의 공동가치를 찾아야 한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휴머니즘 자본주의 세계적 경제정책 공산주의 경제제도 경제적 혜택

2023-02-03

[뉴스 포커스]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

유명 경영인 가운데 괴짜라고 불리는 인물이 많다. 틀에 박힌 방식, 이른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유형이다. 이들은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를 열광시키는 재주가 있다.  고급화한 플레이버 커피로 커피 시장을 장악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스마트폰이라는 신세계를 연 애플의 스티브 잡스, 소셜네트워크(SNS) 시대를 알린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전기차 상용화를 이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괴짜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들은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부류의 괴짜 경영인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앞의 인물들이 시장 주도에 가치를 뒀다면 새로 등장하는 괴짜들은 성과물의 활용 방안에 더 천착한다는 차이가 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는 지난해 본인은 물론 가족 소유의 주식까지 모두 기부했다. 기부 지분의 98%는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설립한 자선재단에, 나머지 2%는 트러스트에 넘기는 방식이다. 그 가치는 무려 30억 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기업의 수익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 활동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재산이나 기업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만 평생 일군 회사의 지분 전체를 기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기부 방침에 선뜻 동의한 가족도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등반가 출신인 그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에 컸고 기부에도 익숙한 경영인이다. 1973년 파타고니아 창업 이후 친환경 원자재 사용을 고집했고 매년 회사 매출의 1%는 기부를 했다.   비록 대규모 투자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FTX 창업주 샘 뱅크먼-프리드도 뜻밖의 면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평소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암호화폐계의 워런 버핏’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20대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00대 부자에 포함될 정도였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최대한의 돈을 가장 효율적인 비영리기관이나 구호활동에 기부하자는 사회운동이다. 부의 축적도 개인의 부유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뱅크먼-프리드는 평소 “최대한 많이 벌어서 많이 쓰고 싶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FTX재단을 설립했고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설립한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라는 자선단체에도 가입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기꾼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그의 일상생활 모습은 다른 젊은 수퍼리치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자본주의 최대 동력은 개인의 경제적 성공에 대한 욕구다. 하지만 이는 ‘빈부 격차’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쉬나드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자본주의는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저소득층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며 “나의 기부가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형성에 영향을 좋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Oxfam)에 따르면 2020~2021년 2년 동안 세계적으로 창출된 부의 62%를 상위 1%의 수퍼리치들이 차지했다고 한다. 서민들에게는 위기의 시기가 부자들에게는 좋은 돈벌이 기회가 되었던 셈이다.     미국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3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특히 빈부 격차가 심한 국가에 속한다. 쉬나드의 바람처럼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자본주의 기부 지분 기부 방침 괴짜 경영인들

2023-02-02

[중앙시평] 트럼프보다 무서운 자가 온다

“로마가 불타는 게 보고 싶다.”   21세기 로마인 미국에 대해 마치 빈 라덴인양 증오를 표출하는 자가 있다. 아마 미 대사관에서 비자 받기 힘든 자일테다. 하지만 독일계 미국인인 그는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혁신적인 투자가이다. 그의 이름은 피터 티엘이다. 혹시 주식 투자 좀 해본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거물이다. 온라인 지불 시스템 혁신을 일으킨 소위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이자 『제로 투 원』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말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스타일과 행보는 다르지만 이 마피아의 일원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인 그가 왜 미국이 불타는 걸 원할까?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티엘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기득권 체제(딥 스테이트)를 불태우려 한다. 그는 구글 독점 기업, 바이든 민주당, 아이비리그 대학 등을 기득권의 진앙지로 지목한다. 이들 리버럴 기득권이 중국과의 패권 싸움이 아니라 중국과 결탁해 미국의 국익을 배신했다고 고발한다. 심지어 그는 바이든을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부의 수반인 페탱에 비유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칼 슈미트, 레오 스트라우스, 르네 지라르 등 서구 비주류 사상계보에 대한 극우적 해석을 통해 자유주의와 여성주의를 극히 혐오하는 일베 스타일의 세계관을 형성해 왔다.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단지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의 반란이고 실리콘밸리는 이를 견제하는 민주당의 기반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은 좀 더 넓은 그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때 실리콘밸리는 68 혁명의 유산 속에서 군산복합체 이미지보다는 더 쿨한 세상에 대한 혁신의 열기로 기억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시대정신은 맥스 채프킨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의 2021년 책 『Contrarian-티엘처럼 관습적 견해와 반대로 베팅하는 자』에 따르면 티엘 식의 정보 감시 기업 이미지와 좀 더 닮아 있다. 티엘이 만든 벤처 기업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경찰 등에 이어 전 세계에 정보 감시 기술을 팔며 천문학적 돈을 벌고 있다. 더구나 이제 그는 스티브 배넌 등 워싱턴 정가의 극우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걸 넘어 자기 사도들을 선거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인 오하이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밴스는 당선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티엘 추종자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건 상대적으로 덜 두렵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은 그래도 트럼프와 같은 즉흥적인 마피아 보스 스타일과는 싸울 체력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도구로 미국과 전 세계를 자신의 사기업 팔란티어의 이윤과 극우 세계관의 실험장으로 바꾸고자 하는 티엘과 같은 세력은 매우 두렵다. 왜냐하면 그는 다가올 혼돈의 세상과 기술을 미리 꿰뚫어 보는 천재적 안목과 천문학적 자본, 그리고 일관된 파시즘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주류가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헛소리를 할 때 이미 2007년에 1년 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예견했다. 그리고 이미 2010년경부터 트럼피즘의 시대를 예고해 왔다. 정작 티엘을 비웃던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리버럴 기업가들은 그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바로 옆자리에 앉는 현실을 씁쓸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무능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악해지자.’ 티엘의 인생 좌우명이다. 사실 그는 민주당의 큰 정부론을 혐오하고 자유지상주의를 설파하면서도 자신의 사기업과 국가의 거대한 결탁은 자랑할 만큼 얼굴이 두껍다. 그리고 상대를 끝까지 파멸시키는 음험한 계략의 귀재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 따르면 민주당에게 대선을 몇 번 헌납해 결국 무리한 정책을 추구하게 하다가 이를 핑계로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사석에서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는 ‘반지의 제왕’ 광팬이자 파시스트인 멜로나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피터 티엘도 반지의 제왕 덕후라서 그의 팔란티어 기업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온갖 기행과 모험을 거듭하는 그가 향후 베팅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자신의 통제를 받는 대선후보와 정치세력을 만들 경우 우리는 진짜 두려운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티엘 유형의 ‘감시 자본주의’ 기업 제국 대 시진핑 유형의 디지털 스탈린주의가 대결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보호주의나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분들은 사실은 너무 낙관주의자들이다. 바이든은 그래도 좋은 인품을 가진 분이고 트럼프는 마초인척 해도 사실은 겁쟁이다. 미국의 진짜 위험성은 사악해지는 걸 두려하지 않으면서 보호주의와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천재적 본능을 결합한 티엘 같은 이들이다. 이들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욕망과 냉혹한 계산 속에서 한반도는 지금 더 위험한 구렁텅이로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연 미국과 한국은 이 국수주의와 감시자본주의 제국, 그리고 극우 세계관이 기묘하게 결합한 괴물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을까?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중앙시평 트럼프 트럼프 현상 한때 실리콘밸리 오늘날 자본주의

2022-10-17

[시론] 새 대통령을 맞는 국민의 자세

지난 9일 한국에서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실시됐다. 국민은 진보 정권이 내세운 후보 대신, 보수 야권이 추천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정권교체를 이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매 10년마다 바뀌던 보수와 진보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는 5년 만에 교체됐다. 20년 이상 집권하겠다던 진보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된 이유는 현 정부의 실정 때문이다.     지난 기간 한국사회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국가 안보와 외교 면에서는 대한민국을 일제식민지에서 해방시키고, 6.25 참전으로 한국의 공산화를 막고, 남한에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해준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약화시켰다. 또한 이웃 사촌이어야 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반면 6.25 남침을 획책하고 지금도 한반도 무력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주적에서 제외시켰다. 오히려 북한과의 교류에 연연해 하고, 6.25 당시 북한을 도와 남침해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고, 한국군과 유엔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중국에 저자세를 취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렸다.     경제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정책, 이에 따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영세 자영업이 문을 닫았다. 부실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청년 일자리마저 줄어들었다.     미흡한 대책을 믿고 추진한 탈원전 정책은 불필요한 낭비만을 초래했고, 잘못된 시장 진단에 의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중심이 아닌 정부 주도 경제 활성화를 꾀하면서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를 넘으며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변화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공정과 정의가 받아 들여지지 않고 상식과 사회 규범이 통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진영 논리로 함몰된 편협한 인사 정책으로 정권의 권위는 추락하고 사회 기강은 느슨해졌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치, 국방, 외교, 경제, 사회는 방향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차기 정권의 임무는 막중하다. 일관된 외교정책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 사분오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와 같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대통령의 자리에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정치 신인이 선출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정책보다는 인연을 중시하는 한국 정치판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한 사람의 교체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경제를 살리고,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한다. 정치가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새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적극 협력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시론 대통령 국민 대통령 직선제 자본주의 시장경제 한국 사회

2022-03-18

WP "'오징어 게임'으로 남한 때리기 나선 북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최다 시청작으로 등극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북한이 남한 사회를 비판하며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하기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조명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전날 '오징어 게임'을 가리켜 "극단적인 경쟁으로 인간성이 말살된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끔찍한 민낯을 보여준다"며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불공평한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작품에서는 탈북자 '새벽'을 포함해 빚에 허덕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생존게임을 벌인다. 해당 시리즈는 소득 불평등, 실업과 재정 문제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공감을 얻으며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는 이날 기준으로 전 세계 1억1천100만 구독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해 넷플릭스 시리즈 역대 최다 시청 드라마에 올랐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국 대중문화 등 해외문화 영향력이 자국에 침투하는 것을 극도로 견제하며 한류의 성공에도 비판 일변도로 일관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자는 15년 노동형, 유포하면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언행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하거나 북한 젊은이들에게 남한 은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WP는 북한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자신들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북한 주민들은 빈곤에 시달리며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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