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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마라톤 입문은 잘 한 선택

이른 새벽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 달릴 준비를 한다. 그렇게 하루를 연다.     2011년 11월 어느 날, 우연히 한인 마라톤 동호회 기사를 보고 이끌리듯 가입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인들의 마라톤 열기를 전하는 기사 내용이 가슴 속 어딘가를 쿵쿵 뛰게 했다.   ‘26.2마일을 뛰어? 사람이 할 수 있나?’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생소했던 만큼 큰 욕심 없이 동료들을 따라 달렸다. 처음에는 운동화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운동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발을 들였다. 그러나 5km, 10km, 하프 코스를 거쳐 풀 코스에 도달하며 마라톤도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돈을 투자해 건강을 지켰다고 생각하면 수익이 훨씬 많았다는 생각이다.     마라토너의 꿈,보스턴! 2016년 당시 몇몇 동료가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다고 들썩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보스턴이 뭐길래’ 하는 생각에 응원차 동행했다. 그때 보스턴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났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은 것이다. 그 후 정말 열심히 연습했지만 보스턴 마라톤 참가 자격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2019년 풀 코스 4시간 완주 기록을 달성하며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드디어 2021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   입문 10여년 만에 세계 6대 마라톤 완주의 꿈을 이루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다. 사실 나는 동료들보다 한 박자 늦게 도달한 편이다. 풀타임으로 일하다 보니 연습시간이 늘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름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주 중에는 새벽에 일어나 2시간을 뛴 후 출근하고 저녁에는 요가와 근육운동을 한다.   마라톤을 하며 얻은 것이 너무나 많았기에 마라톤 대회 자원봉사도 열심히 했다. 경험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건네는 물 한 컵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마라톤 대회 참가는 동료와 함께 호흡하며 대회가 열리는 도시의 자연과 문화를 느끼게 해 준다. 생동하는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100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다. 긴 거리를 오랜 시간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완주까지 러너들은 수없이 훈련하며 인내를 경험한다. 그런 과정에서 스스로를 신뢰하며 꾸준하고 성실하게 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자신을 보다 보면, 자존감은 올라가고 성공도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고 내가 만드는 것임을 늘 되뇐다. ‘인생에서 잘한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중 하나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다.   오늘도 새벽 일찍 일어나 2시간을 뛰고 출근했다. 멋진 에너지를 직장 동료들과 회원들에게도 나눠 주고 싶다. 그리고 내일 새벽에도 운동화 끈을 바짝 동여매고 깊이 호흡하며 달릴 것이다. 이 제니퍼 / 결혼정보회사 듀오 팀장열린광장 마라톤 입문 마라톤 입문 보스턴 마라톤 마라톤 대회

2024-06-18

기독 청년 3명 중 2명 <64%.>…'돈은 행복의 필수 조건'

청년은 가장 활동적인 세대다.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특히 기독 청년들은 교회와 사회의 교집합에 놓여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시대상과 고민을 들어보면 기독 청년들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최근 '교회 출석 청년의 삶과 신앙'에 대해 조사했다. 기독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대체로 낮았고, 외롭고 우울하다 응답도 많았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에게 물었다.   "요즘 생활에 어느정도 만족하십니까."   청년 4명 중 1명(26%)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삶에 대해 만족(40%) 또는 보통(34%)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즉, 청년 5명 중 2명만이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의 이유를 물었다.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응답자들은 주로 ▶가족간 화목(28%) ▶삶이 재미있어서(26%) ▶이웃관계가 좋아서(15%) 등을 꼽았다.   반면, 삶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청년들은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돈'을 꼽았다.   삶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청년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39%) ▶삶이 재미없어서(21%) ▶직장에서 문제가 있어서(17%)라고 답했다.   기독 청년들에게도 경제적 문제는 중요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삶의 만족도를 인구 특성별로 살펴보면,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신앙 수준이 높을수록, 미혼자보다 기혼자에게서 더 높은 특징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연구소 측은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가구소득, 신앙 수준, 결혼 여부 등 3가지 변수를 이용해 삶의 만족도를 분석했다.   먼저, 청년들에게 결혼 여부는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혼자 2명 중 1명(51%)은 삶의 만족감을 느꼈다. 반면 미혼 청년이 만족감을 갖는다고 답한 비율은 37%에 그쳤다.   가구 소득도 삶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했다.   경제적 수준이 '상'에 속한 청년들 중 무려 58%가 삶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중간(42%)' '낮음(26%)' 등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만족을 느끼는 비율 역시 낮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응답자의 신앙수준을 1단계(기독교 입문), 2단계(기독교 인지), 3단계(기독교 친밀), 4단계(기독교 중심)로 나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4단계인 기독교 중심의 응답자 중 49%가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반면 1단계인 기독교 입문 수준의 응답자는 삶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36%에 그쳤다. 신앙이 삶의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요소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신앙이 깊은 청년일수록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대체로 교회 청년 중 다수가 돈을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 청년 3명 중 2명(64%)은 '돈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답했다.   돈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기독교 입문(83%), 기독교 인지(63%), 기독교 친밀(56%), 기독교 중심(44%) 등 신앙 수준에 따라 달랐다.   기독 청년들의 감정 상태는 '외롭고 우울하다'로 축약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측은 청년들에게 요즘 최근에 느낀 감정(중복응답 가능)을 물었다.   청년들은 불안(37%), 지루함(32%), 우울.외로움(각각 26%), 분노(24%) 등을 꼽았다.   대신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에게 '기독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다.   교회 청년들의 37%가 '기독교는 사람을 위로하는' 이미지라고 응답했다. 이어 '세상과 다른(22%)' '정의롭고 개혁적인(9%)' '사회를 통합하는(7%)' '배타적(6%)' '권위적ㆍ물질적ㆍ속세를 초월한(각각 5%)' '신뢰가 되지 않는(4%)'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교회와 실제 삶의 현장인 사회도 비교해봤다.   기독 청년들은 '정서적 측면(54%)' '평등(51%)' '정의로움(50%)' 등 교회가 사회보다 더 낫다고 응답했다. 단,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교회보다 사회(59%)에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연구소 측은 출석하는 교회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청년들은 설교와 관련해 ▶성경에 충실한 설교(59%) ▶위로와 용기를 주는 메시지(56%) ▶청년들의 현실과 고민에 대한 메시지(41%)를 꼽았다.   예배와 관련해서는 좀 더 따뜻한 위로(52%),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39%),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35%)를 원했다.   청년 사역에 대한 방향으로는 성경에 근거한 삶의 방향 제시(55%), 청년의 사회적 현실 이해(47%), 따뜻한 위로와 포용 태도(41%) 등을 꼽았다.   청년들은 교회의 개선 사항에 대해 교회의 사회적 역할 보다는 신앙적인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다.   교회 청년들은 교회가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예배와 영성의 회복(52%)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정의, 봉사 등의 사회적 책임(45%),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신앙(42%), 공동체성 회복(30%), 교회 내 수평적 소통(27%) 등의 순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청년의 절반 이상인 56%가 교회를 떠나고 싶었거나, 떠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주로 취업 준비 시기인 25~29세 사이에서 이러한 응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교회를 이탈하는 이유로는 '신앙심이 사라져서(21%)'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 이어 '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달라서.매주 교회에 다니는 것이 부담되어서(각각 13%), 재미가 없어서(9%), 신앙이 도움이 되지 않아서(8%), 교회 성도와 갈등이 생겨서.목회자가 부도덕해서.사회 문제를 대하는 교회의 태도가 부적절해서(각각 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1000명(19~34세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8~14일까지 진행됐다. 신뢰도는 95%(오차범위 ±3.1%)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행복 청년 교회 청년들 기독 청년들 기독교 입문

2024-02-12

콜로라도 유일 주니어 합창단, [쥬빌리 앙상블] 연말 공연 성료

 덴버  콜로라도 유일의 한인 주니어 합창단인 쥬빌리 앙상블(지휘 김나령)의 연말 공연이 지난 21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베다니 루터란 교회에서 열렸다. 쥬빌리 앙상블의 이번 공연에는 킨더~2학년의 리틀 쥬빌리 13명, 3학년~8학년 쥬빌리 코랄 10명 등이 참여했다. 첫 무대는 쥬빌리 코랄 10명과 새로운 지휘자인 우한나 씨가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존레빗(John Leavitt)의 축제미사(Missa Festiva) 의 전곡과 라틴어 5곡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데이)을 불러 관객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 리틀 쥬빌리 13명과 김나령 지휘자가 준비한 무대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은별”“퐁당 퐁당”과 “I want a Hippopotamus for Christmas”를 율동과 함께 불렀다. 리틀 쥬빌리 단원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지휘자의 손끝을 열심히 따라가며 공연에 집중했다.  리틀 쥬빌리는 합창단 입문 단계인 만큼 자기 소개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 동시에 지휘자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게스트로 리지스 제수트 고교(Regis jesuit high school)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나 양이 멘델스존의 환상곡  F#단조〈Fantasia in F-sharp minor for piano, Op. 28의 3악장을 연주했다.       김나령 지휘자는 “쥬빌리를 창단하고 아이들이 자라가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이 너무나 크다.  앞으로 계속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며,“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2세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기도 하는데, 그 시기에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국 문화를 배우면 한국인이라는 연대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 단원들끼리 가족처럼 친밀한 커넥션을 갖는 것 또한 쥬빌리 앙상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모든 쥬빌리 단원들과 부모님들,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Kalyn Jung 가족(Elite dental Group), 쥬빌리 졸업생, Charis Kwak 가족, Noelle & Elin Jung 가족, Yuri Yun 가족 등이 후원했다.공연에 참여한 리틀 쥬빌리 단원은 전설, 정온유, 류지연, 이도원, 김지아, 이루아, 신세영, 김일라이, 안은석, 최영훈, 이윤서, 임수현, 류수연 이다. 킨더가든부터 2학년 학생으로 구성되며, 자기소개부터 바른자세, 음악의 기본 요소들을 배우며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또, 쥬빌리 코랄 단원은 정서원, 정윤슬, 신범식, 안은비, 김효빈, 곽하니, 류소연, 민지비샤, 이주하, 윤유리 이다. 3학년부터 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합창 그룹으로 다양한 시대, 언어, 장르의 음악을 합창을 통해 배우고 무용, 연기, 악기 연주 등 종합 무대 예술을 경험한다. 한편, 현재 단원을 모집 중에 있다. 연습시간은 월요일 오후 6시15분~7시45분까지이다. 장소는 뉴라이프 교회이며, 문의는 720-232-5880로 하면 된다.                김나령 지휘자는 “쥬빌리를 창단하고 아이들이 자라가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이 너무나 크다.  앞으로 계속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며,“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2세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되기도 하는데, 그 시기에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국 문화를 배우면 한국인이라는 연대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 단원들끼리 가족처럼 친밀한 커넥션을 갖는 것 또한 쥬빌리 앙상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모든 쥬빌리 단원들과 부모님들,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Kalyn Jung 가족(Elite dental Group), 쥬빌리 졸업생, Charis Kwak 가족, Noelle & Elin Jung 가족, Yuri Yun 가족 등이 후원했다.공연에 참여한 리틀 쥬빌리 단원은 전설, 정온유, 류지연, 이도원, 김지아, 이루아, 신세영, 김일라이, 안은석, 최영훈, 이윤서, 임수현, 류수연 이다. 킨더가든부터 2학년 학생으로 구성되며, 자기소개부터 바른자세, 음악의 기본 요소들을 배우며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또, 쥬빌리 코랄 단원은 정서원, 정윤슬, 신범식, 안은비, 김효빈, 곽하니, 류소연, 민지비샤, 이주하, 윤유리 이다. 3학년부터 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합창 그룹으로 다양한 시대, 언어, 장르의 음악을 합창을 통해 배우고 무용, 연기, 악기 연주 등 종합 무대 예술을 경험한다. 한편, 현재 단원을 모집 중에 있다. 연습시간은 월요일 오후 6시15분~7시45분까지이다. 장소는 뉴라이프 교회이며, 문의는 720-232-5880로 하면 된다.          박선숙 기자콜로라도 주니어 합창단 입문 연말 공연 jung 가족

2023-12-0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어느 하늘,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진정 영원한 작별을 말하는 것일까요. 나이 들면서 생일파티나 돌잔치보다 병문안이나 장례식에 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죽음이라도 가슴 무너지고 애달픈 사연 있겠지만, 믿고 의지하던 분을 보내며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이 세상에서 단 한 분, ‘삼촌’이라 따르던 오형원박사님. 소천하셨다는 비보가 왔습니다. 닷새 전 통화했을 때 힘이 없으신 것 같아 염려했지만 이토록 빨리 떠나실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남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준비할 시간도 주시지 않고 왜 이렇게 황망하게 서둘러 가셨습니까.   청년보다 활기차고 적극적인 삶을 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카랑카랑하고 박력 넘치는 목소리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뼈 있는 농담, 엣지 있는 매너와 재치로 청중을 장악하는 그 위력의 출발점은 어디인가요. 제 전화 안 받으시면 “노인이 왜 그리 바쁘세요?”라고 투정을 부리는데 “내가 이래도 오라 카는 데가 너무 많다. 우짜노, 아직 할 일이 많은데”라고 하셨지요. 새해 한참 지나 문안인사 드리면 “해가 바뀌어도 코빼기는 커녕 문자 인사조차 까먹는 조카 소식 기다리는 한심한 삼촌도 샘샘(same same)이다”고 너그럽게 웃으셨지요.       서울대에서 의학박사학위 받고 월남전에 야전이동외과 의사로 참전, 무공훈장을 받은 뒤 1973년 도미해서 수많은 단체에서 총회장을 맡은 이력이나 수상경력으로 삶을 정리하기에는 그 분의 인생은 굴곡이 넓고 깊고 광활합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예리한 판단과 서늘한 통찰력으로 후진들의 앞날을 밝히며 갈 길을 예지합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늦깎이에 서예에 입문, 한국서예공모전에 오체상(五體賞)을 수상하셨지요. 내가 ‘나의 삼촌’에게 매료된 것은 인간적인 따스함 속에 끓어오르는 예술적 성취에 대한 갈구 때문이 아닐런지요.     처음 뵌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오래 전 경북해외자문위원 초년병으로 콜로라도 주 록키마운틴 독수리 집(Eagle Nest)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독수리집은 ‘불굴의 태권도인’으로 국민훈장석류장을 수상한 정우진대사범이 산 꼭대기에 지은 수련장의 이름입니다. 캠핑 가듯 바리바리 먹을 것 싸 들고 갔는데 폭풍으로 커넥션 비행기가 이틀 동안 뜨지 못해 늦게 도착, 허기에 먹은 갈비에 체하고 고산병에 걸려 밤새 토하고 난리가 났지요. 오랫만에 만난 위원들은 제 목숨(?)에는 관심 끄고 희희낙락 잘 지내는데 오박사님은 약을 챙겨주시고 머리에 손을 얹어 열을 쟀습니다. 그 손은 아버지 손처럼 따뜻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두 살 되던 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땅문서를 삼촌에게 맡겼는데 삼촌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모두 가져갔지요.   이제 왜 오박사님을 삼촌이라 부르는지 답을 드릴 시간입니다. ‘삼촌’이란 단어는 제 유년의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슬픔입니다. 저는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약 두 알을 꺼내 주실 때 “제가 삼촌이라고 불러도 되나요?”라고 물었지요. 제 아픈 얼굴을 빤히 보시다가 “삼촌이라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고 하셨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누군가를 미워하고 고통을 되삭이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박식하고 멋진 나의 새로운 ‘삼촌’을 만나 유년의 슬픈 기억을 지웁니다. 사람의 인연은 시공을 초월합니다. 어쩌면 죽음이란 것도 살아있는 자들이 그리움의 강에 떠나보내는 가을 낙엽이 아닐런지요.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작별 속에 죽음은 좀 더 긴 이별이고, 새벽 물안개처럼 헤어날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하늘 경북해외자문위원 초년병 입문 한국서예공모전 하늘 무엇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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