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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밥힘’으로 살 수 없는 이유

한국인은 밥을 중요시한다. 의례적 인사말로 “밥 한번 먹자”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또 한국인이라면 ‘밥심으로 산다’는 관용적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이 많은 한국인들은 위로를 건넬 때 “밥심이 최고다. 밥 굶지 말고 다녀라”와 같이 말하곤 한다.   밥을 먹고 생기는 힘을 가리켜 이처럼 ‘밥심’이라고 쓰는데, 혹자는 ‘밥힘’으로 써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법도 하다. ‘밥’과 ‘힘’이 만나 이뤄진 합성어이니 발음은 [밥심]이지만, 표기할 때는 ‘밥힘’으로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른 표기법은 ‘밥심’이며, 발음은 [밥씸]으로 난다.   ‘힘’은 ‘심’의 본딧말로, ‘심’은 ‘힘’의 사투리 표현이다. 따라서 ‘밥심’을 ‘밥힘’의 사투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이 사투리라면 ‘심’이 붙은 낱말은 모두 사투리가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힘’이 다른 낱말과 결합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낱말과 짝을 이룰 때 발음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뒷힘, 뚝힘, 뱃힘, 입힘, 헛힘’ 등을 발음해 보면 자연스럽게 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힘’이 붙어 새로운 낱말이 만들어졌겠으나 세월이 흐르며 ‘뚝심, 뱃심, 입심, 헛심’ 등의 경우 발음하기 편한 ‘심’이 붙은 형태가 표준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뒷심’ 역시 ‘뒷힘’으로 발음하기 힘들어 많은 이가 ‘뒷심’으로 쓰다 보니 ‘뒷심’이 결국 표준어로 등재된 경우라 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모두 사투리 관용적 표현 의례적 인사말

2024-12-16

[아름다운 우리말] 어떤 말하기가 제일 어려울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쓰기가 어렵다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쓸 일은 많지 않습니다. 쓸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그러니 쓰기보다는 말하기가 어려운 일일 겁니다. 말하기는 즉각적이어서 준비가 아니라 그 순간에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실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실수는 회복하기도 어렵습니다. 외국인도 그렇습니다만, 내국인은 더 심각합니다. 외국인이라면 실력 부족이지만, 내국인이라면 단순히 실수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태도의 문제로 보기도 합니다.   말하는 행위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을 언어학에서는 화행(話行)이라고 합니다. 화행은 화용론(話用論)의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용론은 영어로는 ‘pragmatics’라고 합니다. 실용적이라는 말입니다. 문법적으로는 틀리지만, 상황으로 보면 맞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화용론에서는 상황이 중요합니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표현이 달라집니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오류가 됩니다. 말하기가 어렵다는 말은 바로 이 화행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주로 연구되는 화행의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감사, 사과, 요청, 거절, 수락, 불평, 칭찬, 축하, 인사 화행 등이 대표적입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상황의 화행입니다. 저는 화행을 공부하면서 문화에 따라 화행이 달라지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문화에 따라 사과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화는 구체적으로 자기 잘못을 설명해야 하고, 어떤 문화에서는 단순히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변명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종종 ‘차가 막혀서 늦었다.’는 사과에 더 화가 나는 경우도 있죠.   저는 화행을 공부하면서 어떤 화행이 인간으로서 가장 하기 어려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단 인사화행은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인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바뀌면 진정한 인사는 아닌 겁니다. 상대의 건강이나 행운을 빌어주는 인사를 할 때, 자신의 마음 자세를 돌아볼 일입니다. 그렇게 보면 인사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인사에도 수많은 거짓이 있습니다. 그의 행운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저 마무리 인사말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감사화행은 비교적 쉽지 않을까요?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그다지 거짓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사과는 어떤가요? 잘못했으니 사과를 하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사과의 순간에도 이게 정말 내 잘못인가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형식적인 사과는 상대의 마음에도 닿지 않습니다. 그런 사과의 말을 우리는 방송에서도 엄청나게 봅니다. 어쩌면 제일 솔직한 화행은 불평일 수 있겠습니다. 화가 나서 하는 화행이니 거짓이 숨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화가 난다고 다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불평을 잘못하면 인생이 꼬이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말하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제일 어려운 화행은 바로 칭찬과 축하입니다. 칭찬화행에는 상대의 장점을 살피는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칭찬은 상대를 기쁘게 하지 못합니다. 즉,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래를 춤추게 하려면 관심과 표현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칭찬받을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불교 보현행원품의 ‘칭찬여래원’에도 나옵니다. 부처님을 칭찬할 수 있기 바란다는 말인데, 뭇 중생이 부처이니 모든 중생을 칭찬해야 하는 겁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칭찬여래원은 수행의 언어입니다.   칭찬보다 더 어려운 것은 축하입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뿐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형제간의 축하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축하는커녕 질투가 생기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까요? 물론 저는 이러한 속담은 반성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제간의 질투가 정상은 아닐 겁니다.     저는 말하기를 공부하면서 모든 말하기는 수행이라고 느낍니다. 감사도 쉽지 않습니다. 사과도 어렵습니다. 사람 사이의 요청이나 거절, 불평이나 칭찬은 모두 수행의 과정입니다. 내가 입 밖으로 낸 말들이 진심이었는지, 상대에게 상처가 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진정으로 칭찬하지 못하고, 사과하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못하고,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을 날마다 반성해야 하는 겁니다. 화행 공부는 언어학 공부이지만, 화행 공부는 결국 수행이기도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화행 공부 감사 사과 마무리 인사말

2023-11-26

[우리말 바루기] ‘인사말’?, ‘인삿말’?

사이시옷이 맞게 표기된 것은?   ㉠인삿말 ㉡머릿말 ㉢세뱃돈   주고받는 인사의 말을 ‘인사말’이라 해야 할까? ‘인삿말’이라 해야 할까?   아마도 ‘인삿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추측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산말]로 소리나기 때문에 의당 사이시옷을 넣어 ‘인삿말’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순우리말이 포함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ㄴ’ 또는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적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인사+말’은 이러한 사이시옷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인사말]로 발음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삿말’은 바른 표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머릿말’은 어떨까? 이 역시 대부분의 사람이 [머린말]로 발음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국어원은 ‘머리+말’의 발음은 [머리말]로 사이시옷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머릿말’도 잘못된 표기다.   남은 것은 ‘㉢세뱃돈’. ‘세배+돈’은 [세배똔]으로 발음된다. 이처럼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나는 경우 사이시옷을 집어넣는다. 그러니까 ‘㉢세뱃돈’이 정답이다.우리말 바루기 인사말 인삿말 사이시옷 현상 합성어 가운데

2023-10-27

[우리말 바루기] ‘인사말’, ‘인삿말’

다음 중 사이시옷이 맞게 표기된 것은?   ㉠인삿말 ㉡머릿말 ㉢세뱃돈   아마도 ‘인삿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추측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산말]로 소리나기 때문에 의당 사이시옷을 넣어 ‘인삿말’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순우리말이 포함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ㄴ’ 또는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면 사이시옷을 적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인사+말’은 이러한 사이시옷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인사말]로 발음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삿말’은 바른 표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머릿말’은 어떨까? 이 역시 대부분의 사람이 [머린말]로 발음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국어원은 ‘머리+말’의 발음은 [머리말]로 사이시옷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머릿말’도 잘못된 표기다.   남은 것은 ‘㉢세뱃돈’. ‘세배+돈’은 [세배똔]으로 발음된다. 이처럼 앞말이 모음으로 끝날 때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나는 경우 사이시옷을 집어넣는다. 그러니까 ‘㉢세뱃돈’이 정답이다.우리말 바루기 인사말 인삿말 사이시옷 현상 합성어 가운데

2023-06-09

[아름다운 우리말] 인사말의 위로

인사(人事)는 사람끼리 하는 일입니다. 한자의 뜻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인사를 제대로 안 하면 사람이 아닙니다. 인사의 중요성을 인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사를 형식적으로 합니다. 때로는 인사를 했다는 말이 뇌물을 바치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인사의 타락입니다. 인사는 사람의 일이기에 어떻게 인사를 하는 게 좋은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말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 인사말이 적은 언어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밤 등 시간에 따라 인사말이 달라지는 언어가 많습니다만 우리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 인사의 종류는 만났을 때와 헤어질 때가 대표적일 겁니다. 물론 생사고락(生死苦樂)의 수많은 장면에서도 인사는 필요합니다. 축하의 말이나 위로의 말도 모두 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축하의 말이나 위로의 말이야말로 참다운 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말의 인사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사말의 시작은 ‘우연찮게’입니다. 우연찮게는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우연찮게’를 ‘우연히’라는 의미로 쓰지만 사실 이 말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연하지 않게’가 줄어든 말입니다. 우리는 우연찮게 사람을 만나고, 우연찮게 어느 곳을 방문합니다. 그야말로 우연찮게 투성이입니다. 우리 삶은 모두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귀한 나날들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나는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가 모두 귀한 인연임을 확인하는 순간인 것입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은 처음 만나거나 여러 번 만나거나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다만 ‘만나서’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주로 첫 만남입니다. ‘반갑다’라는 말은 다른 언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어서 번역도 어렵습니다. 아마 반갑다를 한 단어로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거의 없을 겁니다. 반갑다의 의미나 어원을 설명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반갑다라는 말의 실마리를 ‘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은 빛이라는 말과 연결됩니다. ‘반짝, 번쩍, 반디, 번개’는 모두 빛을 담은 어휘입니다. 따라서 반갑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 만날 때 얼굴에 빛이 난다는 뜻입니다. 빛은 웃을 때 더 환하게 나타납니다. 얼굴은 미소를 띠면 더 밝아집니다. 얼굴도 펴집니다. 그래서 반갑다는 말을 제대로 하려면 서로 밝게 웃으며 인사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말의 진짜 인사는 ‘밥은 먹었나, 어디 가나’라는 말에 있다고 봅니다. 별걸 다 궁금해 한다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 이제 굶는 사람도 없는데, 밥을 먹었는지가 왜 궁금하냐는 말일 것입니다. 어디 가는지 묻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밥은 먹었냐고 묻고 어디 가느냐고 묻습니다. 인사말처럼 말입니다.    밥을 제대로 먹고 다니느냐는 질문은 많은 것을 내포합니다. 건강한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묻는 것입니다. 물론 경제적인 질문도 될 겁니다. 밥만 잘 먹고 다녀도 걱정이 없습니다. 어디 가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곳을 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같이 가주어야 하는 곳은 아닌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목적지를 아는 것은 안심하는 마음을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밥을 안 먹었어도 먹었다고 대답하기도 하고, 어디 가냐고 물으면 ‘그냥 어디 좀’이라고 부정확하게 대답하기도 합니다. 부정확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인사는 사람의 일입니다. 그래서 정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인사인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인사말 우리말 인사 진짜 인사 모두 우연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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