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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인사말의 위로

인사(人事)는 사람끼리 하는 일입니다. 한자의 뜻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인사를 제대로 안 하면 사람이 아닙니다. 인사의 중요성을 인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사를 형식적으로 합니다. 때로는 인사를 했다는 말이 뇌물을 바치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인사의 타락입니다. 인사는 사람의 일이기에 어떻게 인사를 하는 게 좋은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말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 인사말이 적은 언어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밤 등 시간에 따라 인사말이 달라지는 언어가 많습니다만 우리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 인사의 종류는 만났을 때와 헤어질 때가 대표적일 겁니다. 물론 생사고락(生死苦樂)의 수많은 장면에서도 인사는 필요합니다. 축하의 말이나 위로의 말도 모두 인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축하의 말이나 위로의 말이야말로 참다운 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말의 인사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사말의 시작은 ‘우연찮게’입니다. 우연찮게는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우연찮게’를 ‘우연히’라는 의미로 쓰지만 사실 이 말은 ‘우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연하지 않게’가 줄어든 말입니다. 우리는 우연찮게 사람을 만나고, 우연찮게 어느 곳을 방문합니다. 그야말로 우연찮게 투성이입니다. 우리 삶은 모두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필연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이 달리 보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귀한 나날들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나는 일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가 모두 귀한 인연임을 확인하는 순간인 것입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은 처음 만나거나 여러 번 만나거나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다만 ‘만나서’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주로 첫 만남입니다. ‘반갑다’라는 말은 다른 언어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어서 번역도 어렵습니다. 아마 반갑다를 한 단어로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거의 없을 겁니다. 반갑다의 의미나 어원을 설명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반갑다라는 말의 실마리를 ‘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은 빛이라는 말과 연결됩니다. ‘반짝, 번쩍, 반디, 번개’는 모두 빛을 담은 어휘입니다. 따라서 반갑다는 말은 우리가 서로 만날 때 얼굴에 빛이 난다는 뜻입니다. 빛은 웃을 때 더 환하게 나타납니다. 얼굴은 미소를 띠면 더 밝아집니다. 얼굴도 펴집니다. 그래서 반갑다는 말을 제대로 하려면 서로 밝게 웃으며 인사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말의 진짜 인사는 ‘밥은 먹었나, 어디 가나’라는 말에 있다고 봅니다. 별걸 다 궁금해 한다고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 이제 굶는 사람도 없는데, 밥을 먹었는지가 왜 궁금하냐는 말일 것입니다. 어디 가는지 묻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밥은 먹었냐고 묻고 어디 가느냐고 묻습니다. 인사말처럼 말입니다.
 
 밥을 제대로 먹고 다니느냐는 질문은 많은 것을 내포합니다. 건강한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묻는 것입니다. 물론 경제적인 질문도 될 겁니다. 밥만 잘 먹고 다녀도 걱정이 없습니다. 어디 가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곳을 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같이 가주어야 하는 곳은 아닌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목적지를 아는 것은 안심하는 마음을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밥을 안 먹었어도 먹었다고 대답하기도 하고, 어디 가냐고 물으면 ‘그냥 어디 좀’이라고 부정확하게 대답하기도 합니다. 부정확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인사는 사람의 일입니다. 그래서 정이 있어야 합니다.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야 인사인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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