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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그림, 몸으로 느껴 보라" 이우환 화백 구겐하임 회고전 개막

“북미 지역 뮤지엄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미술가, 철학자이자 교수인 이우환(사진)의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회화·조각·종이작업·설치작 등 90여 점을 소개합니다.”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뮤지엄 관장은 23일 ‘이우환 무한의 제시(Lee Ufan: Marking Infinity)’ 언론 프리뷰에서 밝혔다. 고 백남준의 회고전 이후 11년 만에 구겐하임뮤지엄에 초대된 한인 작가, 이우환 화백의 회고전은 그의 75세 생일인 24일 개막된다. 전시는 1층 원형갤러리에 설치된 철판과 돌 조각 ‘대화’로 시작해 드로잉과 회화, 모노하 시기의 조각과 설치작, 그리고 ‘관계, 바람에서'와 ‘조응’ 시리즈까지 시대 순으로 작품의 진화 과정을 보여 준다. 이어 부속 갤러리 두 곳에선 돌 설치작 ‘관계’와 여백을 강조한 ‘대화’ 시리즈가 선보인다. 이 화백은 “추상적이며 하얀 내 작품은 내용을 찾으려다가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내 작품은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전시장을 거닐면서 호기심 많은 우주, 긴장과 이완을 통해 무한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의 위대한 건축가’로 불리우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뮤지엄은 나선형 빌딩이다. 지난 22일 동안 밤낮으로 작품을 설치해 온 이 화백은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얀 벽의 입방체 갤러리가 아닌 나선형 특수한 공간의 구겐하임에 작품을 진열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언덕 비탈길을 올라가는 느낌으로 변화가 많은 공간에 진열하면서 내가 보이고 싶은 것을 깨닫게 되고, 몸으로 만나 느끼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구겐하임은 내게 자극적이고, 생생하고 생동감 있는 장소가 됐다”고 밝혔다. 이 화백은 24일 오후 6시30분 전시 기획자인 알렉산드라 먼로 큐레이터와 대화의 시간을 연다. 회고전은 9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2011-06-23

"이우환 작품의 에센스는 '공존'에 관한 것"

“이우환은 화가이자 철학자입니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동서의 철학 넘어서는 생생한 체험 제공할 것입니다.” 그림의 기본인 점과 선으로의 회귀, 자연과 인공의 대조, 그린 것보다 여백의 미학을 강조해온 화가, 미술가의 작업 과정 자체와 관람객의 체험을 중시하는 이우환 화백의 회고전 ‘이우환: 무한의 제시(Lee Ufan: Marking Infinity)’가 24일 시작됐다. 회고전은 구겐하임의 원형 갤러리 전체에 걸쳐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각, 회화, 종이 작업, 설치작까지 9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이 회고전을 기획한 주인공은 동양철학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알렉산드라 먼로 삼성 시니어 아시아미술 큐레이터다. 1980년대 처음 이우환의 작품에 매료된 먼로 큐레이터는 2007년부터 회고전을 준비해왔다. 구겐하임 건축과 조화 -이우환 전시의 배경은. “1980년대 내가 기획한 전시 ‘1945년 이후의 일본미술: 하늘을 향한 비명(Japanese Art after 1945: Scream Against the Sky)’에 이우환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 전시는 일본과 미국 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됐다. 당시 난 일본 가마쿠라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고, 베니스와 뉴욕 등에서 열린 여러 전시에서도 만났다. 구겐하임 회고전은 2007년경 기획해서 2년 후부터 이 화백과 긴밀하게 논의하며 전시 작품, 설치 레이아웃, 그리고 카탈로그 작업을 해왔다.” -작품은 어디서 왔나.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박물관과 소장가들로부터 온다. 브루클린뮤지엄, 히로시마현대미술관, 아와키시립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가마쿠라와 하야마의 현대미술관, 오사카의 국립미술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도쿄의 국립현대미술관, 베를린의 국립미술관, 도쿄의 세타가야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그리고 도요타미술관 등지에서 왔다. 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에 있는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지만, 이 뮤지엄은 영구 특정장소 설치작으로 설계되어서 직접 대여해온 것은 아니다.” -구겐하임의 나선형 갤러리가 작품 설치에 주는 영향은. “구겐하임뮤지엄은 독특하면서도 어려운 건축 공간이다. 또한 변화하는 공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심오하게 정신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건축물이다. 우린 이우환과 구겐하임 전시의 특정장소 설치작을 디자인해왔다. 이우환은 흰색의 입방체 전시공간은 미술의 영역에 들어가는 삶의 흐름에서 ‘너무나 순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간에 ‘불완전성’을 허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변화무쌍하고도 고도의 조각같은 구겐하임의 모던하고 유토피아적인 건물은 이우환의 작품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타이틀 ‘무한의 제시’는 어디서 왔나. “우리는 이우환을 미술가이자 철학자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철학적인 모델로 보여질 수 있다. 그의 철학적 입장에서 끌어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의 단순한 2진법을 넘어서는 이우환의 회화와 조각은 현실에 실존하는 체험의 세계를 제공한다. 그는 신중함의 미학으로 진중하게 제한하고 증류된 제스추어로 발생하는 생생한 여백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공허인가 아니면 그의 미술의 소재와 실체를 형성하는 무한인가?” ‘있는 그대로 보라’ -이우환 작품의 에센스는 무엇일까. “에센스로 치면 이우환의 작품은 ‘공존’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사물과 우리 가운데의 현재에서 동등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970년대 이우환은 반향을 일으켰던 에세이집 ‘만남을 찾아서(In Search of Encounter)’에서 미술을 경계없는 ‘상호활동적인 장소’라고 밝혔다. 그곳은 자아와 타자, 인간과 자연의 서열이 용해되어 개방되는, 그래서 인간을 초월하는 무한성의 감각이다. 이우환의 조각과 회화는 중심이나 단일한 시점이 아니었다. 그의 부품은 흩어지면서 근대 합리주의자들의 미술의 구조, 사상 및 조직체까지 뒤집어버렸다. 사물이 그 존재를 드러내면서 합리적인 구조를 강조하면서 이우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봉착하게 유도하는 공간적인 역동성을 선호하며 실재의 형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피했다.” -미술사에서 이우환의 위치는. “구겐하임 전시는 이우환을 역사적인 인물이자 후기 미니멀리스트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혁신적으로 확장한 현대의 거장으로 제시한다. 이우환의 등장은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가난한 미술’이라는 뜻으로 일상용품을 소재로 삶 속에서 미술을 바라보게 한 미술운동)’ 서독의 조셉 보이스 서클, 그리고 미국의 과정미술(Process Art,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미술)과 일치한다. 자기표현적인 미술은 붕괴했고, 미술의 소재는 작업실에서 나왔다. 시간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의 영역과 단명하는 장소 특정적인 설치작이 대두했다. 지금 미술은 일상의 공간, 사회적 흐름, 진보적인 후기 산업사회의 일상용품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이우환은 이런 혁명적인 변화에서 나온 작품을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방법을 폭로하는 ‘살아있는 조각(living structure)’이라 부른다. 구겐하임 전시는 이런 세계적인 미술운동에서 이우환의 역할을 조명하는 것이다.” -구겐하임과 연관해 열리는 이우환 전시는. “이우환의 작품은 시인이자 철학자로서 그의 삶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이우환의 글’을 주제로 그의 시, 비평, 수필을 오리지널 원고, 스케치북, 초판, 사진, 오리지널 설치, 이우환 작업실의 붓 등을 모은 전시를 할 예정이다.” -이우환은 한국인일까 일본인일까. “이우환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그는 ‘사이의(in-between)’ 정체성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유럽의 화가들이 더 이상 유럽을 대표하지 않듯이 나는 동아시아를 대표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있는 작품과 글이 오늘날 산업도시사회와 상관성이 있는가, 그들이 민족적, 지리적, 종교적, 이념적인 장벽을 관통하는 현대적인 진술인가 하는 점이다.” 아시아 미술 ‘정신적’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우리 가족은 대대로 아시아와 인연이 깊었다. 증조부모님께서 1912년부터 24년까지 베이징에서 살면서 베이징-상하이 철도 사업에 관련했다. 아버지는 제약회사 간부였고, 엄마는 화가였는데, 내가 13살 때 아버지가 일본에 부임해서 12년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그 기간 중 2년간은 교토의 선 사철인 다이토쿠치(大德寺)에서 속가제자로 수행했으며, 도쿄의 소피아대학교에서 공부했다. 80년대 후반 대부분을 근현대 일본미술 연구원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90년대엔 한국·중국·남부 아시아를 여행했다.” -아시아 미술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은. “아시아 미술의 정신적인 면이 좋다.” -삼성 큐레이터라는 타이틀을 달았는데. “혁신적이며 세계적인 위치에 있는 삼성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에 특권을 느낀다.” -한국에선 무엇을 했나. “여러번 한국에 가봤고, 친한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다. 2002년 삼성미술관에서 나의 전시 ‘예스 오노 요코(YES YOKO ONO)’전을 열었으며, 미국과 일본의 13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됐다.(이 전시는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었다.) 2003년 뉴욕 재팬소사이어티 갤러리의 디렉터 시절엔 국립경주박물관, 나라국립박물관과 ‘‘신성상(神性像)의 전래:한국과 일본의 초기 불교 미술(Early Buddhist Art from Korea and Japan)’전을 공동으로 기획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엔 이우환 회고전에 이르렀다.” -뮤지엄 큐레이터로서 가장 좋은 점은. “세상이 아시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회고를 통해 아시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변화시키는 발판이다. ☞알렉산드라 먼로는… 1982년 도쿄의 소피아대학교를 졸업한 먼로 큐레이터는 뉴욕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뉴욕 재팬소사이어티에서 갤러리 디렉터를 거친 후 2006년 구겐하임뮤지엄의 아시아미술 큐레이터로 발탁됐다. 2008년 중국작가 차이궈창 회고전 ‘차이쿼창: I Want to Believe’를 공동 기획했으며, 2009년 ‘제 3의 정신: 미국 화가들 아시아를 명상하다, 1860-1989’ 전시로 호평받았다. ‘예스 오노 요코’전은 2000년 국제미술비평가협회(AICA)에 의해 뉴욕시의 최우수 뮤지엄쇼로 선정됐다. ^전시일정: 6월 24일∼9월 29일 ^구겐하임뮤지엄: 1071 Fifth Ave.@89th St. www.guggenheim.org.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sukie@koreadaily.com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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