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무엇을 남길 것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빈 말이다. 옛날 조상들은 호랑이는 죽은 후에도 가죽을 남겨 물질적 가치가 있다는 말인데 요즘 호랑이 가죽을 귀중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름을 남긴다는 건 죽은 후 명예나 업적을 칭송 받는다는 뜻이다. 속담의 본 뜻은 삶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명예와 업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남긴 행위와 업적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추억으로 남는다. 세월이 흐르고 생의 굴레를 벗어나도 기억의 문턱을 너머 서면 작은 파도의 진동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꽃이 피는 날에는 찬란한 빛깔의 호랑나비로 동그라미 그리며 코발트 빛 하늘을 맴돌고 꽃잎 지는 때에는 고추잠자리 되어 억새풀에 지친 몸을 기댄다. 만나고 나눠지는 것이 생명과 소멸의 법칙을 따른다 해도 가슴 속 이끼처럼 남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구는 얼마나 많은 공전을 지속해야 하나. 공룡은 2억 5천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해 6천 6백만년 전 멸종했지만 거대한 뼈의 흔적으로 남아 죽음의 위용을 자랑한다. 알타미라 동굴 유적에는 구석기 시대의 거대한 들소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동굴을 뛰쳐나올 것만 같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역사의 등불을 밝힌다. 인간은 위대한 업적으로 이름을 남긴다. 부서진 뼈 조각이나 화석, 부패되지 않는 미라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 번영과 발전을 위한 노력과 공적으로 칭송받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이름을 남긴다. 시공을 초월한 역사 속에 중요한 획을 긋는다. 바르셀로나를 빛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는 스페인 건축학의 아버지로 꼽힌다. 가우디는 건조한 기하학식 고전주의 건축에서 벗어나 나무, 하늘, 구름, 바람, 식물, 곤충 등 자연 속 사물들을 건축에 투영해 자연이 주는 곡선과 아름다운 빛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건축물을 창조한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최고의 걸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미완성으로 현재진행중이다. 다채로운 빛깔의 바다를 헤엄치듯 아름답고 성스러운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로 가우디가 그의 남은 생애를 바친 대표작이다. 1926년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다 전차에 치여 치명상을 당했는데 노숙자로 여겨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여러날 방치된다.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이 치료 받기를 닦달한지만 가우디는 “옷차림만 보고 이 거지 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주게 해라. 그리고 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낫다”며 치료를 거부한 후 73세를 일기로 생을 마친다. 가우디가 건축학교를 졸업할 당시 학장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바보에게 주는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라진다. 예술가는 죽지 않는다. 죽어도 살아 숨쉬며 작품 속을 걸어나와 시대를 앞서 간다. 살아있는 것들의 축복을 작품 속에 담고 미래의 안식처로 우리를 인도한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한송이 선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있기를.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천재 건축가 나무 하늘 건축가 안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