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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요정의 숲, 천사의 머릿결

'세계테마기행'이란 TV 프로그램에 크로아티아만 50번 다녀왔다는 오동석 여행 작가가 나왔다. '크로아티아 박사'인 그의 말을 빌리자면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가 품은 보석',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크로아티아를 25번은 족히 다녀왔으니 크로아티아 석사(?)쯤 되는 필자도 격하게 동의하는 표현이다. 크로아티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중 한곳이 분명하며, 그래서 포토그래퍼들이 가장 로망하는 땅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명소를 꼽자면 단연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고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플리트비체는 마치 신비로운 태초의 자연을 골라 모아놓은 듯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울창한 숲 사이 영롱하게 빛나는 호수들과 천사의 머릿결처럼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요정들이 사는 판타지 속 세상 같다.   3만 헥타르 규모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크고 작은 폭포만 무려 92개, 저마다 신비로운 색깔을 뽐내는 호수만 16개나 된다.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는 작은 폭포와 굽이굽이 돌고 돌아도 끝없이 펼쳐지는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 그리고 호수에 비치는 에메랄드빛마저 환상적이다. 어떤 호수는 울창한 숲이 투영돼 청록색이며, 어떤 호수는 수질이 너무 맑아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송어 떼들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 아름다움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도 못내 아쉬워 언젠가 또 오리라, 다짐하게 되는 곳이 바로 플리트비체다.   버나드 쇼가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라'고 했던 두브로브닉(Dubrovnik)은 크로아티아 최남단에 위치한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요새로 해안을 따라 축조된 견고한 성곽과 옛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두브로브닉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을 성벽을 따라 걸어보는 것이다. 쪽빛 바다와 주황색 지붕, 피부에 닿는 금빛 햇살, 유유자적 떠다니는 보트 등 도시의 풍경과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낭만이고 감동이다.   또한 황제의 도시 '스플리트(Split)'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두브로브닉과 스플리트를 해안 도로가 유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평가받을 정도로 근사하다. 그리고 스플리트에 이르러 드넓은 아드리아해를 마주하면 왜 로마의 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왕위를 내려놓고 이곳에 오고 싶어 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스플리트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궁전을 지었다. 그것도 장장 10년에 걸쳐 그리스의 대리석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가져다 꾸밀 정도로 애정을 쏟아부었다. 도시의 대표적인 볼거리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내로라하는 화가나 포토그래퍼라 하더라도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오롯이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젠가 두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직접 크로아티아를 담아보길.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머릿결 요정 크로아티아 최남단 크로아티아 석사 도시 스플리트

2023-06-15

[이 아침에] 나르키소스의 죽음 이후…

 나르키소스(Narcisus)는 죽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서 그 얼굴을 잡으려다, 또 잡으려다, 실망. 그리고 자신에 대한 상사병으로 시나브로 죽어간다.     그의 죽음을 누가 가장 슬퍼했을까?   그의 어머니 리리오페(Liriope)가 0순위 후보. 그녀는 나르키소스가 어릴 때부터 그의 운명을 걱정한다. 너무 잘 생긴 인간의 숙명…. 오만, 질투, 욕심을 그녀는 너무 잘 안다. 리리오페는 물의 요정, 남편, 즉 나르키소스의 아버지 세피서스(Cephissus)는 강의 신.     나르키소스가 14세가 되자 리리오페는 당시 아테네의 최고의 예언가 시각장애자 테이레시아스(Tiersias)에게 데리고 간다. 테이레시아스가 말한다. “나르키소스가 자신을 알아보는 일이 없으면 (fail to recognize himself) 장수하리라.”     “자신을 알아보다” 알쏭달쏭한 말이다. 결국은 거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면 그 아름다운 모습에 겉잡을 수 없이 빠져 버린다는 예언.     나르키소스가 15세 때 또 하나의 요정이 나타난다. 에코(Echo, 메아리). 그녀는 착하고 말이 많은 여자였다. 제우스가 바람을 필 때 그의 아내 여신 헤라에게 거짓말을 시킨다. 제우스와 그의 상대 요정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헤라는 물론 크게 화를 낸다. 에코에게 말을 빼앗아 버린다. 에코에게는 남이 말을 걸었을 때 마지막 구절을 되풀이하는 능력만 남는다.     사냥 나온 나르키소스를 보고 에코는 한 눈에 반한다. 그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가 화를 내며 말한다. “보기 싫어, 꺼져 버려.” 에코가 답한다. “꺼져 버려.” 서로가 말을 주고받는 것 같지만 대화는 아니다.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말장난이 그들의 운명.   나르키소스가 작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황홀하게 아름답다. 그러나 잡을 수 없는 그림자. 그는 서서히 죽어간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에코. 그의 죽음을 가장 슬퍼할 후보 두 번째가 바로 에코. 그러나 에코는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다.     나르키소스의 어머니 리리오페나 그 남자를 연모했던 에코는 그의 죽음을 슬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 때문에 가장 슬피 운 존재는 따로 있다. 19세기 아일랜드의 시인 오스카 와일드, 그의 ‘제자(The Disciple)’라는 제목의 시에 답이 있다.     나르키소스가 죽은 후 그 연못의 물은 짠물이 되었다. 연못이 흘린 눈물 때문. 산의 요정이 연못에게 말한다. “그래 많이 슬프지. 나르키소스가 참 미남이었지.” 연못이 묻는다. “정말 그가 미남이었어요?” “아니, 연못 네가 모르면 누가 아니?”   연못이 답한다. “그가 죽어서 슬퍼요. 나는 그의 눈에 비친 멋진 나를 더 이상 볼 수 없잖아요.”   연못의 솔직한 대답은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상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져서 살고 있다. 상대를 보면서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나르키소스 죽음 상대 요정 죽음 이후 요정 남편

20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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