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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왕'의 마지막 회견

중국에 있는 전 세계 언론사의 특파원들이 7일 이른 아침부터 베이징 미디어센터에 몰렸다.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했다. 이름, 사진, 소속이 적힌 기자증을 일일이 확인하고서야 차량이 지날 수 있게 정문을 열어줬다. 건물로 들어설 땐 국제공항 출국장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엑스레이 검사대와 금속탐지기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색받았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2층 회의실로 오를 수 있었다.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곳이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로 공지됐지만 자리 다툼이 치열했다. 약 3시간 전부터 취재진이 몰려 300석 넘게 마련한 좌석엔 빈 곳이 없었다. 100대에 가까운 방송 카메라가 연단을 비추고 있었다. 10시 정각이 되자 왕 부장(사진)이 등장했다. 수백 명의 눈동자가 한 곳을 향했다. 준비한 인사말을 마친 왕 부장은 1시간 30분 넘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내외신 기자 21명에게 질문받고 일일이 답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길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견 종료 후에도 일부 기자들이 연단으로 달려가 질문을 쏟아냈다. 한 일본 기자는 “우리에겐 질문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 질문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이 외교부장으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53년생으로 올해 만 70세인 왕 부장은 앞서 10년 동안 외교부장 자리를 맡은 뒤 부총리급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후임인 친강 전 외교부장이 면직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외교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 직급 아래인 외교부장을 겸한 건 임시방편이라는 분석이다. 후임 외교부장으로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거론된다. 류 부장은 외교부 대변인 출신으로 주필리핀대사와 주인도네시아대사 등을 지냈다. ‘사드 배치’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던 2015년 3월엔 서울을 방문해 외교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왕 부장은 올해 신년 축사에서 한국 이야기를 쏙 빼놨다. 중국 외교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을 차례로 언급했지만 한국은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소원해진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앞으로 중국 외교가 나아갈 변화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도성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글로벌 아이 회견 후임 외교부장 동안 외교부장 마지막 기자회견일

2024-03-08

[중국읽기] 전화위복의 중국외교?

중국에 새 외교부장이 등장할 모양새다. 지난해 친강(秦剛)의 낙마 이후 왕이(王毅)가 대신하던 외교부장 자리에 류젠차오(劉建超) 발탁설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중국으로선 전화위복(轉禍爲福)이 아닐까 싶다. 싸움닭 대신 복스러운 이미지의 정통 외교관이 컴백하기 때문이다. 2월에 만 60세가 되는 류젠차오는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오는 3월 양회(兩會, 全人大와 政協 회의) 때 정식으로 외교부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베이징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외교부에 들어간 류에겐 최연소 타이틀이 많이 붙었다. 37세이던 2001년 중국 외교부 사상 최연소 대변인이 됐고, 2013년엔 49세로 최연소 부장조리(차관보)가 됐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인데 자질과 자격 측면에서 외교부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변인으로 9년간 ‘중국의 입’ 역할을 한 데 이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대사로 활동했다.   랴오닝성과 저장성 등 두 곳에서 지방 관리로 근무했고 국가부패예방국의 부국장으로 중앙 부처의 경험 또한 쌓았다. 특히 중국 외교의 3대 부서 모두에서 일한 강점이 있다. 친정인 외교부에선 부장조리까지 했고, 당 중앙외사판공실에선 부주임, 대외연락부에선 현재 부장(장관)의 신분이다. 문무를 겸비한 셈이다. 얼마 전 미국과의 상견례에 해당하는 방미 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류젠차오와 특별히 정식 회담을 가진 이유다.   친강이 주미 대사로 1년 반 있으면서 한 번도 블링컨을 만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이 류젠차오 대접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알 수 있다. 왜? 류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한 전랑(戰狼) 외교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저우언라이 외교의 맥을 잇는 인물이다. 베이징 주재 서방 외교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류젠차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대변인 시절 한국특파원단과 자주 어울렸고, 당시 결석을 앓던 필자의 건강까지 챙기는 섬세함을 보였다. 그는 또 외교부 부장조리 때는 한반도 사무를 직접 담당해 남북한 문제에 정통하다. 그의 발탁이 투쟁을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적인 외교 노선에 대한 조정으로 해석해도 되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우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캠퍼스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풀어나가면 냉랭한 한·중 관계에도 봄이 깃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전화위복 외교부장 자리 외교부 부장조리 친정인 외교부

2024-01-29

[J네트워크] 중국 친강 외교부장, 사라진 한 달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현장에서 처음 본 건 지난 3월 8일이었다. 매년 3월 열리는 중국 양회 기간, 외교 수장은 1년에 1번 외신기자들과 공개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날은 친 부장이 외교부장 취임 이후 외신과 만나는 첫 자리였다.   주미대사 시절 공격적인 언변으로 전랑외교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그의 회견은 다소 예상과 달랐다. 테이블에 약간 몸을 숙인 채 말하는 자세, 말하는 동안 광대뼈·미간·눈썹이 움직이지 않는 표정, 강경한 표현보다 원칙과 기준을 앞세우는 화법. 1시간 40여 분간 보여준 모습은 그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돌덩이 같다는 느낌을 줬다. 왕이 전 외교부장의 확신에 찬 표정, 감정이 드러나는 손짓과 몸짓을 봐왔던 나로선 꽤 의외였다.   친강 외교부장이 정확히 한 달째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25일 부이 탄 베트남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이 마지막 소식으로 올라와 있다. 직전 유엔 대사를 지낸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브릭스(BRICs) 외교부 장관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는 등 그의 공석을 대신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외교부 기자회견에 친 부장의 거취를 묻는 질문이 등장하지만 대변인들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나 학계에 문의해봐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최근 소식은 지난 21일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가 아스펜(Aspen) 안보포럼에 나와 친 부장의 잠적에 관한 질문에 “기다려보자”(Well, let’s wait and see)라고 말한 것이다. 진행자가 재차 물었지만 셰펑 대사는 전혀 다른 대답으로 말을 돌렸다.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친 부장의 불륜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체적으로 홍콩 봉황망 TV 앵커가 불륜 상대로 지목되는가 하면 과거 중국 당 간부들이 불륜으로 자식을 낳았을 경우 ‘중혼죄’로 처벌받았다는 기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초 건강 문제라고 했던 외교부가 “알지 못한다”고 답변 수위를 낮춘 점, 외교 수장에 대한 루머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당국의 공식 대응이 없다는 점 등이 그의 신변 이상설에 힘을 싣는다.   중국 중앙기율위 조사 대상으로 등장할지, 건강이 회복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가 중국 당 조직이 얼마나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지 또 한 번 세계에 각인시킨 것은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한 20차 당 대회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중국 외교부장 외교부장 취임 외교부 부부장 외교부 기자회견

2023-07-24

[J네트워크] 미·중 대립, ‘제로섬 게임’의 서막

지난 13일 양회 폐막 당일 중국 신화통신은 신임 지도부 인사 결정 과정을 담은 7000자 이상의 장문 기사를 실었다.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시진핑 주석과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300명 이상의 의견과 건의를 들었으며 시진핑 사상의 전면 관철과 정치 경력, 청렴도를 주요 항목으로 선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간부는 5년 이상 장관급 직책을 맡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도 포함돼 있었는데 예외가 친강 외교부장이었다. 그는 외교부장 취임 3개월 만에, 전임 왕이 부장과 비교해 5년 빨리 국무위원으로 선발됐다. 전임 주미대사였던 그에 대한 시 주석의 신임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양회 기간 가장 주목됐던 건 친강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이었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발언 내용 이상의 느낌이 있다. 표정과 어조, 제스처는 때로 말보다 많은 것을 암시한다. 그는 질문을 듣거나 말을 할 때 표정 변화는 없었다. 전임 왕이 부장이 다소 활기차게, 강조해야 할 대목에 강하게 제스처를 썼던 것과 비교해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표현은 날이 서 있었고 특히 미국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친강 부장은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전면적인 봉쇄와 진압이며 사활을 건 ‘제로섬 게임’”이라고 했다. “중국과 경쟁하지만 갈등 관계는 아니다”라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그가 신중하게 선택했을 ‘제로섬 게임’이란 표현은 승자독식 구도로 고착화한 미국에 대한 중국의 판단을 드러냈다.   그는 현 상황을 올림픽 경기에 빗대기도 했다. “미국은 올림픽 육상 경기에 나온 상대를 넘어뜨리고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참가시키려 한다. 이는 공정이 아니라 악의적인 반칙”이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다다른 결론.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로 폭주하면 충돌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갈등과 대결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계속 압박한다면 중국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란 백악관을 향한 경고였다.   회견 전날 시 주석의 발언 역시 중국이 더 이상 양국 관계 호전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정협 회의에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가들의 전면적인 봉쇄와 탄압이 중국의 발전에 유례없이 엄중한 도전을 가져왔다”고 했다.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시진핑 3기 미·중관계가 더 혼란에 빠져들 조짐이다. 당장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말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지가 관건이다. 박성훈 / 베이징 특파원J네트워크 제로섬 대립 제로섬 게임 외교부장 취임 올림픽 경기

2023-03-19

[중국읽기] 중국 차기 외교 사령탑은

중국 외교의 삼두마차로 당 중앙외사 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 대외연락부장이 꼽힌다. 지난달 초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꼽히던 류젠차오(劉建超)가 대외연락부장으로 임명되며 중국 외교 사령탑에 과연 누가 오를 것인지가 관심을 모은다. 올해 58세의 류젠차오는 2001년 37세로 최연소 대변인이 되는 등 중국 외교부 내 각종 ‘최연소’ 타이틀을 차지한 실력자다.   이와 함께 차기 외교부장으로 유력시되던 러위청(樂玉成·59)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14일 라디오와 방송담당의 국가광전총국 부국장으로 발령이 나며 후보군에서 사라졌다. 그는 영국주재 대사인 쩡저광(鄭澤光) 및 현재 외교부 부부장인 마자오쉬(馬朝旭) 등과 함께 60년대 출생 외교부의 삼검객(三劍客)으로 불릴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러시아어 전공이지만 외교부 일상 업무를 담당해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이후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류제이(劉結一, 65)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다. 류 주임은 베이징외국어대학 졸업 후 1981년 제네바 유엔사무소 통역으로 시작해 외교부 부장조리와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거쳐 유엔대사를 역임했다. 왕이 역시 외교부장이 되기 직전 대만판공실 주임으로 근무해 류 주임의 발탁 가능성이 나온다. 류 주임은 또 왕이 부장과 같이 장인이 외교부 고위 관리 출신이다. 왕이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총애했던 비서 첸자둥(錢嘉東) 전 제네바 대사의 사위인데 류제이는 장수(章曙) 전 주일대사의 사위다.   류제이 주임의 부인이 한때 ‘중국 외교의 입’으로 불렸던 장치웨(章啓月) 전 외교부 대변인이다. 86년 아시아대학변론대회에서 최우수 변론원으로 선정된 마자오쉬 부부장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올해 69세의 왕이 부장 거취가 주목된다. 두 번 외교부장을 역임해 3연임 할 수는 없으나 72세인 양제츠(楊潔?)를 대신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맡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왕이는 ‘상사가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외교관’이란 말을 듣는다. 상사의 어떤 지시에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반면 후배들로부터는 ‘같이 일하기 힘든’ 선배다. 새벽 1~2시에도 호출 명령을 내리는 등 퇴근 시간이 따로 없어서다. 중국 외교는 최근 싸움닭 외교 같다는 전랑(戰狼)외교라는 말을 듣는다. 중국 외교 지도부가 개편됨에 따라 시진핑 집권 3기의 외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일게 될지 주목된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중국 사령탑 차기 외교부장 주임과 외교부장 외교부 부부장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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