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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웅전] 의연하게 죽은 마리 앙투아네트

남자가 몰락하는 길이 있듯이 여인에게도 몰락하는 길이 있다는데, 사치와 교만과 천박함이다. 천박함은 무시를 겪지만 책 좀 읽으면 극복되고, 교만은 따돌림을 받지만 종교나 수양을 쌓으면 탈색되지만, 사치는 참으로 벗기 어려운 비난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도하게 사치했다고 비난받는 여성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왕비의 16남매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 프랑스 왕비가 됐으니 검소했더라도 사치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당시 농노들은 밭두렁에서 짐승처럼 뒹굴며 살 때 프랑스 귀족들은 산해진미를 즐기다가 중간에 토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먹었으니,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앙투아네트 왕비가 34만8000프랑짜리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샀는데, 그 값은 그 시절 파리 중산층 5000가구의 1년 생활비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음해한 귀족의 말을 스위스 출신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혁명을 합리화하려고 그대로 『고백록』에 기록한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는 말도 혁명파가 지어낸 낭설이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궁궐 안에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다친 농부를 치료해 주고, 빵공장을 세워줬다. 그런데도 프랑스혁명 와중에 국고 낭비, 부패,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왕을 타락시킨 혐의, 백성 기만, 프랑스 멸망 시도, 전쟁 유발 등으로 기소됐다. 혁명에는 늘 누명이 필요했다. 프랑스인은 그를 ‘오스트리아 계집’이라 부르며 단두대에 세웠지만, 그는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다.   앙투아네트 왕비는 단두대 계단을 올라가다가 형리의 발등을 밟자 정중하게 사과했다. 사제가 고해성사를 말하자 왕비는 “지은 죄가 없으니 고백할 것이 없다”고 대답하고 파리광장에서 의연히 죽었다. 왕비답게….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앙투아네트 의연 앙투아네트 왕비 프랑스혁명 와중 프랑스 왕비

2023-09-04

[우리말 바루기] ‘와중에’가 품은 뜻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 늘 시간에 쫓기며 지내서일까?   “바쁘신 와중에도 학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귀한 시간을 내준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지만 적절한 인사말은 아니다. 딴 겨를 없이 바쁜 상황과 ‘와중’이란 단어의 의미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와중’은 소용돌이 와(渦)와 가운데 중(中)으로 이뤄진 한자어다. 소용돌이는 물이 빙빙 돌면서 흐르는 현상으로, 힘이나 감정 따위가 뒤엉켜 요란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이런 소용돌이 가운데가 ‘와중’이다. 그 속에 있는 것과 같이 일이나 사건이 시끄럽고 복잡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그는 피란 와중에 헤어진 형을 찾고 있다”처럼 쓰인다.   ‘와중’은 전란·태풍·지진과 같이 큰일이 일어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때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일상생활에서의 바쁜 상황을 나타낼 때 “바쁘신 와중에도”와 같이 표현하는 건 지나치다. “바쁘신 중에도” “바쁘신 가운데도”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등으로 표현하면 된다.   더한 오용 사례도 있다. “기차를 타고 가던 와중에 네 생각이 났다” “모두 잠든 와중에 홀로 깨어 있었다” 등의 경우다. “기차를 타고 가던 중에” “모두 잠든 가운데”라고 하면 충분하다.우리말 바루기 와중 소용돌이 가운데 오용 사례 감정 따위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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