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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예술과 역사가 공존하는 묘지

LA 그리피스 공원(Griffith Park) 인근에 위치한 글렌데일 포레스트론 메모리얼 파크(Glendale Forest Lawn Memorial Park)는 단순한 공원묘지가 아니다. 이곳은 예술과 평화가 공존하는 장소로 유럽 고성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건축물과 대형 십자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원 안에는 박물관, 교회, 결혼식장, 장례식장이 어우러져 있다. 미국의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마이클 잭슨, 월트 디즈니, 클라크 게이블 등 20여 만 명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포레스트 론은 크리스천 사업가 허버트 이튼(Dr. Hubert Eaton)의 비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원묘지로 변모했다. 기존의 어둡고 음침한 묘지와 달리 그는 이곳을 평화롭고 밝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잔디와 나무를 심고, 유명 조각과 예술품을 배치했다. 특히 성경의 중요한 사건들을 테마로 한 작품들은 이곳의 상징적 요소다. 스테인 글래스로 원작을 재창조한 작품한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 예수의 부활과 재림을 묘사한 작품들은 그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더한다. 특히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 성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작품에 맞춰 건물을 설계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튼 박사의 비전은 공원을 단순한 묘지를 넘어 예술과 신앙의 성소로 만들었다.    또 공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테인드글라스로 재현된 '최후의 만찬'은 이튼 박사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원작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그는 훼손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작을 복원하고 보존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아씨시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본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에 주목했다. 이튼은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들에게 의뢰해 6년간 작업 끝에 1931년 완성품을 선보였다. 빛을 통해 표현된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은 원작의 감동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포레스트 론은 단순한 추모의 공간을 넘어선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포함해 약 1500여 점의 조각과 회화가 공원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미국 독립선언회의를 주제로 한 모자이크 작품 등 역사적 사건을 조명한 예술도 다수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조각과 회화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당시의 시대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곳은 예술적 감동과 역사의 울림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공간이다.    따라서 포레스트 론 메모리얼 파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예술과 신앙, 그리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방문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주소: 1712 S Glendale Ave, Glendale, CA 91205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예술과 역사 예술과 신앙 예술과 평화 포레스트론 메모리얼

2024-12-05

K 르네상스, 문화 예술의 향연으로 미주 한인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다

2024년 8월 24일, 이용기 회장님의 자택인 Chino Hills에서 열린 제3회 K 르네상스(회장: 김지나) 문화예술 퍼포먼스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K 문화의 부흥을 목표로 미주 한인 사회의 문화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약 80명의 인사들이 참석하여 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특히, 2023년 목련장을 수여받고 올해 한양대학교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으신 한인 커뮤니티의 자랑이자 존경받는 인물로 널리 알려진 이용기 회장님의 자택에서 열린 이 행사는 더욱 특별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현 LA 상공회장, 현 OC 상공회장, 현 옥타 LA 회장, YGCEO, HGCEO, 미주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장 등 남가주의 저명한 인사들이 참석하여 그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이들은 K 르네상스의 비전에 동참하며, 미주 한인 사회에서의 문화 예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K 랜드(가칭)" 프로젝트 발표였습니다. 지나 김 회장이 축사에 이어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이주영 대표와 함께 K 랜드, LLC를 이끌고 있는 뜻있는 13명의 인사들이 Idle Wild 중턱에 있는 10에이커의 땅을 구입하여 앞으로 K-Land로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음을 공개했습니다. 이 부지의 중심에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Barn이 세워질 예정입니다. 결혼식, 콘서트, 문화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곳에서 열릴 수 있으며, 주변의 넓은 땅은 산책로, 캠핑장, 휴식 공간 등 야외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K-Land는 K 르네상스와 함께, 아트 전시 및 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예술과 문화의 융합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이 협력을 통해 방문객들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으며, K-Land는 예술과 문화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K-Land와 K 르네상스의 협력은 한국 문화의 확산과 미국 내 한국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날 하이라이트로는 K-Land의 비전을 영상으로 편집하여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비전 영상은 K-Land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루어질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활동들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어진 공연에서는 Justin 김 화백의 초대로 4명의 아티스트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수채화 작품으로 알려진 "아들의 효심: Justin 김 화백"의 작품이 소장된 이용기 회장님의 거실에서 작품 설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회장님의 집안 투어가 진행되며, 곳곳에 숨어 있는 회장님의 취미와 역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의 공연에서는 Seasun Theater Artist Group 대표 클라라 신의 "You Raise Me Up" 솔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앵콜곡으로 "살짜기 옵서예"가 이어졌고, 현악 3중주 모짜르트의 Divertimento 선율이 아름다운 여름밤을 수놓았습니다. 공연 중에는 드론이 참석자들 머리 위를 춤추듯 날아다니며, 대형 LED(이주영 K 르네상스이사 협찬) 화면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또한, 미주 예술원 다루의 국악 연주로 "뱃노래", "풍년가", "사랑가"가 이어졌고, 마지막 곡으로는 모두가 함께 일어나 "진도 아리랑"을 배우고 합창하는 멋진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행사의 MC는 유산상속 전문 변호사인 헬렌 나가 맡아, 행사 진행을 매끄럽게 이끌어 주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이번 행사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습니다:   "유난히도 무겁던 여름의 끝자락에 Chino Hill 산골짜기 밤하늘에 울려 퍼지던 K 르네상스의 향연은 오랫동안 메마른 미주 한인들의 마음 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시간을 연출하여 행복한 순간을 선물하신 음악, 미술, 예술인들과 이 행사를 준비하시느라고 오랫동안 수고해 주신 지나 김 K- 르네상스 대표님과 Justin 김 화백님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K 르네상스가 미주 한인 사회에서 문화 예술의 부흥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K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합니다.     ▶문의: K Renaissance NPO (www.KRenaissance.org) / (909) 342-3949 (Jina Kim)미국 르네상스 문화예술 퍼포먼스 예술과 문화 문화 예술

2024-08-27

[문화산책] 되살려야 할 장인정신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술 각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인간 예술가를 겁주는 세상이다.   예술과 인공지능을 연결지어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기술과 정신, 형식과 내용의 문제다. 예술과 기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미학의 근본적 주제다. 인공지능에는 마음이나 정신이 없으므로,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예술가와 비교할 수 없다는 식의 친절한 설명도 뒤따른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반대의 긍정적 의견도 있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많이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말로 인간이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내 생각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이쯤에서 쟁이, 장인정신 같은 우리 전통의 가치관을 진지하게 되새겨보면, 많은 부분이 명확해질 것 같다.   길게 말할 것 없다. 석굴암 본존상, 에밀레종, 금관, 미륵반가사유상, 고려청자 같은 작품과 그것을 만든 이들을 떠올리면 된다. 기술과 정신이 완벽하게 하나로 승화된 위대한 문화유산들….   오늘날의 ‘쟁이’라는 낱말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개구쟁이, 심술쟁이, 욕심쟁이, 겁쟁이, 욕쟁이 등 좋지 않은 행동거지나 버릇을 일컫는 말이다. 예술 쪽에서도 환쟁이, 글쟁이, 풍각쟁이 등 낮춤말로 쓰인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쟁이를 높이 대접하지 않고 낮잡아보며 하찮게 취급했다. 선비 사회가 빚어낸 편견인데, 그런 사고방식이 오늘날까지 내려왔다. 이어서 현대화 바람이 불고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시대가 되면서, 장인에 대한 푸대접이 심해진 건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오늘날 예술하는 사람들을 쟁이라고 부르면 모욕으로 느끼며 화를 낸다. 예술가, 작가, 아티스트라고 높여 불러야 만족한다. 예술가가 되어야지 기능공이나 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의 말씀도 많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하고 공부해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쟁이, 장인정신, 장인 기질 등은 근본적 의미를 갖는 말이다. 기술과 정신세계에서 두루 어느 경지에 오른 예인(藝人)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옛 장인들은 결코 단순한 기술자나 기능공이 아니었다. 삶과 기예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않고, 숭고한 정신세계, 철저한 완성도를 함께 갖춘 예인들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예술’ ‘예술가’라는 말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낱말이다. 예술이라는 낱말은 현대화 과정에서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그걸 아무런 저항감 없이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가라는 말 이전에 장인, 쟁이라는 낱말이 있었고, 여기에 인공지능이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본질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장인 정신을 매우 안타까워한 일본의 방송인 에이 로쿠스케는 “나는 장인(匠人)이라는 것을 직업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는 귀천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술이나 직업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말, 참 무서운 말이다.   인공지능의 솜씨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감탄스럽다. 하지만 감동이 없다. 바로 이 지점, 감탄과 감동 사이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과 인공지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장인정신 인간 예술가들 장인정신 장인 예술과 인공지능

2023-09-14

K컬처는 신르네상스, 투자의 통로

한국 혁신 기술의 미국 진출을 기치로 한 '코리아 콘퍼런스(회장 제니 주)'가 올해 8월 16일로 확정되면서 행사의 주된 내용과 참석 투자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 코리아 콘퍼런스 측은 1000년 동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피렌체(플로렌스)에서 정치와 문화 예술에 지대한 공헌으로 '르네상스의 후원자'로 불리는 메디치 가문의 후손 로렌조 데 메디치를 자문으로 위촉했다. 그는 메디치 가문 자산관리사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주 샌디에이고에서 그를 만나 주 회장을 도와 콘퍼런스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물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탈리아 명가 출신이다. 가문 소개를 한다면.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아 역사와 함께한다. 무역, 은행, 실크로드로 대표되는 우리 가족은 예술은 물론 정치에도 '시뇨레(Sinore)' 즉 '도시의 수호신'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삶과 함께했다. 프랑스와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를 추구했으며, 르네상스 문명 구축을 지원했다. 현재는 가족들이 전세계에서 부동산, 와이너리, 재정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0년 동안 한국, 세계 속의 한국을 흥미롭게 지켜봐온 터였다. 포럼을 계기로 주 회장을 통해 알게된 많은 투자자들과 한국의 바이오 공학 기술, 패션과 푸드, 트렌드를 주도하는 K-컬처의 현재를 볼 수 있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와 유사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뻤다."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를 후원했다. 지금 K-컬처가 유달리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선조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후원했다. 나 자신도 예술품 수집가이며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전에 '르네상스 팝(pop)'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K-팝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작품과 힘을 줬고 거대한 경제적 소득을 불러왔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르네상스며 지구촌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하는데 손색이 없다. 한국에서 대규모 공연들을 지켜보며 이런 분석과 전망이 정확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훌륭하다."   -K-컬처 힘의 근원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한국 문화는 발전해왔다. 미국 문화에서 얻은 영감들은 결국 삼성과 현대라는 큰 브랜드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물론 탁월한 한국인들의 노력이 먼저겠지만 선진국과의 교류가 없었다면 지금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의 수집 예술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엄청났다. 마치 우리 가족처럼 삼성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콘퍼런스 자문으로서 주요 역할은.   "문화, 언어, 사고의 장벽(cross barrier)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싶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이 중동에서 투자를 하고, 유럽인이 한국에서 투자를 한다면 넘어야 하는 여러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조그만 오해까지 섬세하게 안내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신뢰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한국의 여러 브랜드로까지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바람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코리아 콘퍼런스를 통해 어떻게 발전돼야 한다고 보나.    "한국에는 미래가 촉망되는 핀테크 기업 등 많은 '유니콘 컴퍼니'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 주요 투자가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면서 저변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리아 콘퍼런스를 통해 이런 회사들이 알려진다면 많은 재력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투자 기회로 연결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 투자가들이 미국 쪽 기업들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메디 자문 문화 예술과 한국 혁신 참석 투자자들

2023-04-16

[시로 읽는 삶] 시 쓰는 인공지능

달리는 구름과 바람은/ 잠든 적이 없는 창을 때리고/ 모든 문을 열고// 마침내 사랑으로 나를 감싸도// 나는 어둠 속에서/ 나의 그대를 본다   -인공지능이 쓴 시 ‘우리의 봄은 끝났다’ 전문   챗GPT가 요즘 화재다. 카카오톡에 연결해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시도해 봤다.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편리했다. 별별 질문을 척척 답해주는 박사다. 물론 사용약관에는 OpenAI가 제공하는 답변이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들어 있기는 하다.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뉴저지에서 가볼 만 한 강은 어디인가?’ ‘뉴저지에는 가볼 만 한 강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델라웨어 강과 라만타 강이 있습니다. 델라웨어 강은 팰리세이즈 스테이트 파크 내에 위치하며, 라만타 강은 팰리세이즈네이셔널 월드 앤 스프림스 지역에 위치합니다. 두 강 모두 하이킹, 자전거 타기, 캠핑, 낚시 등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라는 답이 나왔다.   ‘밤에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 말해줘?’라고 묻자 ‘1. 베토벤 교향곡 9번, 2. 드뷔시-클레르드루나, 3. 바하-평화 칸타타, 4. 쇼팽-녹턴, 5. 라흐마니노프-전주곡 1번, 6. 비발디-사계 중 겨울, 7. 쇼스타코비치-피아노 소나타 2번, 8. 모차르트-아다지오, 9. 프랑-할리크의 노래, 10. 슈베르트 교향곡 8번’이라고 즉각 답을 한다.   이런 지식적인 거야 즉각 답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시를 하나 지어 달라고 해도 지체 않고 지어내는 건 뭔가.   ‘봄에 어울리는 시를 지어 줘’라고 묻자 ‘봄날이 왔다, 희망의 계절/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이 노래한다/ 어둠과 추위를 물리치고/ 봄바람이 나를 감싼다// 너도 이 봄바람처럼 부풀어 오르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날아올라라/ 희망의 빛으로 물든 이 봄/ 너의 인생도 더욱 화사해질 것이다.’라는 시를 지어낸다.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시인은 꽤 많은 시간 공을 들인다. 쓰고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퇴고를 여러 번 거쳐 완성했어도 좋은 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시 한 편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은 초 단위다. 아주 즉각적이고 서슴없다.     시 쓰는 인공지능 ‘시아’가 탄생한 것은 벌써 전이다. 시아는 인터넷 백과사전과 뉴스 등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했고 1만3000여 편에 달하는 시를 읽으며 작법을 배워 시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주제어와 명령어만 입력하면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곧바로 시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써진 시들이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으로 묶여 출간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더는 뉴스도 아니다. 신문기사는 물론 그림이나 작곡도 해내고 있어 SF적 상상력의 세계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협업, 인공지능이 예술이라는 분야에 접목되어 예술의 영역이 얼마나 넓어질지는 알 수 없겠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1만3000여 편이나 시를 읽으면서 시 작법을 공부했다니 실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더 시적 기량이 향상될 건지도 예측할 수 없겠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위협당하는 건 사실이리라.   그렇지만 예술이란 삶이 우려내는 향기다.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이 자아낸 색채 같은 것, 시가 함축된 문장의 조합만은 아니잖은가. 엄밀히 말해 인공지능이 쓴 시란 데이터에 의한 언어조합일 뿐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인공지능 협업 인공지능 예술과 과학 슈베르트 교향곡

2023-04-11

[문화 산책] 김지하 시인이 남긴 숙제들

김지하 시인이 세상 떠났다는 기사를 읽고, 명복을 빌며,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책들을 찾아서 다시 읽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황토’ ‘오적’ ‘애린’ 등의 시집은 물론이고, 김지하의 사상이 담긴 ‘남녘땅 뱃노래’ ‘밥’ ‘살림’ 같은 산문집을 주로 챙겨 읽었다.   김지하는 민족정신의 큰 예술가이자 사상가다. 우리 문화 예술에 미친 영향력도 매우 크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말년의 행적으로 인해서 ‘변절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고, 예술가로도 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참 안타깝다. 소설가 이문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지하는 “한때 헹가래 받았다가 떨어져 냉담한 대접받는 사람”이 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인은 여러 차례 투옥되며 고초를 겪고 평생 후유증을 앓았으며 최근 수년간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온갖 박해와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예술과 사상세계를 세워간 시인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김지하의 예술과 사상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운동권의 진영논리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일이 너무도 많았고, 그 바람에 많은 정신적 자산을 잃었다. 큰 손실이다.   한국사회의 현대화, 민주화 과정에서 투사도 물론 필요했지만 더 소중한 것은 정신을 바로 세워줄 사상가였다.   그의 사상은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평가되고, 구체적으로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지금이야말로 김지하의 사상과 철학을 든든한 도약대로 삼아야야 할 때다.   김지하의 사상 공부는 생명사상, 화엄사상, 율려(律呂), 후천개벽, 풍류, 신바람, 흰 그늘과 시김새의 미학 등 우리 겨레의 마음바탕을 읽어내고, 그것을 오늘의 삶에 구체적으로 접목시키려는 것이었다. 그 정신적 뿌리는 불교, 동학,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와 우리의 예술, 특히 민중들의 삶에서 우러난 전통이었다.   김지하는 여느 사상가들처럼 이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시나 연극, 판소리 사설 등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고, 짙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행동가였다. 또한, 원주의 지학순 주교나 장일순 선생과 함께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일에도 힘썼다.   60~70년대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문화패들 사이에서 김지하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문학, 연극, 탈춤이나 판소리 등의 전통예술, 미술 등 넓은 범위에서, 특히 민족민중 예술에서 ‘지하 형’으로 불리는 김지하의 생각과 주장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 문화 운동을 심은 민족예술 1세대의 대부였다.     이른바 ‘김지하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림의 오윤, 노래의 김민기, 춤 이애주, 창작 판소리 임진택, 탈춤 채희완, 연극의 김석만을 비롯한 ‘연우무대’ 단원들, 국악하는 김영동까지 민족민중 예술 1세대가 김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각자 자기 분야에서 80년대 미학과 예술론의 성과를 이루었다.   미술 쪽에서도 80년대 초부터 활발하게 전개된 민중미술의 정신적 주춧돌을 놓은 것이 김지하 시인이었다. 1969년에 쓴 ‘현실동인 선언문’이 그것이다.   이렇게 활기차게 전개되었던 김지하의 사상과 예술의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일이 바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끝으로 김지하를 이야기하면서 그 뒤에서 헌신한 부인 김영주와 장모 박경리 선생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존재는 늘 숨은 영웅이다. 역사의 굽이마다 그랬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김지하 시인 김지하 시인 김지하 사단 예술과 사상세계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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