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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김지하 시인이 남긴 숙제들

김지하 시인이 세상 떠났다는 기사를 읽고, 명복을 빌며,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책들을 찾아서 다시 읽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황토’ ‘오적’ ‘애린’ 등의 시집은 물론이고, 김지하의 사상이 담긴 ‘남녘땅 뱃노래’ ‘밥’ ‘살림’ 같은 산문집을 주로 챙겨 읽었다.
 
김지하는 민족정신의 큰 예술가이자 사상가다. 우리 문화 예술에 미친 영향력도 매우 크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말년의 행적으로 인해서 ‘변절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고, 예술가로도 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참 안타깝다. 소설가 이문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지하는 “한때 헹가래 받았다가 떨어져 냉담한 대접받는 사람”이 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인은 여러 차례 투옥되며 고초를 겪고 평생 후유증을 앓았으며 최근 수년간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온갖 박해와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예술과 사상세계를 세워간 시인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김지하의 예술과 사상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운동권의 진영논리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일이 너무도 많았고, 그 바람에 많은 정신적 자산을 잃었다. 큰 손실이다.
 
한국사회의 현대화, 민주화 과정에서 투사도 물론 필요했지만 더 소중한 것은 정신을 바로 세워줄 사상가였다.
 
그의 사상은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평가되고, 구체적으로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지금이야말로 김지하의 사상과 철학을 든든한 도약대로 삼아야야 할 때다.
 
김지하의 사상 공부는 생명사상, 화엄사상, 율려(律呂), 후천개벽, 풍류, 신바람, 흰 그늘과 시김새의 미학 등 우리 겨레의 마음바탕을 읽어내고, 그것을 오늘의 삶에 구체적으로 접목시키려는 것이었다. 그 정신적 뿌리는 불교, 동학,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와 우리의 예술, 특히 민중들의 삶에서 우러난 전통이었다.
 
김지하는 여느 사상가들처럼 이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시나 연극, 판소리 사설 등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고, 짙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행동가였다. 또한, 원주의 지학순 주교나 장일순 선생과 함께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일에도 힘썼다.
 
60~70년대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문화패들 사이에서 김지하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문학, 연극, 탈춤이나 판소리 등의 전통예술, 미술 등 넓은 범위에서, 특히 민족민중 예술에서 ‘지하 형’으로 불리는 김지하의 생각과 주장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 문화 운동을 심은 민족예술 1세대의 대부였다.  
 
이른바 ‘김지하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림의 오윤, 노래의 김민기, 춤 이애주, 창작 판소리 임진택, 탈춤 채희완, 연극의 김석만을 비롯한 ‘연우무대’ 단원들, 국악하는 김영동까지 민족민중 예술 1세대가 김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각자 자기 분야에서 80년대 미학과 예술론의 성과를 이루었다.
 
미술 쪽에서도 80년대 초부터 활발하게 전개된 민중미술의 정신적 주춧돌을 놓은 것이 김지하 시인이었다. 1969년에 쓴 ‘현실동인 선언문’이 그것이다.
 
이렇게 활기차게 전개되었던 김지하의 사상과 예술의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일이 바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끝으로 김지하를 이야기하면서 그 뒤에서 헌신한 부인 김영주와 장모 박경리 선생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존재는 늘 숨은 영웅이다. 역사의 굽이마다 그랬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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