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분' 김의환 총영사 역사관 검증에 골몰
미 동부지역 5개주 37만명 재외동포를 관할하는 주뉴욕총영사관을 향한 질의 상당수는 영사관이 아닌 김의환 주뉴욕총영사 개인을 향한 것이었다. 12일 맨해튼 주유엔대표부에서 열린 180분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는 총영사의 이른바 '광복절 발언'을 질타하는 시간으로 상당수 소진됐다. 주유엔대표부와 주뉴욕총영사관 합동 국정감사가 시행된 가운데 한국국회는 공적 문제가 아닌 사적 역사관 문제를 지적하는 데 시간을 소요하며 뉴욕지역 동포사회의 현안과 맞닿은 사안에의 관심 부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현지 인력 충원 여건 마련의 절실함을 호소하려던 주뉴욕총영사관·뉴욕한국문화원은 이날 인력 충원 마련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 총영사가 업무보고를 하며 직원 임금 현지화 및 H1B 비자 확보 필요성을 발언한 데 따라 국감 말미 김석기 위원장이 전반적인 인력 문제 관련해 고려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뉴욕 현지와 맞닿은 질문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에 대한 수사에 따라 한국도 자료 제출을 요청받았다고 질의하자 김 총영사가 "아직까지 관련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한 것뿐이었다. 상당수는 지난 8월 뉴욕한인회(회장 김광석)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서 김 총영사가 "저런 말 같잖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가 여기 계속 앉아 있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것에 대한 질의였다. 조 의원이 "특임이라 눈치 보지 않는다고 했는가. 일반 외무공무원을 폄하했다", "그만하셔야겠다"는 등 지적하자 김 총영사는 "폄하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공무원이 영혼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했다.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제 임무를 수행한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모욕을 당하고 정부가 폄하당했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해당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데에는 "외교부장관에 대해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제가 외교부장관이라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관장의 소신을 갖고 한 이야기다. 뭐가 극단적 편향인가. (조 의원의) 말씀 자체가 추상적이다. 어떤 게 극단적 편향인가. 미국에 감사를 표한 게 극단적 편향인가"가로 되물었다. 휴정 시간을 통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 총영사를 찾아갔고, 이후 김 총영사의 답변은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발언을 철회하진 않았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를 설득해야 한다"며 "여야는 감사하려고 온 것이다. 답변 용어 선택을 조심해달라. 객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문했고, 김 총영사는 수긍했다. 조 의원은 "사람마다 개성이 있는데 총영사 같은 사람 처음 봤다"며 "개인으로서 자기 사상적인 것에 대한 것은 뭐라 할 게 아니다. 공직자는 책임이 많다. 답변하시면서 하시면 안 되는 얘기 하신 거다. 제가 다시 본국감에 가서도 (문제제기)할 테니까"라고 했다. 김 총영사는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발언 과정서의 부적절한 태도에는 사과드린다"며 "다만 공관장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건 적어도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부합하게 동포들을 설득하고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누구든 환영하지만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사람들(로부터) 단호하게 지켜나가는 취지에서 말했다"고 답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주4·3사건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묻자 김 총영사는 "(제주4·3사건은)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군과 가족들이 어마어마하게 죽었다"며 "(5·18민주화운동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차 의원은 "총영사가 하시는 말씀이 일본 수상이 역사관을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 특임이 수상이 만든 특임인가. 대통령의 생각인가. 특임공관장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영하려고 했다는 건(총영사의 답변) 결국 이런 내용들이 굳건히 대통령의 정치철학 반영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에게 입장을 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황 대사는 "개인적 견해를 가진 거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도 총영사의 소신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공식 석상에서의 표현은 다른 문제다. 외교 직종은 많은 규범과 틀에 얽매인 자리다. 관행과 프로토콜이 있다"며 "특임으로 외교부 조직에 와 계시다. 특임은 다른 신분(status)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은데,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같은 외교부 조직원이고 장관 지휘 아래 있다. 조직의 성원으로서 논란이 되지 않는 게 일하는 데도 좋고 총영사 개인을 위해서도 좋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광복회장 기념사 전문은 모욕적이란 생각이 든다"며 "친일 기회주의자들이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부분은 모욕적이다.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기념사는 반대로) 표현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복회장의 할아버지께서는 존경받을 만한 분이므로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은 없다. 그런 측면에선 (총영사 견해에) 공감은 하지만 저는 정치인이다. 총영사는 공무원이다. 외교적 언사를 사용해야 한다. 외교부 공무원으로서 정부 주최 행사에선 세련되고 외교적인 표현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명의 기회를 줬다. 김 총영사는 "논란이 된 제 표현 탓에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 날 행사에 온 이들은) 대부분이 시민권자다. (광복회 발언이 나온 날) 계신 분들이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정부, 외교적 측면을 말씀하시는데 외국 분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나온다"며 "광복회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단체도 아니다. 누가 총영사에게 광복회를 폄훼할 권리를 줬는가. 그게 임명권자의 뜻은 아닐 거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광복회 의미는 영원하다. 일본이 인정하지 않는 걸 따라서 하는 한국의 공직자들이 있다.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급여를 받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유인이 되시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총영사는 업무보고를 통해 "(관할지역은) 시민권자, 영주권자로 이뤄진 곳"이라며 "총영사관은 동포와의 밀접한 관계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동포 안전과 민원 서비스는 총영사관의 주된 관심사다. 연간 민원은 4만건대 후반대로, 저출생 등으로 동포 수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민원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런데 뉴저지, 퀸즈 동포는 편도 2시간을 걸려 총영사관에 와야 하고 버팔로 등에 거주하는 동포는 편도 8시간을 써야 한다. 교통 체증이 심각하고, 교통혼잡료까지 시행되는 걸 감안하면 출장소를 만들어야 하지만 어렵다. 이 때문에 순회영사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나 장애인 등 거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총영사관이 1층에 있어야 (좋다)"고 밝혔다. 김 총영사는 "12명의 행정직원으로 7명의 창구를 운영하는데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4년간 78%가 퇴직했다"며 "행정직원 현재 월급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적이탈이라든가 복수국적이탈이라든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개념이 많다. 숙련자가 필요한데 12명중 3년 이상 근무한 자가 한 명뿐이다"라며 처우 개선을 위핸 예산 배정의 필요성을 관련 부서에 전달해줄 것을 청했다. 그러면서 "전문직 비자인 H1B 8만개중 인도계가 5만개를 가져갔다. 기가 막히다. 이걸 정치는 물론이고 주류사회가 모른다"며 "뉴욕을 대한민국 외교의 거점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기업은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그게 바로 H1B 비자 문제다. 한국어·영어 둘 다 하는 사람을 한국에서 데려올 수가 없다. 뽑을 수가 없다. 사건 많은 뉴욕에서 경찰영사도 한 명뿐이다. 인력 확충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업무보고는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의원들에 의해 여러차례 제지당했다. 이날 황 대사는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칭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인터뷰 관련 질의를 받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은 아니"라고 답했다. 아울러 인 의원은 레바논 국경에 주둔한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인 이른바 '블루헬멧'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따라 부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한국 동명부대가 철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UNIFIL은 50개국서 보낸 약 1만명의 병력으로 구성됐으며,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서 완충 역할을 한다.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총영사 역사관 주뉴욕총영사관 합동 김의환 주뉴욕총영사 뉴욕지역 동포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