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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오스카와 소수계

아카데미 시상식이 할리우드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지난 10일 열린 제96회 시상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오펜하이머’의 7개 부문 수상, 다른 하나는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시상 장면이다.   ‘오펜하이머’의 수상은 예상된 것이었고 이견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데서 다시 백인의 잔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연기 부문 시상 장면은 이런 우려를 강화했다. 남우조연상 수상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시상자 키 호이 콴을, 여우주연상 수상자 에마 스톤이 시상자 양자경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은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3년간 이어지던 다양성 존중이 약해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2020년 오스카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 ‘기생충’을 7개 부문 후보에 올리더니 각본상과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안겨주었다. 백인 남성의 잔치라는 거센 비난에 시달렸던 오스카로서는 탈출구가 필요했고 마침 작품성 높은 ‘기생충’이 명분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LA타임스는 “‘기생충’이 오스카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오스카에게 ‘기생충’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1년엔 ‘노매드랜드’와 ‘미나리’가 다양성의 상징이 됐다.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들어 올렸다.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그쳤지만 소수계를 다룬 저예산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에 오른 것 자체도 의미가 작지 않았다.   2023년은 아시안 가족을 다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독무대였다. 11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오스카의 다양성 포용 노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2020년 이후를 놓고 볼 때 올해 소수계 수상이 적다고 해서 다양성이 후퇴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라이브즈’가 각본상에서도 밀린 것은 아쉽지만 이것을 다양성 후퇴로 봐야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올해 오스카는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영화산업과 정치를 더 많이 반영했다. ‘오펜하이머’는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입해 3시간의 상영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약 10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흥행대작이 영화산업을 이끈다는 할리우드의 믿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산업 중시에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민하게 했던 지난해의 파업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감독 데뷔작 ‘아메리칸 픽션’으로 각색상을 받은 코드 제퍼슨은 수상 소감에서 “2억 달러 한 편 대신 1000만 달러 영화 20편을 만들어 보자. 아니면 400만 달러짜리 50편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작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펜하이머’의 7개 부분 석권에는 미·중 대결, 특히 미래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경쟁이 어른거린다. 영화 내용인 핵무기 개발 경쟁의 승리와 승리 뒤의 그늘에는 지금의 패권 경쟁이 투영돼 있다.   물론 올해도 오스카는 다양성 부족 비판을 받았다. ‘오펜하이머’처럼 제작비 1억 달러를 들인 ‘바비’는  전 세계 흥행에서 15억 달러로 더 많았지만 주요 부문에서 빈손이 됐다.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한 그레타 거윅을 푸대접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한인 배우 그레타 리(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실패도 백인 남성의 오스카라는 비판이 나오는 근거다.   그래도 2020년 이후 작은 영화와 아시안, 여성은 오스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두각을 보였다. 오스카의 다양성 수용도 있겠지만 아시안과 여성이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산업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오스카에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이건 분명하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오스카 소수계 올해 오스카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2024-03-25

아카데미, 한인 출연 영화 청신호

내달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한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나볼 청신호가 켜졌다.   22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탈북민 기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감독 매들린 개비)와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35) 감독 작품 ‘패스트 라이브즈’가 각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과 ‘시상식 주제곡’ 부분 예비 후보에 올랐다.     예비 후보는 전체 출품작 115편 중 15편을 추린 것으로, 내달 정식 후보 선정을 통해 5편으로 압축한다.   선정은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진행하며, 전날 10개 부문 예비 후보를 발표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낙원이라고 믿고 자란 북한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다뤘다. 이 과정을 돕는 김성은 목사도 출연한다. 북한 기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는 탈북민 인터뷰도 담았다.   작품은 앞서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크리틱스초이스(CCA) 다큐멘터리 시상식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한 영화로 크리틱스초이스상 후보 명단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배우 그레타 리) 등 3개 부문에 올랐다.   골든글로브상 후보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 지명됐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주제곡은 ‘조용한 눈(Quiet Eyes)’이다.   한편 한국 국적 엄태화 감독의 출품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예비 후보에 들지 못했다.   배우 이병헌과 박서준을 내세운 이 영화는 연출 부족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판정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작이 됐다.   아카데미 국제 장편 영화 부문은 국가당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다.   이달 7일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를 출품작으로서 조명하며 “암울한 사회 풍자극이다. 살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현지 사정과 연관지어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주 문제를 해결한 주체는 누가 될 것인지의 문제까지 연관시켰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3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불러바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최종 후보는 내달 23일 발표된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 아카데미 영화상 여우주연상 다큐멘터리 영화 다큐멘터리 시상식

2023-12-22

"영화상 시즌 강타"…한국계 감독·배우 '패스트 라이브즈' 관심 집중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셀린 송이 연출하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미국 영화계와 언론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13일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가 발표한 제29회 크리틱스초이스상 후보 명단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배우 그레타 리)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 부문에서 '바비', '오펜하이머', '가여운 것들', '플라워 킬링 문', '마에스트로' 등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들과 경쟁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11일 발표된 골든글로브상 후보에도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서 지명돼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크리틱스초이스상은 "역사적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작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상"이라고 자부하고 있어 '패스트 라이브즈'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크리틱스초이스상을 주관하는 CCA는 미국·캐나다의 방송·영화 비평가 6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미국의 영화 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날 '할리우드리포터 비평가들이 꼽은 2023 최고의 영화들'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첫 번째 영화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꼽았다.   이 매체의 선임 비평가 데이비드 루니는 이 영화를 "극작가 셀린 송의 심오한 데뷔작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배우 그레타 리가 신중한 자기 절제와 감정적 투명성의 균형을 잃지 않고 감독을 닮은 주인공을 연기하는 가운데, 어린 시절 한국에서 짝사랑하던 남자(유태오)가 뉴욕에 나타나면서 현재의 남편(존 마가로)에게 불안을 불러일으킨다"고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관계와 운명,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깊이 통찰하는 절묘한 작품으로, 각본과 세 배우의 연기 모두 로맨스 삼각관계 드라마의 모든 관습을 우아하게 비껴간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이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NYT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시상식 시즌을 강타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영화는 지난달 고섬어워즈에서 최고상을 받고, 이번 주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시상식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강자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와 함께 영화를 성공시킨 주역으로 두 남자 배우 유태오와 존 마가로를 인터뷰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또 이들의 연기에 대해 "유태오와 마가로의 세심하게 조율된 연기는 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두 남녀를 그린 영화로,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받은 뒤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독립영화·드라마상인 고섬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미국 영화사 A24가 제작했으며, 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강민혜 기자NYT 라이브즈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영화상 여우주연상

2023-12-14

한인감독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 올라

캐나다 한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제81회 골든글로브시상식(Golden Globe Awards)에서 주요 5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11일 발표한 시상식 후보 명단에 따르면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여우주연상(드라마)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 ‘바비’(9개 후보)와 ‘오펜하이머’(8개 후보), ‘플라워 킬링 문’(7개 후보), ‘가여운 것들’(6개 후보)에 이어 다관왕 후보에 랭크됐다. 이는 영화 ‘기생충’이 3개 부문 호보로 오른 것보다 많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2020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영화 ‘미나리’가 이 상을 수상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헤어진 뒤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두 남녀를 그린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했다.   이 영화는 다수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호평받은 뒤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독립영화·드라마 시상식 고섬어워즈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이번에  ‘패스트 라이브즈’와 함께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에서 경쟁하는 후보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나토미 오브 어 폴’(추락의 해부)과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플라워 킬링 문’, ‘마에스트로’, ‘오펜하이머’ 등이다.   한편, 한인 배우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도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등 3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장수아 [email protected]글로브 한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화상 여우주연상 시상식 후보

2023-12-11

[영화몽상] 왕관의 무게를 견딘 ‘칸의 여왕’

요즘은 한국 영화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탄들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기가 겸연쩍다. 국제 영화제만 아니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미 엄청난 활약을 봤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트로피 네 개를 휩쓸었고, 윤여정은 미국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서구의 국제 영화제 중 이름난 칸영화제는 말할 것도 없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즉 최고상을 안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브로커’의 송강호가 나란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미래의 한국 관객들에겐 실감이 덜 할지 몰라도, 2007년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은 호들갑을 떨고도 남을 일이었다. 한데 한국 배우 사상 첫 칸영화제 트로피가 그에게 영광만 안겨주진 않았다. 수상 이후 신작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데다, 들어오는 작품도 다양하지 않았다고 한다. ‘칸의 여왕’인데 이런 작품을 할까 하는, 그가 최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쓴 표현을 빌리면 “무게감 있고 영화제에 갈 법한 작품”이나 “작품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만 할 것이란 지레짐작이 작용했던 셈이다.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인 배우란 건 진작부터 이견이 없었다. 동시에 그는 대중 스타, 멜로나 로맨스를 포함해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캐릭터로도 친근한 스타였다. 지난달 종영한 TV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그 장기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반찬가게 사장님이자, 조카를 딸처럼 키워온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연애하는 모습을 특유의 연기로 아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맞아, 전도연이 이런 배우였지’하는 느낌을 준달까.   이어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길복순’의 전도연은 또 다르다.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이자, 기업형 살인 청부 조직의 에이스 킬러로 등장한다. 장르의 전형성을 판타지적 스타일로 변주하는 이 영화는 이 관록의 배우가 지닌 이미지 역시 살짝살짝 변주해 투영하는 듯 보인다. 극 중 킬러들이 일할 때 ‘슛 들어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역시 총을 쏜다(shoot)는 뜻이 아니라 영화 촬영(shoot)에 킬러의 일을 비유하는 듯 들린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걸 밥 먹듯 해온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수상 트로피들을 집에 전시해 두지 않는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다. 영광의 순간은 흘러간다. 전도연이 이전에 보여준 연기의 스펙트럼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은 배우란 점에서 ‘칸의 여왕’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건 공평하지 않을 듯싶다. 그게 한국 영화의 영광스러운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할 터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왕관 무게 칸영화제 트로피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국제 영화제

2023-04-12

[J네트워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양쯔충, 26년 전과 오늘의 여성

스멀스멀 떠오르던 기대가 현실이 됐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얘기다. 지난해 봄 개봉 당시 이 작품에서 삶에 찌든 세탁소 주인이자 멀티버스(다중우주)의 구원자로 열연한 양쯔충(楊紫瓊)이 여우주연상을 탈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녀는 ‘미쉘 여(Michelle Yeoh)’ 이름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스카 역사상 첫 아시아 출신 여우주연상이다.   이날 시상식 메시지의 중심에도 여성이 있었다. “여성 여러분,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황금기가 지났다고 말하도록 놔두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자신이 마치 이번 영화를 위해 40년 동안 긴 리허설을 한 것 같다고 밝힌 양쯔충으로서는 긴 연기생활 동안 뼈저리게 노력해 온 내공을 모든 여성과 공유한 셈이다.   올해 예순인 양쯔충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배우로서 입지가 좁아지지만 그에 더해 나이가 들수록 역할이 쪼그라드는 여배우의 현실을 절감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번 영화 제목이 길어 ‘EEAAO’(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약칭으로 불린다고 귀띔한 양쯔충은 당초 자신의 역할이 동료 남성 배우인 청룽(成龍)에게 갈 뻔했다고도 말했다. 그녀의 데뷔가 청룽과 함께 찍은 손목시계 광고였다니 그 인연도 묘하지만 지금까지 오기까지 다른 남성 톱배우들보다 한참 오래 걸린 셈이다.   양쯔충을 보며 26년 전 제임스 본드 영화 ‘007 네버 다이’ 홍보차 방한한 그녀를 인터뷰한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그녀는 대단한 화제였다. 첫 중국계 본드 걸이었고 위험천만한 액션을 스스로 다 감당했다. 그때 2년 차 새내기 기자였던 기자의 눈에 35살이었던 양쯔충은 카리스마와 원숙미 자체였다. 미인대회 출신답게 타고난 몸매에 시원시원한 언행이 청중을 압도했다.   1970년대 그녀의 고향인 말레이시아 페락(Perak)주 이포(Ipoh)시에 수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자 그녀는 신이 나서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다. 방한 기간 여러 번 만나며 그녀의 쾌활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본받기로 했다. 양쯔충은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며 여성 간 유대를 강조하고 나이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녀가 더 이상 나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길 어느새 쉰이 넘어버린 기자도 간절히 바란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여우주연상 아카데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트로피 아카데미 시상식

2023-03-20

세계 최대 LA웹영화제 내달 개막

K팝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라키가 주연한 '짠내아이돌'을 비롯한 국내 웹드라마(웹시리즈)와 단편 영화 등 작품 11편이 세계 최대 웹시리즈 영화제인 'LA웹페스트 2022'에 초청받았다.   'LA웹페스트 2022'는 다음 달 4~5일 LA한국문화원(KCCLA)에서 열린다. 부대 행사 등을 거쳐 5일 오후 4시에 수상작이 발표된다.   20일 'LA웹페스트 2022' 집행위원장인 강영만 감독에 따르면 '짠내아이돌'과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 등 웹시리즈 7편, '짜장면 고맙습니다'와 '번화가' 등 단편 영화 4편이 공식 노미네이트됐다.   '짠내아이돌'은 올해 8월 웹 콘텐츠 전문 국제 페스티벌 '서울웹페스트 2022'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인기 그룹 내 비인기 멤버의 처절한 생존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LA웹페스트 2022'에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시리즈 작품상 등 3개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보이그룹 씨아이엑스(CIX) 멤버 배진영 주연의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베스트 드라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서울웹페스트 2022'에서는 베스트 드라마상을 받았다.   배우 이태성의 어머니 박영혜가 신성훈 감독과 공동 연출한 '짜장면 고맙습니다'도 수상 기대작이다. 장애인 부부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최근 해외 영화제 등에 잇달아 출품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LA웹페스트 2022'에서는 감독상과 단편 작품상, 베스트 드라마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김민하가 주연을 맡은 '번화가'는 여우주연상과 단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강 감독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제 중 하나인 LA웹페스트 집행위원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웹콘텐츠 시장이 커질 텐데 한국 콘텐츠를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시작된 LA웹페스트는 2018년 5월 창립자 마이클 아자퀴가 세상을 떠나면서 잠정 중단됐다. 강 감독이 이번에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4년여 만에 재개됐다. 강 감독은 앞으로 5년간 LA웹페스트를 이끌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방영되는 짧은 콘텐츠인 웹드라마는 드라마에 편중된 우리나라와 달리 그 장르가 다양한 외국에서는 웹시리즈로 불린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50개의 웹시리즈 전문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la웹영화제 세계 베스트 드라마상 여우주연상 베스트 남우주연상 시리즈

2022-10-21

[영화몽상] 고전적 비극과 고전적 영화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관한 한 메릴 스트리프는 난공불락이다. 수상 횟수는 3번(여우주연 2번, 여우조연 1번)이지만, 후보에 오른 횟수는 무려 21번(여우주연 17번, 여우조연 4번)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후보에 오른 배우가 캐서린 햅번(1907~2003)과 잭 니컬슨인데, 각각 12번으로 메릴 스트리프의 절반 정도다.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1900~1967), 폴 뉴먼(1925~2008), 알 파치노, 덴절 워싱턴 등이 9번이다.   이중 덴절 워싱턴은 ‘맥베스의 비극’으로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애플TV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이 바탕이다. 실제 영화 역시 연극적 분위기가 강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문체이고, 배경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 실내 공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단순하다.   동시에 할리우드 고전 흑백영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영화 자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단순화한 공간에 강한 조명을 더해 흑과 백을, 빛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이 강렬한 명암은 자신이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던컨 왕을 죽여 스스로 예언을 실현하지만, 광기와 죄책감에 스스로 파멸해가는 맥베스 부부의 비극에 더없이 어울린다. 감독은 조엘 코엔.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늘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였던 그가 처음으로 혼자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와 거리가 있던 그를 ‘맥베스’로 안내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자, 극 중 맥베스 부인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지난해 ‘노매드랜드’를 포함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은 그의 출발도 연극무대였다.   셰익스피어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오셀로’의 무어인 장군이라면 몰라도, ‘맥베스’의 스코틀랜드 왕을 덴절 워싱턴이 연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한 건 처음이란다. 한데 따지고 들면 맥도먼드도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 출신이다. 이 영화에선 맥베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인물 맥더프와 그 가족들 역시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고전영화의 분위기로 새롭게 구현한 이 영화에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기괴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캐슬린 헌터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는 없다. 물론 아카데미상이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고전 비극과 고전적 비극과 할리우드 고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022-02-16

'파워 오브 도그' 오스카 12개 부문

제인 캠피온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8일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에 올랐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이날 발표한 제94회 오스카상 후보 명단에 따르면 ‘파워 오브 도그’는 작품상, 감독상, 주요 연기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캠피온 감독은 영화 ‘피아노’(1993)에 이어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두 차례 오른 최초의 여성이라는 기록을 썼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0년대 몬태나주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수정주의 서부극 형식의 심리 스릴러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드니 빌뵈브 감독의 공상과학(SF) 대작 ‘듄’은 촬영, 시각 효과, 음향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뒤를 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60년대 북아일랜드 노동자 가정의 삶을 그린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 ‘벨파스트’는 각각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작품, 감독, 각색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오스카 시상식은 다음 달 27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김상진 기자사설 여주주연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크리스틴 스튜어트 페넬로페 크루즈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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