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에 떠다니는 화장실
옛말에 ‘뒷간(화장실)과 처가는 멀리 있어야 좋다’ 는 말이 있다. ‘뒷간’ 은 뒤쪽에 있는 방이란 뜻이다. 선조들의 집 구조를 보면 화장실은 집의 뒷마당 구석진 곳에 따로 작게 지었다. 냄새나고 더러운 곳이라서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지은 구조물이 뒷간이다. ‘뒷간’ 이란 말은 서민들이 주로 사용했고, 상류층은 ‘측간(厠間)’ 이라고 불렀다. 이 밖에 지방에 따라 화장실을 정낭(淨廊), 잿간, 통싯간, 변소, 해우소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변소’는 중국의 ‘편소(便所)’에서 ‘편한 곳’이란 뜻이다. ‘해우소(解憂所)’는 주로 사찰(절)에서 쓰는 용어로 ‘근심을 해결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여행하거나, 내 집을 떠나 낯선 곳의 공중화장실은 아무래도 편치않고 불안하다. 옛날 기차는 정지해 있을 때는 화장실 사용을 금했다. 열차가 달릴 때만 화장실 사용이 허가되었다. 열차엔 오물 저장 탱크가 없었고, 오물은 달리는 바람결에 선로 변에 큰 흔적없이 뿌려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 항공기의 오물 처리도 열차처럼 상공에 뿌려지는 것일까? 미국 상공에 떠다니는 여객기는 하루 평균 약 5100여대나 된다. 이들 비행기당 평균 5개의 화장실이 있다면, 2만5000여개의 화장실이 하늘에 떠다니면서 오물을 뿌린다고 상상해 보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항공기 초창기 때, 소형 프로펠러기의 조종사들은 급하면 앉은 자세에서 신발에 소변을 받아 적당히 공중에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여객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실 항공기 내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기내 뒤쪽에 ‘이동식 변기통’을 여러 개 준비했다가 용변이 급한 승객이 발생하면 승무원이 변기통을 나누어 주었다. 오물이 든 변기통은 뚜껑을 잘 닫아 두었다가 공항에 착륙하면 빈 변기통과 교환해서 다음 비행에 사용하곤 했다. 1958년 무렵부터 제트여객기가 등장하면서 기내화장실은 호텔 수준으로 발전되었다. 여객기가 대형화되면서 승객수에 따라 화장실 숫자도 많아졌고, 이에 따라 사용하는 물의 양도 증가하였다. 탑재된 많은 양의 물은 항공기의 무게에 민감한 부담을 주게 되었다. 이것을 보완한 화장실이 ‘공기 흡입식 화장실’의 등장이다. 최신형 여객기들은 ‘공기 흡입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공기 흡입식은 항공기 내부와 외부의 기압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1만미터 상공은 지상보다 기압이 낮아서 항공기에 틈이 생기면 순식간에 외부로 빨려 나간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변기의 배설물을 빨아들여 오물 저장탱크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분뇨수거 탱크로리’가 저장된 오물을 수거해 간다. 장거리용 항공기의 화장실 숫자는 대개 일등석은 10인당 1개, 일반석은 35명당 1개를 설치한다. 물론 항공사의 요구에 따라 화장실의 숫자나 크기가 증감되기도 한다. 미국 내 몇몇 항공사는 ‘여성전용 화장실’ 또는 장애인 화장실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화장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누구나 가는 곳이다. 따라서 화장실은 삶의 현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대식 건물엔 침실에도, 거실에도, 아이들 방에도 화장실이 각각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 주는 오롯이 나만의 숨겨진 필수 공간임이 틀림없다. 문화의 발전과 함께 화장실 형태도 변화무쌍하게 발달했다. 비데(Bidet)는 필수고, 변기에 앉으면, 체중, 체온, 혈압까지 모니터링해 주는 의료기구 역할도 한다. 항공기의 화장실도 많은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미래엔 어떤 화장실로 발전해 갈지가 궁금하다. ‘레미제라블’을 쓴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 라고 말했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기고 화장실 하늘 화장실 사용 화장실 숫자 여성전용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