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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양은 주전자

얘야, 막걸리 좀 받아 오렴     엄만 맨날 나만 시켜, 언니는 안 시키고     떼구르르 주전자 뚜껑     저거 성질머리         오늘은 할아버지 제삿날     양은 주전자 몸통으로 뽀얀 막걸리가 컬컬컬컬     목까지 차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이장님댁 경숙이네 마당엔 백열등이 환하고     나무 타는 연기가 숭숭 구멍을 내며   마을로 퍼져간다       심부름은 나만 시켜     몇 발짝 걷다가 돌멩이를 냅다 걷어찼다   아, 발가락이야     벌컥벌컥 막걸리가 춤을 추다     뽀그르르 거품을 토해냈다   멀미가 가신 노란 주둥이 속   뽀얀 혀가 내밀내밀     까불지 마, 주둥이를 콱 틀어막았다     두터운 내 입술로         쏴아아 목젖으로 퍼지며     낭떠러지로 처박히는 이 아찔한 숨 막힘     내 인생의 막걸리 첫 모금       우리 언니는 공부만 지키지     삼대독자 내 동생은 몸집만 지키지     나는, 심부름이 날 지켜주냐     아, 인생은 무엇이고 운명이란 무엇이냐     오늘은 할아버지 제삿날, 술 한잔하시는 날         예끼 이놈!   할아부지이, 하나도 안 무섭다     기분이 아쭈 좋아, 엄마도 이쁘고 언니도 이이쁘다   심부름은 내가 지킨다       언제 또 제사가 돌아오나 홍유리 / 시인문예마당 주전자 양은 양은 주전자 주전자 뚜껑 할아버지 제삿날

2024-11-21

[등불 아래서] 엿장수 맘대로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며 다녀야 했던 골목길이 갑자기 공터를 만나는 곳이 있었다.     집안에 벼슬을 하셨던 조상이 있었을 커다란 한옥 대문 앞이었다. 그 기와집 처마 밑을 지키셨던 뽑기 할머니, 여름이면 어김없이 나타났던 에펠탑 빙수차, 겨울을 지켜주던 가게 앞 호빵 찜통들이 터줏대감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엿장수도 공터를 채워주던 단골이었다.   딸그락거리는 가위질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달려가 숟갈 총 부러진 것, 대꼬라지 떨어진 담뱃대, 병이라면 박카스 병까지 몽땅 들고 나왔다. 멀쩡한 양은 냄비를 들고 나온 녀석까지 온통 손수레에 숨겨진 엿을 보려고 까치발을 세웠다. 고사리손들이 가져온 고물을 밀어 넣으면 엿이 되어 나왔다. 그렇게 받자마자 입에 넣고는 없어질세라 하루 종일 오물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이 가져다 바친(?) 고물들은 참 사연 많은 것들이었다. 전쟁의 포화를 견뎌냈던 숟가락, 심지어 일제를 지나온 양은 냄비도 있었으리라. 닿고 깨어지고 부러지고 구멍 나버린 쓸모없고 모자랐던 고물들. 다 가져가면 달콤한 엿이 되었다.   마치 수고하고 무거운 우리들 인생을 가져 가면 달콤한 평안을 주시는 예수님처럼 말이다. 꼬리를 물다 보니 불경하게도 예수님이 엿장수가 되셨다. 하지만, 목수셨는데 엿장수면 또 어떠하리. 우리를 향해 다 내게로 오라고 부르시며 우리의 모든 험한 인생을 받아주시고, 달콤한 주님의 은혜를 주신 분이니 말이다.   가끔 고물로도 쳐줄 수 없는 것을 들고 올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 쓸데없는 천 쪼가리를 가져와 그저 엿과 엿장수 얼굴만 바라보는 쑥 들어간 간절한 눈을 엿장수는 외면하지 않았다. 대팻날을 세워 헐렁한 가위로 엿을 쳤다. 그것도 우리에게는 짧은 한가락이었는데 긴 두 가락짜리로 말이다. 철없던 우리는 왜 얘는 더 많이 주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 녀석들아, 엿장수 맘대로다"   요즘은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을 엿장수 맘대로라고 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만난 엿장수는 배를 곯던 퀭한 눈에 맘대로 엿을 주던 아저씨였다. 주님을 만난 이들은 고물조차 못 되는 인생을 엿으로 바꿔 먹은 사람들이다. 달콤하고 살살 녹는 주님의 사랑을 오늘 아니 평생 그리고 영원히 오물거리는 사람들이다.     뭐라도 사라지면 엿 바꿔 먹었느냐고 묻곤 한다. 우리들도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이 온다. 그날 말하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엿으로 몽땅 바꿔 먹었다고.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엿장수 엿장수 맘대로 엿과 엿장수 양은 냄비

2024-05-27

메릿 스칼라십 한인 다수 선정…2500불 지급 가장 큰 장학금

본격적인 졸업 시즌에 장학생 명단이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큰 장학 프로그램인 내셔널 메릿 장학생으로 캘리포니아에서만 한인 학생 41명이 선정됐다.   내셔널메릿장학재단(NMSC)이 9일 발표한 ‘내셔널 메릿 장학생(NMS)’ 명단에 따르면 가주에서 총 322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며 이중 한인은 엘리스 황(라카냐다고교), 에드워드 김(팰리세이드차터고교), 에릭 윤(하버드-웨스트레이크스쿨), 애론 박(위트니고교), 이민영(루터란고교) 등 총 41명이다. 한인 학생 이름은 본지가 성(라스트 네임)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NMSC는 각 장학생에게 2500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NMS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 전역에서 실시된  PSAT와 내셔날 메리트 스콜라십 자격 시험(NMSQT)을 치른 학생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1만5000여명이 내셔널 메릿 장학 프로그램 준결승(semifinal)에 진출했으며, 이중 7140명이 최종 장학생으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올해 지급되는 장학금 규모는 2800만 달러다.   지난 달에는 전기회사 에디슨인터내셔널에서 남가주 고교 졸업반 학생 3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2023년 에디슨 스칼러에 조슈아 강(세리토스고교), 엘리사 장(웨스트랜치고교), 토머스 장(업랜드고교), 재나 이(팔로스버디스고교), 니콜 이(사우스힐고교) 등이 선정됐다.     에디슨사는 이들이 대학에 재학하는 4년간 각 5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유급 여름 인턴십 등을 제공한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사설 에디슨 에디슨 장학금 에디슨 인터내셔널 양은 대학

2023-05-09

[수필]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김포공항 입구에 송정초등학교가 있다. 나는 이 학교의 28회 졸업생인 것이 자랑스럽다. 올해에 졸업하는 학생은 아마 83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6·25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나 모두가 가난했던 60년대 초등학교에 다녔다. 한 반이 6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수업했는데 교실 부족으로 저학년은 오전, 오후반이 있었다.     그 당시는 모두가 춥고 배고팠던 시절이었다. 빈곤이 거의 같은 수준이어서 도토리 키재기였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을 안고 살았던 때였다. 학교에서는 격일제로 맛있는 옥수수빵을 배급해 줬는데 그 구수한 냄새는 지금도 내 코를 자극하고 있다. 간혹 부잣집 애들은 도시락이 흰 쌀밥에 계란 프라이가 덮어져 있었고 반찬은 어묵 볶음이나, 소시지였지만 나처럼 가난한 아이들은 보리밥에 반찬은 김치가 고작이었는데도,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키득거리며 불만 없이 뛰어놀았고 병원이 무엇인 줄 모르고 건강하게 자랐다. 겨울철에는 교실에 조개탄 난로를 피웠는데 양은 도시락을 가져가면, 난로에 얹어 놓았다. 맨 밑 도시락은 탈까 봐 당번이 위로 바꾸어 가며 놓았었다.     하굣길에 교문을 나서면 행상 아주머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또 뽑기’를 하였다. 연탄불 위에 국자를 올려놓고 흑설탕을 녹여서 별 모양의 금형을 찍은 것을 부러뜨리지 않고 떼어먹으면 한번 더 할 수 있었다. 또 하얀 돌 설탕을 국자에 녹여서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었던 것을 ‘달고나’라고 했는데 10원을 지불하면 먹을 수 있는 군것질이었다. 누에고치를 삶아서 명주실을 뽑아내고 남게 되는 것이 번데기인데 그 맛은 참으로 고소했다. 신문지를 잘라서 꼬깔콘 모양으로 만든 작은 봉투 번데기는 5원, 큰 봉투에 담은 것은 10원을 주고 사서 먹은 기억이 난다.   당시에 여자애들이 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면 남자애들은 면도칼로 고무줄을 끊어 놓고 줄행랑쳤었다. 그 여자애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그런 식으로 했었나 보다. 그 여학생들은 방과 후 운동장의 풀을 호미로 캐내는 것도 숙제의 하나였다. 그때는 피서 방법이 달리 없었던지라, 행주산성 맞은편 개화산 밑에 ‘보물웅덩이’이라 일컫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는데 여름철 한낮, 벌거숭이가 되어 동무들과 미역을 감곤 하였다.     그 시절에 TV가 있는 집이 공항동 전체에서 한 집밖에 없었다. 김일 선수 레슬링 시합이 있는 날이면 낮에 그 집에 가서 마당 청소를 해주고 밤에 그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프로레슬링이 각본에 짜인 대로 진행하는 쇼란 것을 성인이 된 후에 알았다. 하지만, 김 선수가 시종일관 반칙을 당하여 수세에 몰리다가 박치기 서너번으로 승부를 뒤집는 것을 보았을 때, 어린 마음에 어찌나 그렇게 통쾌했던가?     소풍 가는 날, 줄지어 걸어서 학교 근처 야산으로 가는 것이 단골 행선지였다. 김밥에 삶은 계란 두어개, 사이다 한 병을 꿰차면 최고의 소풍 도시락이었다. 이날은 멀쩡하던 날씨도 으레 비가 왔는데 ‘소사 아저씨가 커다란 구렁이를 삽으로 때려죽여서 그렇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외국 순방 차 출국하거나, 외국 국가 원수가 방한하면  전교생이 동원되어 도로변에 줄지어 서서 종이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빠질 수 없는 행사였다.     이 모든 지나간 일들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노을 진 석양, 서산에 걸려있다. 우리는 졸업 후 초등학교 동창 모임을 사계절마다 연 4회씩 갖고 있다. 졸업 기수를 기념하기 위하여 될 수 있으면 28일 개최한다. 나도 고국을 방문했을 때 두 번 참석한 적이 있다. 많을 때는 50명 정도 모일 때도 있다. 그 모임에서는 학력의 차이를 따지지 않는다. 또 빈부의 격차도 상관치 않는다. 더구나 사회적 신분의 차이도 문제시하지 않는다. 똑같이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면 격의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을 회상해 보기도 한다. 할머니들을 아무개  엄마가 아닌 ‘영자’ ‘순자’로 호칭할 수 있어서 좋다. 남녀 구별 없이 ‘너’로 통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때의 추억들은 이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지켜보며  지지와 격려를 해주고 받는 다정한 인연을 쌓아 가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아! 이제는, 우리도 내일모레면 70줄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신의 섭리에 맡기고, 우리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   누런 콧물을 자주 훌쩍거리던 녀석을 ‘코흘리개’란 별명으로 불렀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그 친구가 보고 싶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양은 도시락 봉투 번데기 학교 근처

2023-03-30

"캐나다에서 한인 모던 여성의 미를 알리겠습니다"

 밴쿠버로 유학 온 한인 여성이 미스 아시아의 초대를 받아 캐나다 내에서 아시아 민족 사회를 대표할 아름다운 여성으로 뽑히기 위한 경선에 나선다.   강성해 양은 2022년도 캐나다의 미스 아시아 대회에 한인 대표 미인으로 참가한다. 그녀가 이번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된 계기는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SNS 올린 그녀의 사진을 보고 미스 아시아 측에서 한인 사회를 대표할 미인으로 참가해 주기를 요청해 와서다.   미스 아시아 대회(https://missasiacanada.ca/)는 캐나다 내의 아시아 민족 사회 출신 미인들을 뽑는 대회이다. 참가 자격은 18세에서 28세로 아시아에 속한 50개 국가에 해당해야 한다.   올해 대회는 각 민족을 대표하는 16명이 오는 9월 4일에 열리는 본선 대회에 진출한다. 이에 앞서 8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 합숙에 들어간다.   미스 아시아 주최측은 대회 3위까지는 글로벌 패션 콜렉티브에서 후원하는 밴쿠버패션위크를 비롯해 6개 글로벌 패션 위크에 최소 한 번 이상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이들은 Xinflix Media 프러덕션의 TV의 호스트가 될 기회도 주어진다고 안내했다.     한 미스 아시아 대회 관계자는 미스 아시아 대회에 2017년과 2020년에 한인 후보가 참가했었다고 말했다.   강 양은  "한인사회를 대표해 미인대회 나가는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해 얼마나 생산적으로 활동을 하는 지도 큰 점수가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6.25와 제헌절 날에 SNS를 통해 한인에게 이 날의 의미가 얼마나 큰 지에 대해 홍보를 해 왔고, 한국 상품을 알리기 위해 '코비스'의 처음처럼 소주 홍보 행사에도 참여했다.   또 지난 15일 제77주년 광복절에는 한인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강 양은 "캐나다에서 한인 사회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고, 여성이라는 미모보다는 한인사회의 모던 여성으로 얼마나 적극적이고, 모범적이며, 희생적일 수 있는 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양은 이미 한국에서 미스코리아 경북 대회에도 출전을 한 경험이 있다. 그녀가 미인 대회를 나가려는 꿈은 사실 어머니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어 드리겠다는 작은 정성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단순히 상업적으로 여성의 미만을 강조하는 미인대회 참가자가 아니라 정말 당당한 여성으로 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의지가 크다.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나 집이 서울이었지만, 고등학교를  기숙학교인 포항제철고등학교로 진학을 해 다녔다. 이어 서강대학교에 2019학번으로 입학해 제1전공으로 신문방송학, 2전공으로 수학, 그리고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했고, 조기 졸업 예정자로 허가를 맡을 정도로 공부에도 열심히였다.   각종 미인대회가 여성의 외향적인 아름다움만을 강조한 성적 상품화로 비판을 받아 온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강 양은 "여성의 외적미 만 보는 대회가 아니라 합숙 기간에 운동을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잘 먹는 지 등 아름다움과 모던한 여성의 힘을 심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양은 이번 대회 출전과 관련해 과거의 경험에 대해 강조했다. 미스 코리아 출전했을 때 전통 무용도 배우고, 메이크업을 배우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배웠는데, 바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선을 보이는 무용과 한복, 그리고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화장법 등을 얘기하고 뽑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또 하나 미래를 위한 비전으로 남여 평등에 대한 기반으로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곡된 여성 아름다움으로 인해 10대 때부터 지나친 다이어트 등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런 외적으로만 강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적으로 오는 자신감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다양한 경험과 깊이감에서 온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강 양은 이런 미인 대회 출전도 하나의 당당한 여성으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더 능력 있는 여성으로 성장해 다른 한인들도 돕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표영태 기자캐나다 한인 한인 여성 양은 한인사회 미인대회 참가자

2022-08-19

가격 인상 수법 천태만상

제품 양은 줄이고, 서비스는 빼고, 판촉도 덜하고…가격은 그대로’   공급망 혼란으로 세계적 물가 상승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소비자 몰래 사실상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늘어난다는 수요곡선 ‘철의 법칙’을 우회해 제품 가격을 은밀하게 올리면서도 판매가 줄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핵심은 가격을 인상하되 소비자 눈에 보이는 가격은 똑같게 하는 것이다.   저널은 국내선 항공권 평균 가격이 현재 260달러로, 25년 전인 1996년의 284달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 가격들은 물가 상승률이 적용되지 않는 명목 가격이다.  항공업계는 어떻게 20년이 넘게 티켓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비결 중 하나는 과거 티켓 가격에 포함된 서비스들을 덜어냈다는 점이다. 수하물 체크, 조기 탑승, 좌석 선택, 기내식 등 과거 티켓 가격에 반영된 서비스들을 제외하면서 고객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비행기 좌석의 질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지고, 마일리지 혜택도 줄어든 점도 티켓 가격이 그동안 인상되지 않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가격을 은밀히 올리는 방안으로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도 이용되고 있다.     이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무게, 수량, 크기 등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보다 덜 알려진 방법으로는 대용량 제품을 내놓는 방식도 있다. 흔히 ‘점보’ 사이즈 제품이 일반 크기의 제품보다 단위 가격이 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역이용해 단위 가격이 더 비싼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도 있다.   저널은 아울러 ‘원플러스원’이나 무료 배송과 같은 판촉 인센티브를 줄이는 것도 가격을 은밀히 인상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회원제 가입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서 제품 가격에 숨겨진 비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창고형 할인 매장의 제품이 통상 수퍼마켓보다 가격이 더 쌀 것으로 생각하지만, 창고형 할인 매장의 회원이 되기 위해 지불한 가입비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나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가입비였다고 저널은 전했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이 있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늘게 돼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만, 이 역시도 은밀한 가격 인상에 해당한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천태만상 인상 대용량 제품 사이즈 제품 제품 양은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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