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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다운사이징 고려사항] 이사 갈 집이 없고 애들도 돌아오는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가정은 이전까지 살아왔던 주택을 줄이는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팬데믹 이전까지의 문제다. 최근에는 주택을 줄이지 않고 자녀들과 함께 살아온 생활 스타일을 유지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이유를 들어봤다.   대부분의 은퇴 부부는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계기로 주택을 줄이는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특히 3베드룸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그런 경향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정원을 비롯해 기존 주택이 자녀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계획돼 있기 때문에 정원 관리, 청소 비용 등 관리 유지비는 물론, 재산세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페이오프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은퇴 계획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 가면서 이전의 경제 프레임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자율 상승이 예정돼 있고 40년만의 물가 상승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 공포도 이전 선배들과는 달라진 상황이다.     전미 모기지 브로커 협회(NAMB)의 한 고위임원은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이미 낮은 모기지 상환액과 이자율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살고 있는 집을 축소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5월 현재 주택은 전년 대비 14.8% 상승했으며 기존 주택 중간 판매 가격은 40만7600달러로 처음으로 40만달러를 넘어섰다. 퇴직자들이 더 높은 이자율에 신경 쓰지 않더라도 팬데믹 이전보다 지금 집을 줄이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들어 65세가 되는 마이클 김씨는 지난해 작은 딸을 결혼시키고 집을 줄이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한인타운 인근 사이즈가 작은 콘도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보니 여의치 않았던 것. 그는 10년을 더 기다려볼 심산이다. 다만 지금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빠르게 변화하지 몰라서 신문을 비롯해 외부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지금 살림을 줄이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대략 네댓 가지다.   첫째, 갈 곳이 없다   우선 큰 집을 작은 집으로 바꾸려는 은퇴자에게 선택 사양이 크게 줄어 든 상태다. 재고가 부족하고 가격도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다. 원래 큰 집을 팔아서 남은 자산 중 일부로 작은 집을 사야 하는데 이것이 현재로선 어려운 것이다. 실제 줄여서 구입이 가능한 집은 가격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이사할 곳이 없어져 일부 퇴직자들은 '그대로 있기'를 선택하고 있다.     모기지 전문가들은 "미국 어디나 가격이 인상됐고 2년 전보다 10만~20만달러가 더 비싼 집을 만날 수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줄이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둘째, 가만히 있어도 된다   일부 퇴직자에게 집을 줄이는 방안(다운사이징)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기존 주택을 유지할 여유가 있고 건강 상태가 좋다면 굳이 축소안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택 시장이 개선되거나 은퇴자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올때 까지 혹은 선호하는 커뮤니티에서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으로 편안하다면 그대로 있을 수 있다"면서 "상황도 안 좋은데 선배들이 그렇게 했다고 무턱대고 따라할 필요는 없다. 선배들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셋째, 성인 자녀가 돌아온다   자녀들이 대학으로 떠나고 졸업하고 눌러 앉아 완전히 새로운 가정을 꾸미게 되면서 기존의 부모들은 '빈 둥지'로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바꾼 일상중 하나가 성인 자녀가 둥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많은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왔고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대학을 마치고 자리를 잡을때까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부모의 주택은 자녀들이 세상으로 향하는 원정에 있어서 출발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위치, 가족, 숙박 시설로 기능한다.     넷째, 에퀴티로 작동하기를 원한다   기존의 살던 주택이나 콘도의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집을 파는 것이 현금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는 빡빡한 부동산 시장에서도 에퀴티론(주택 담보 대출, HELOC)은 다른 선택사항이다. 지금 당장 굳이 집을 팔지 않고도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다. 물론 대출 승인 등의 과정이 이전보다 빡빡하지만 리버스 모기지도 가능한 경우가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다섯째, 제자리에서 나이 먹는 것을 선호한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85세의 존 이씨는 하나뿐이 딸이 사는 샌디에이고로 이사를 갔다가 돌아온 케이스다. 그는 딸의 집이 보이는 신축 콘도로 이사했지만 실제 생활은 노부부만의 것이었고 그로서리스토어부터 가까운 이발소는 물론, 인근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비워뒀던 기존 주택으로 6개월만에 돌아왔다. 이런 이유로 원래 제자리에 계속 있고 싶어하는 시니어가 많다. 이들은 집, 위치, 지역 사회 및 생활 방식을 좋아한다. 이들은 단순한 이유로 움직일 이유가 거의 없었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의 2021년 가정 및 지역사회 선호도 조사에 응답한 50세 이상 성인의 4분의 3이 현재의 집이나 지역사회에 가능한 한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69%가 배우자 이외의 친척과 집을 공유하고 54%가 친구와 함께 집을 공유하기도 한다. 장병희 기자은퇴 다운사이징 고려사항 이사 애들 이자율 상승 현재 주택 기존 주택

2022-09-2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백목련은 피고 지고

요리 달인 집안에서 솜씨 자랑하는 건 접시물에 다이빙하는 짓이다. 식구들이 모이면 뒷전으로 밀려나 구경만 한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소문난 종가집 요리 전문가시고 레스토랑을 여럿 운영한 우서방은 미식가로 특선요리 담당이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특별한 행사날에는 요리학 전공에 레이쳘레이쇼에서 수석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출연하던 둘째 딸이 총대를 맨다. 고급 레스트랑에서나 맛보는 갖가지 음식들을 요리책에 나오는 사진처럼 후딱 만들어낸다. 나는 몇가지 음식을 장만해도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밀가루로 얼굴에 분화장을 하는데 딸은 별로 힘 안들이고 척척 만들어낸다.   딸은 뉴스앵커의 꿈을 안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어릴 적부터 숟가락 거꾸로 들고 아나운서 흉내를 냈다. 졸업을 몇달 앞둔 어느날 당당하고 거침없던 딸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죄송하지만 2년 더 컬러너리스쿨 학비를 대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동안 타주 사립대학에 아들 딸 둘 등록금 대느라 개미허리가 됐다. 겨우 허리 펴고 내 인생 살까 했는데 무슨 청천벼락! 가까스로 진정하고 틴에이저 키우며 부모지침서에서 익힌대로 ‘왜(Why)’라고 이유 안 따지고 ‘어떻게(HOW)’라고 해결책을 물었다. 지난해 졸업한 선배들 중에 앵커는 커녕 방송국에 취직한 선배조차 드문 상황이고 동양인 외모로 앵커가 되기 힘들다고 딸이 하소연했다. 푸드네트워크 쪽은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심란했다. 하루만 생각할 시간 달라고 했다가 금방 전화해서 결정했다. 대학시절 대강 공부하던 딸이 그때부터 학업에 올인, 수석으로 졸업하고 푸드네트워크 인턴에 합격했다.   부모를 제일 기쁘게 하는 일은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일이다. 티격티격 싸우면 부모 가슴 미어진다. 딸은 뉴저지, 아들은 샌디에이고에 사는데 동부와 서부의 끝을 오가며 알콩달콩 지낸다. 재택 근무가 가능해 일년에 여러달 뭉쳐 사는데 손주 넷이 어울려 노는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애들이 다니러 와서 일주일만 지나면 나는 혼이 빠지는데 두집 식구는 한두달씩 어울려 같이 산다.   요리 잘하면 어디가던 대접 받는다. 딸은 어디서나 인기 짱. 나 닮아(?) 몸 안 도사리고 실력을 발휘한다. 먹는 데는 왕중왕인 아들은 누나 요리 먹으며 사는 게 꿈, 요리에 별로인 며느리도 대환영이다. 여우와 곰은 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집은 딸은 여우고 며느리는 곰이다. 여우가 재주 부린 음식을 착한 곰은 잘도 먹는다.   이맘 때면 어머니 방 앞 뜰에 아름드리 자란 백목련이 흐드러진 잎을 휘날렸다. 잎도 안 돋아난 나무에 매달린 목련꽃잎이 청승맞아 새집 조경하며 목련을 안 심었다. 어머니날 선물 뭐 필요하느냐고 아들 딸이 물어왔다. 나이 들면 버릴 것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다. 꽃 보내지 말고 새 집에 목련을 심자고 했다.   잘려서 병에 담긴 꽃들은 삼일만 지나면 병에서 썩는 냄새가 난다. 어머니날 애들이 보낸 돈으로 앞 뜰에 백목련 한 그루 심었다. ‘할머니 나무’라고 패를 단다.   ‘떠난 뒤 서글픈 겨울은 갔습니다. (중략) 마른 잎김을 띄우며 줍는 소녀야. 뜰 아래 향기가 옷에 젖는다.’ -이기희 ‘백목련’ 중에서.   전국 고등학교생 백일장에서 고 김춘수 시인이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시다. 내가 두 살 되던 해 홀로 되신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소복을 입으셨다. 세월 따라 목련은 피고 지고 어머니 사랑은 천년의 향기로 남는다.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백목련 피고 어머니날 애들 어머니날 선물 어머니 사랑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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