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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세상을 변화시키는 분노

  올여름,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건만 9월을 코앞에 둔 지금도 한국은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최악의 더위였지만 그래도 한줄기 기쁨은 ‘2024 파리 올림픽’ 현장에서 들려오는 우리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었다.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올림픽 기간인 2주간 온 국민이 행복했다. 선수들의 땀과 투혼은 국민의 가슴 속에 큰 감동과 시원함을 안겨줬다. 특히 한국 탁구의 12년 묵은 체증을 풀어준 ‘삐약이’ 신유빈 선수는 올림픽 기간 내내 국민에게 많은 기쁨을 선사해 줬고,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반면,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는 다른 이유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시상식이 끝난 직후 돌연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부상과 관련된 협회의 대응 등 그동안 묵혀뒀던 문제점들을 세상에 드러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안 선수는 인터뷰에서 “꿈을 이루기까지 나의 원동력은 분노였다”며 협회의 부조리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반응은 다양했다. 안 선수의 용기 있는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성급한 인터뷰로 인해 올림픽에 출전했던 다른 선수들의 선전이 묻혔다고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안 선수는 한국에 돌아와 2차 폭로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7년 내내 막내라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 줄을 갈고, 선배 방의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빨래까지 도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안 선수가 시대착오적 악습에 시달려 왔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다.     안 선수가 대표팀 내 위계질서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얼마 전 은퇴를 한 ‘배구 여제’  김연경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해 5월 방송된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막내 생활이 쉽지 않았다. 선배님도 많고, 규율도 심해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그때는 빨래를 모아서 후배들이 하는 시스템이었다. 빨래도 산더미처럼 많았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식사 전에 청소해야 했다.  늦잠 자면 혼나기도 했다.  1~2년 그렇게 하다가 ‘여기 내가 빨래하러 온 건지 운동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따졌다고 한다. 배구하러 왔는데 배구보다 빨래하고 청소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김연경의 발언으로 지금은 배구협회가 많이 개선되어 선수들이 좀 더 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악습을 관습이라며 무조건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사회적 분노가 정의와 결합하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민권 운동은 공정한 분노에서 비롯되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같은 지도자들이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를 평화적인 시위와 연설로 표현하며, 결국 법적 변화와 사회적 인식을 끌어냈다.     로사 팍스라는 흑인 여성은 추운 겨울 재봉사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버스에 올라 버스 중간석에 앉았다. 잠시 후 백인 승객이 버스에 타자 운전사는  피곤함에 지쳐 졸고 있는 팍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가라며 호통을 쳤다. 그때 피곤함에 지쳐 있던 팍스는 “노(no)”라고 반발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일로 팍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까지 됐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평소 흑인 차별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킹 목사는 지역 흑인 지도자를 규합하여 사건이 발생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시내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며  버스 대신 걸어서 출근하는 흑인 물결이 거리를 메웠다.     당시 정부는 주동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회유, 협박도 모자라 투옥까지 했지만 버스 승차거부 운동은 오히려 확대됐다. 여기에 뜻 있는 백인들까지 동참하자 연방대법원은 1956년 11월 몽고메리시의 시내버스 인종 분리 제도는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한 분노가 세상을 바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화를 낼 때 4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올바른 대상에게 화를 내는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화의 원인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로 올바른 시기인가를 따져야 한다. 불의를 당할 때 혹은 화가 날 때마다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장소를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야 한다. 상대방이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넷째는 올바른 목적으로 화를 내는 것이다. 화를 내는 궁극적인 목적은 관계나 상황의 개선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올바르게 화를 내는 것은 화를 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라네.”   안세영 선수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SNS를 통해 “많은 분을 놀라게 해 마음이 무겁다. 특히 힘든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축하와 영광을 누려야 할 순간들이 해일처럼 모든 것을 덮어 버리게 됐다”며 선수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안 선수가 분노를 표출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다만 금메달의 가치와 영광의 여운을 안고 귀국한 다음에 자리를 만들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전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여간에 안 선수의 분노가 한국의 배드민턴 환경 개선에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올림픽도 끝났는데, 무덥고 긴 여름은 언제쯤 끝나려나?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변화 분노 안세영 선수 사회적 분노 신유빈 선수

2024-08-29

‘셔틀콕 여제’ 안세영 28년만에 한 풀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셔틀콕 여제’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8강전(3일)이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과의 준결승전(4일)과 달리, 결승전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일방적 승리로 마무리했다. 〈관계기사 2면〉   관련기사 배드민턴 금·사격 은…종합 6위로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우승은 남녀를 합쳐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단식의 방수현에 이어 두 번째다. 올림픽 금메달도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이다. 배드민턴이 199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의 7번째 금메달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3년 뒤엔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 감격한 안세영은 코트에 엎드렸다가 일어서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한국은 전날까지 양궁 5개, 사격 3개, 펜싱 2개를 합쳐 이른바 ‘활·총·칼’ 종목에서만 금메달 10개를 합작했다가 이날 처음으로 ‘활·총·칼’이 아닌 라켓 종목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다만 안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대표팀에 대한 비판 발언을 했다.셔틀콕 안세영 셔틀콕 여제 안세영 28년 올림픽 금메달

2024-08-05

‘셔틀콕 여왕’ 안세영 금빛 스매시

‘셔틀콕의 여왕’이라 불리는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은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를 2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이다.     이날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는 조영재 선수의 은빛 총성이 울리기도 했다.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 나간 조영재(국군체육부대)는 25점을 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격이 속사권총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며, 이로써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금메달 3개, 은메달 3개)을 냈다.   또 이날 한국 여자 탁구팀은 8강 진출 티켓을 따냈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신유빈, 이은혜, 전지희로 팀을 꾸린 한국은 브라질을 3대1로 꺾으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홍콩-스웨덴 경기 승자와 6일 오전 9시(동부시간)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여기서 승리하면 ‘최강’ 중국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 관계기사 한국판  윤지혜 기자셔틀콕 안세영 셔틀콕 여왕 안세영 금빛 속사권총 올림픽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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