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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년의 베팅, 윤 대통령 방미와 신냉전 동맹

#1. 70주년 팡파르를 위한 준비는 완벽했었다, 얼마 전까지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였던 우리가 한미동맹 70년을 거치며 반도체·배터리·군수산업의 글로벌 강국으로 올라섰기에 이달 말 워싱턴에 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자축하고 새로운 시대를 선언할 만했다. 수 조원 단위로 미국 곳곳에 투자를 하는 대기업 리더들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이 기세를 올리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2. 하지만 대통령실 주변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시민들 반응은 심드렁하다.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단기 요인. 동맹관계에서도 종종 불거지는 도청 의혹이라는 난기류와 그에 대한 서투른 봉합. 둘째는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동맹 심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프레이밍의 결핍. 단기 요인부터 보자면, 10여년만의 워싱턴 국빈 방문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핵심 참모인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하였다. 이어서 한국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미국 측의 도·감청 의혹이 대대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스라엘이나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서둘러 봉합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당황한 기색을 시민들은 알아채고 있다.   #3. 단기적인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번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이 앞으로 20년 우리 미래를 좌우할 역사적 베팅이라고 본다. 1961년 워싱턴으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러 갔던 박정희 의장의 방미가 이후 20년 가까운 고속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는 베팅이었듯이. 반미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단행한 한미 FTA도 이후 20년 한국이 제조업 선진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었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부각할 한미 간 4차산업 동맹, 인도-태평양 지역전략 등은 신냉전 시대 한국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베팅이다. 경제안보, 반도체 공급망, AI 협력을 새삼 재론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 시점에서 신냉전 자유 동맹에 베팅하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명백한 선택이다.   #4. 문제는 이러한 역사적 베팅을 설명하는 대내적 프레임이 빈곤하다는 점이다. 중도층과 청년세대는 한미관계의 심화·확대를 조건 없이 지지하지는 않는다. 명백하고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설득의 언어는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마땅히 국가 대전략의 큰 그림과 한미동맹의 심화를 묶어서 제시해야 한다.   #5. 당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면 역사적 베팅도 얼마든지 퇴색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작고 단단한 체구에 강렬한 눈빛을 지닌 박정희 의장이 1961년 11월 백악관으로 케네디 대통령을 방문하였을 때, 워싱턴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한국의 새 리더를 맞이하였다. 케네디의 의심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쿠데타 이전부터 박정희 의장이 미국 인맥을 바탕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한국군 장성들에 대해 반감이 컸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군대를 동원한 5·16 쿠데타는 당시 한국군 작전권을 통제하던 미국에는 체면을 크게 구긴 일이었다.   이 방문에서 박정희는 냉전시대 한미동맹의 기틀을 다지는 역사적 베팅을 던짐으로써 워싱턴과 국내를 놀라게 만들었다. 박 의장은 미국이 빠져들고 있던 베트남 전쟁에 한국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선제 제안했다. 아시아 냉전 동맹에 적극 뛰어드는 이 베팅이 이후 한국 산업화의 토대가 된 점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바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박 의장도 이러한 베팅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국군 베트남 파병과 한일회담 재개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파병과 한일회담으로 촉발된 1963년 위기는 결국 박정희 체제 전반기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졌다.   #6.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집권 이후 한미동맹의 글로벌화에 과감한 베팅을 감행하였다. 주변 참모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미국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고 이어서 한미 FTA를 추진하였다. 노 대통령의 결단은 이후 20년간 우리가 제조업의 글로벌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지지층은 돌아서고 여당 내에서는 파병 반대, 한국의 식민지화를 울부짖는 이들이 속출하였다. 역사적 베팅으로 G10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던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쓸쓸하였다.   #7.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윤 대통령에게 한미동맹 강화는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궤도를 이탈했던 한미관계를 정상화시킨다는 의식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역사적 베팅이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해양 자유주의 세력과 대륙 권위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있다. 자유주의 동맹은 우리에게 ‘명백한 선택’이지만, 리더는 역사적 선택의 빛과 그림자, 꿈과 리스크를 압축하는 ‘설득의 프레임’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큰 프레임 없는 역사적 베팅이란 없다. 장 훈 / 중앙대 교수·중앙일보 칼럼니스트기고 대통령 신냉전 한국 대통령실 케네디 대통령 대통령실 주변

2023-04-21

[살며 생각하며] 신냉전 시대 개막과 한국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개전과 함께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를비롯한주요 도시들에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부었고 4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발생시킨 채 주요 도시 3방면으로  중무장한 병력을 진군시키고 있다.   전언에 의하면 푸틴은 이번 전쟁을 1~4일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은 빗나갔다. 우크라이나군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고 비무장 민간인들의 저항은 능히 러시아군의 진군속도를 저하할 만 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전략적 오류와 전쟁준비 미흡까지 겹쳐 연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탱크와 장갑차들이 줄줄이 멈춰선 가운데 병사들은 백기 투항 또는 시신으로 변해 나뒹구는 참혹상들이 CNN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짜 두려움은 지금부터라는 미국 관리들의 말이 혹시라도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지만 ‘전쟁은 나에게 속했다’고 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어떻게 선하게 일하실지 기다리며 함께 기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냉전 시대의 개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91년 구소련이 무너진 뒤 국제사회는 미국의 영도 아래 동맹국이 만든 지금의 질서가 30여 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펼치며 군사 및 무역 등에서 주변국은 물론 멀리 아프리카까지 패권경쟁을 펼치며 사사건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뿐 아니다. 푸틴이 옛 소비에트연방의 영화를 회복이라도 하려는 듯 주변국들을 야금야금 침공한 것이 벌써 여러 번이고 이번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그중 하나다.     사실  중국입장에서 푸틴의 야망은 부담이다. 미·중으로 양분될뻔한 신질서에 젓가락을 놓는 얄미운 처사라 못마땅해 왔는데 기회다 싶었던지 이번엔 대놓고 러시아를 항의했다는 보도다. 그렇다고 미국 편을들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푸틴은 계륵 같은 존재다. 아무튼 세계는 미국과 동맹의 구질서와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하여 이루려는 신질서로 재편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중국·러시아·일본과는 가깝지만 역사적으로 견원지간처럼 지내왔다. 시대가 바뀐 지금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지만 정치적으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사드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한류까지 차단하는 속 좁은 나라로 비난하지만 북한 문제를 놓고는 읍소해야 할 필요악 같은 존재다. 반면 미국은 혈맹이자 우리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하며 중국·러시아·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방패 삼아야 할 숙명적 우방국이다. 그러니 우리의 스탠스는 늘 어정쩡한 약소국의 딜레마를 표출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우크라이나는 남동으로는 흑해, 아조프해, 동북으로는 러시아, 북서는 벨라루스, 서쪽으로는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 남서로는 루마니아·몰도바와 국경을 같이하고 있다. 산업으로는 도미츠 탄전의 석탄, 크리보이로그의 철광석, 카스피티아 유전과 천연가스에 이어 망간·우라늄·식염·석회석 등이 유명하다.   역사적으로는 튀르크, 몽골족 등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오다 1917년 겨우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였으나 5년 뒤인 1922년 소비에트연방에 강제 편입되어 1991년 구소련 해제와 함께 70년 만에 자유 세계의 일원이 된 국가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신냉전 개막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북서 신냉전 시대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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