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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클래식] 최고 권위 콩쿠르 휩쓸며 월드 스타로 부상

‘K클래식’ 열풍이 거세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2022년 임윤찬(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낭보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클래식 아티스트가 우승자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주요 콩쿠르 결선에 오른 한인 음악가는 700여명. 그중 110여명이 우승할 정도로 K클래식 위상이 높아졌다.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주요 콩쿠르 입상이 많아지면서 전 세계에 ‘K클래식’ 열성 팬들도 늘어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생중계하고 있는 티에리 로로 감독은 2012년에 이어 K클래식 관련 두 번째 다큐멘터리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연출해 주목받기도 했다.     ▶스타 연주자   조성진은 2015년 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클래식 음악계의 라이징 스타 연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2017년 베를린 필, 2022년엔 빈필 협연에 데뷔했다. 또 런던 심포니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구스타보 두다멜·사이먼 래틀을 비롯한 유명 지휘자들의 연주자로 무대에 섰다. 올해 세계 최고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예술가로 활동한다.     2022년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단숨에 월드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결승곡 연주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유튜브 글로벌 인기 동영상 3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클래식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건 임윤찬이 처음이다. 그는 피아노 부문 음반상을 받았으며, 젊은 예술가상도 받았다. 한국 피아니스트로서 최초다.     지난달 영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음반상을 받았다. 프랑스의 클래식 음반 전문지인 디아파종은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의 젊은 음악가상을 임윤찬의 쇼팽 앨범에 수여했다.   디아파종은 영국의 그라모폰과 더불어 유럽의 양대 음반 잡지로 꼽히며, 음반상 또한 권위를 자랑한다.     임윤찬이 유럽에서 잇달아 두 개의 상을 받은 앨범은 쇼팽의 연습곡 음반.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낸 첫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이다.     ▶세계 콩쿠르 한국 우승자들   지난해 국제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우승자들이 대거 쏟아져나왔다. 피아니스트 선율이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클리블랜드 콩쿠르와 함께 손꼽히는 국제 무대다.  피아니스트 신창룡이 2018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데 이어 선율이 두 번째 우승했다.     18세 첼리스트 김태연이 폴란드 바루샤바에서 열린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것도 화제였다. 김태연은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과 하이든 첼로 협주곡 D 장조를 연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4세에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재학 중이다.     타악기 연주자 공성연은 네덜란드 트롬프 타악기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올랐다. 1971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는 트롬프 타악기 국제 콩쿠르는 비브라폰, 마림바를 비롯한 다양한 타악기로 경연한다.     지휘 분야에서도 K클래식 위상이 빛났다. 지휘자 송민규는 이탈리아 노바라 코챠 극장에서 열린 제13회 귀도 칸텔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휘자 윤한결은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강당에서 열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윤한결은 이날 대회 결선 무대에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사단조 ‘스코틀랜드’ 등 4곡을 지휘했다.     K클래식은 작곡으로도 진격의 폭을 넓혔다. 작곡가 김태기는 몰리나리 콰르텟 작곡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캐나다 현악 4중주단인 몰리나리 콰르텟이 젊은 작곡가를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다.     작곡가 진은숙은 ‘클래식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클래식 전 분야에서 매년 1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역대 수상자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클래식계 거장들이다.     ▶미주지역 K클래식 공연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4년 연속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카네기홀은 조성진이 2월 5일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에서 연주한다고 밝혔다.     조성진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공연에서 배제된 러시아 연주자 데니스 마추예프의 대타로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뒤 ‘기적과 같은 연주’라는 평가를 받고 매년 초청을 받고 있다.   뉴욕 카네기홀은 2년 연속 피아니스트 임윤찬도 초청했다. 카네기홀이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임윤찬은 4월 25일 메인무대인 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8월에는 임윤찬이 1년 만에 다시 LA 무대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보울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베토벤의 웅장한 ‘황제’ 협주곡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2024 할리우드보울 여름 시즌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인 클래식 연주자들이 베토벤 명곡을 LA 관객에게 선사했다.     ‘올베토벤’ 공연에서 LA필하모닉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은 피아니스트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첼로 콩쿠르 우승자 최하영과 함께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와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미국 클래식계 한인 주역   LA오페라 2024~2025시즌에는 한인 성악가들이 주연으로 분해 K성악의 힘을 보여줬다. 총 5개 오페라 작품 중 두 작품에 한인 성악가들이 출연했다. 개막작인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은 소프라노 카라 손이 맡았다. 메조소프라노 김효나가 초초상의 하녀 스즈키 역으로, 바리톤 손형진이 야마도리 공작 역으로 분해 열연했다. 작곡가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은 떠오르는 성악 스타인 한인 테너 듀크 김이 열연했다. 어바인 출신인 듀크 김은 메트오페라 콩쿠르 우승자로 LA오페라 첫 무대에 데뷔했다.     첼리스트 이정현은 보스턴 심포니의 첫 아시아 여성 첼로 단원이 됐다. 보스턴 심포니가 50년 만에 뽑은 여성 첼로 단원이기도 하다. 열 살 때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한 이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게리 호프만에게 배웠고 줄리아드 음대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은영 기자K-클래식 콩쿠르 권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국제 콩쿠르 엘리자베스 콩쿠르

2024-12-31

[음악으로 읽는 세상] 쇼팽과 상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는 쇼팽과 친한 사이였다. 화가인 그는 당연히 친구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런데 들라크루아가 그린 쇼팽의 초상화는 본래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를 한 캔버스에 넣어서 그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후 수집가에 의해 그림이 둘로 갈라져 지금은 쇼팽을 그린 부분과 조르주 상드를 그린 부분이 각각 다른 곳에 소장돼 있다.   이 중 쇼팽의 얼굴은 실루엣이 살짝 무너진 채 전체적으로 브라운 계통의 색면에 흰색을 사용해 거칠게 표현했다. 열정이 흘러넘치는 열혈 청년의 얼굴이다. 반면에 조르주 상드의 얼굴은 정서적으로 지친 모습이다. 전 남편과 싸워 아이들을 쟁취하고, 끊임없이 글쓰기에 몰두하고, 틈틈이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병약한 쇼팽을 돌보는 등 일인다역을 억척스럽게 소화해 내는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상드의 모습이 아니다. 들라크루아는 상드가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일까. 아니면 현실 속에선 과도하게 흘러넘치는 상드의 기(氣)를 그림 속에서나마 누그러뜨리고 싶었던 것일까. 현실에선 쇼팽이 여성, 상드가 남성의 역할을 했지만 들라크루아의 그림에서는 두 사람이 각자의 성적(性的) 정체성에 충실한 모습을 하고 있다.   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운명처럼 들라크루아의 그림 역시 둘로 갈라져 각각 다른 곳으로 갔다. 이 걸작을 둘로 나눈 것은 물론 누군가의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림 속 두 사람이 진정한 합일(合一)을 이루고 있었다면, 한쪽이 없으면 도저히 그림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구도 속에 들어 있었다면 아무리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그것을 둘로 나누는 무식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들라크루아는 두 사람을 서로 분리해도 무방하도록 그렸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심리적·정서적 거리를 포착한 화가의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쇼팽 연인 조르주 정서적 거리 브라운 계통

2024-12-30

[신 영웅전] 쇼팽의 무덤

1830년 11월 2일 폴란드 바르샤바역에서 한 소년이 기차에 올랐다. 이름은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이었다. 그 무렵 이미 세계적인 피아노 연주자의 명성을 얻어 연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이었다. 그에게 고향에서 작은 소포가 배달됐다. 한 줌의 흙이 들어 있었는데, ‘이것은 조국 폴란드의 흙’이라 적혀 있었다.   쇼팽은 빈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행복했다. 프랑스 여류 소설가이자 사교계의 별인 조르주 상드(1804~1876)를 만나 모정과 애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객지 생활의 고독과 우울에다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쇼팽은 폐결핵으로 쿨룩거리고 있었다. 연상의 상드는 어머니처럼, 아내처럼, 간호사처럼 쇼팽을 보살폈다.   이들의 행복한 세월은 9년이 지나 끝났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영국 런던에 도착한 쇼팽은 스코틀랜드로 연주 여행을 떠났다. 그해는 유난히도 추웠다. 찬바람과 눅눅한 기후는 폐결핵을 앓던 쇼팽에게 극약이나 다름없었다.   다시 파리로 돌아와 1849년 10월 17일 끝내 눈을 감았다. 39세였다. 임종 무렵 머리맡에는 19년 동안 들고 다닌 조국의 흙이 있었다. 마들렌 교회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쇼팽이 존경했던 모차르트의 진혼곡(Requiem)이 울려 퍼졌다. 유해는 페르 라셰즈 묘지에 안장됐다. 쇼팽의 친구가 관 위에 한 줌의 폴란드 흙을 뿌려줬다.   며칠이 지나 바르샤바의 한 교회에서 쇼팽의 또 다른 장례식이 거행됐다. 관도 없이 자그마한 상자 하나만 매장됐다. 그 안에 쇼팽의 심장이 들어 있었다. 친지들은 쇼팽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심장만이라도 고국에 묻어줬다. 오늘이 쇼팽의 175주기다. 이런저런 행사가 이어지겠지만, 음악을 모르는 나에게는 그가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누가 말했던가. 예술에는 조국이 없다고….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쇼팽 무덤 프레데리크 쇼팽 폴란드 바르샤바역 조국 폴란드

2024-10-20

[왜 음악인가] 진짜 애호가의 시대

 조회수 730만.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였다. 아니, 관객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사실은 최소 730만이다. 폴란드 쇼팽 협회는 본선 2차 스트리밍 조회수까지만 공개했는데, 바로 참가자 44명이 연주한 2차 조회수가 730만 명이었다. 90여 명이 연주한 1차(130만)보다 확 늘어났고, 다운로드 횟수는 1·2차 합쳐 5만6000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 무대가 사라진 후 음악 청중은 온라인으로 연주를 보고 듣는 데 익숙해졌다. 전 세계 음악팬이 같은 시간에 지켜보기 시작하면서 음악 콩쿠르 양상도 달라졌다. 그동안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했던 대표적 이벤트가 바로 콩쿠르였는데, 이제는 수백만 명이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하기 시작했으니까.   쇼팽 콩쿠르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확인한 음악 청중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우선, 많은 청중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를 찾아내곤 했다.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스트리밍 화면 한쪽에는 댓글이 언제나 쏟아져 내리곤 했는데, 자신의 취향과 팬심을 고백하는 내용이 많았다. 다른 어떤 작곡가도 끼어들 수 없이 오로지 쇼팽만 연주하는, 독특한 이 대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 스타일을 발견한 이들이었다. 같은 곡을 여러 다른 연주로 들어보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또, 참가한 피아니스트들이 2주 동안 결승점 안 보이는 마라톤을 뛰듯 중압감을 이겨내는 과정과 함께하면서 청중은 등수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었다. 한국 참가자 중엔 피아니스트 이혁(21)과 김수연(24)이 각각 최종, 3차까지 올라갔는데, 그들이 탈락해도 응원은 식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사이에는 실력이 아닌 개성 차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90여 명의 연주를 다 듣고 나면, 무엇보다 국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 쇼팽 콩쿠르와 달리, 올해 우승자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캐나다 국적의 브루스 리우(24)다. 하지만 1차부터 함께해온 다국적 청중이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우의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의 이른 매진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부터 쇼팽 협회와 제휴해 발 빠르게 이번 공연을 준비해온 서울시향은 빠른 티켓 매진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를 추가했다.   쇼팽 협회에 따르면 콩쿠르 스트리밍을 가장 많이 본 청중은 일본(45.5%)이었고 한국·폴란드·미국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완성품을 보는 대신 여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 그러니까 진짜 애호가들의 시대가 왔다. 김호정 / 한국 문화팀 기자왜 음악인가 애호가 쇼팽 콩쿠르 스트리밍 조회수 음악 콩쿠르

2021-11-17

[J네트워크] 진짜 애호가의 시대

 조회수 730만.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였다. 아니, 관객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사실은 최소 730만이다. 폴란드 쇼팽 협회는 본선 2차 스트리밍 조회수까지만 공개했는데, 바로 참가자 44명이 연주한 2차 조회수가 730만 명이었다. 90여 명이 연주한 1차(130만)보다 확 늘어났고, 다운로드 횟수는 1·2차 합쳐 5만6000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 무대가 사라진 후 음악 청중은 온라인으로 연주를 보고 듣는 데 익숙해졌다. 전 세계 음악팬이 같은 시간에 지켜보기 시작하면서 음악 콩쿠르 양상도 달라졌다. 그동안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했던 대표적 이벤트가 바로 콩쿠르였는데, 이제는 수백만 명이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하기 시작했으니까.   쇼팽 콩쿠르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확인한 음악 청중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우선, 많은 청중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를 찾아내곤 했다.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스트리밍 화면 한쪽에는 댓글이 언제나 쏟아져 내리곤 했는데, 자신의 취향과 팬심을 고백하는 내용이 많았다. 다른 어떤 작곡가도 끼어들 수 없이 오로지 쇼팽만 연주하는, 독특한 이 대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 스타일을 발견한 이들이었다. 같은 곡을 여러 다른 연주로 들어보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또, 참가한 피아니스트들이 2주 동안 결승점 안 보이는 마라톤을 뛰듯 중압감을 이겨내는 과정과 함께하면서 청중은 등수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었다. 한국 참가자 중엔 피아니스트 이혁(21)과 김수연(24)이 각각 최종, 3차까지 올라갔는데, 그들이 탈락해도 응원은 식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사이에는 실력이 아닌 개성 차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년의 콩쿠르와 달리 입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피아니스트들에게도 큰 관심이 몰리고 있다.   피아니스트 90여 명의 연주를 다 듣고 나면, 무엇보다 국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 쇼팽 콩쿠르와 달리, 올해 우승자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캐나다 국적의 브루스 리우(24)다. 하지만 1차부터 함께해온 다국적 청중이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우의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의 이른 매진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부터 쇼팽 협회와 제휴해 발 빠르게 이번 공연을 준비해온 서울시향은 빠른 티켓 매진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를 추가했다.   쇼팽 협회에 따르면 콩쿠르 스트리밍을 가장 많이 본 청중은 일본(45.5%)이었고 한국·폴란드·미국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완성품을 보는 대신 여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 그러니까 진짜 애호가들의 시대가 왔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애호가 쇼팽 콩쿠르 스트리밍 조회수 음악 콩쿠르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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