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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참 칼럼]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소고

자본주의는 수천 년 전 인간의 상업 활동에서 시작되어, 농업 자본주의를 거쳐 봉건제의 종식과 산업혁명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자본주의는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역사의 발전법칙과 유사하게 진화하면서 전세계적인 산업화 확산을 통해 지배적 경제체제로 자리잡았다.     초기에는 산업 자본주의가 출현해 자유주의에 기초한 경제활동을 장려했으나 대공황 등으로 인해 정부 주도의 수정 자본주의로 발전하였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신속한 경제 회복을 위해 신자유주의 하에서 주주 자본주의가 등장했으나, 기업의 이익 극대화 과정에서 금융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른 환경·건강·소득불균형 등의 사회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진화하게 됐다. 자본주의 성장의 핵심 역할은 기업이 담당했다.   근대화 이후 출현한 기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이론이 정립됐고, 이 이론들은 시장 경쟁의 심화와 함께 진화했다.     초기 이론은 산업조직론(Industry Organization View)으로 기업이 경쟁자, 공급자, 수요가, 대체재, 잠재경쟁자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분석하여 전략적 포지셔닝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다소 정태적이며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자원기반론(Resource-based View)이 출현하였다.     자원기반론은 기업이 VRIN(Valuable, Rare, Inimitable, Non-substitutable)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분석을 통한 전략적 포지셔닝 외에도 기업 자체적으로 핵심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ERP, SCM, CRM, BPR, PI, 6-Sigma 등의 다양한 경영기법을 도입하였으나,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평준화되면서 기업들 간 경쟁력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VRIN 개념이 너무 이상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동적역량론(Dynamic Capability View)이 등장했고, 현재는 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이론에서는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을 활용해 신속하게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쟁우위 창출을 위해 활용하는 자산의 범위가 기업 차원에서 생태계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태계론과 접목되면서 기업 경영의 초점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Shared Value) 개념이 대두되면서, 대표적 사회적 가치로 등장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기업은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1987년 유엔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언급된 이후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경영활동이 전세계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시장 내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초기에 채택했던 본국 중심의 글로벌(Global) 전략에서 현지 여건을 고려한 글로컬(Glocal) 전략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실행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시장 내에서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제고 노력을 병행함으로써 미국시장 내 한국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은 더욱 강건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의 영문명인 Company의 어원은 Com(같이)과 Panis(빵) 라는 라틴어의 합성어인 것처럼 경영 성과인 빵을 나누어 먹고, 더욱 힘을 내서 더 큰 빵을 만들어서 나누는 발전적 협력관계를 기대해본다. 김경찬 /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코참 칼럼 경쟁력 소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성장 주주 자본주의

2024-10-15

[문예마당] 가을 소고

어머니의 묘소를 내가 사는 근교 공원묘지에 모셔 놓고도 여름 내내 한 번도 찾아가 뵙지를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나는 너 오기만 기다린다”며 늘 현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곤 하셨다.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산소를 찾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나 혼자 먼저 어머니를 찾아가 ‘모녀 타임’을 가져야 할 것 같아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커피와 국화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산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공원묘지에는 변화가 있었다. 묘지 확장을 위한 개발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여름 세상을 떠난 많은 사람이 사각 모양의 비석을 이고 죽음의 선배들과 함께 잠들어 있는 광경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아니, 이렇게나….” 놀라며 쭉 둘러보는 새 비석 가운데는 무슨 연유인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람이 꽤 많았다. 사람이 세상에 올 때는 순서대로 오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 없이 간다는 말이 새삼 실감 났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고, 불경기를 지나면서 광란의 총기 앞에 무참히 생명을 빼앗긴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부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여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묘지는 고금의 사람들이 같이 사는 장소다. 먼저 간다고 아쉬워할 것 없고, 뒤에 간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 앞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이 살게 될 것이므로…. 수없이 깔린 묘비를 둘러보면 인간의 죽음이란 가을 나무에서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과 다를 게 없는 자연의 조화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내용의 묘비명을 읽어 보면서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묘비명들이 떠올랐다. 헤밍웨이는 아내의 묘비에 “조용히 걸어 가시요. 이 사람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잠이 깨는 날이면 나는 또 이 사람에게 바가지를 긁힐 테니까요”라는 글을 새겼다고 한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다.     또 스탕달의 묘비에는 “살았노라 썼노라 그리고 사랑했노라”고 쓰여 있고, 교육의 성자 페스탈로치의 묘비엔 “모든 것은 남을 위해서였으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글이 있다. 그런가 하며 미국 국립묘지에 있는 무용용사 묘비에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미국의 무명용사가 이곳에 명예롭게 잠들다”라고 적혀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주먹을 쥐고 간 사람”이라는 재미있는 내용의 묘비명도 있다고 한다.     이날 읽어본 묘비명 중에는 “아! 어머님”이라는 짧은 절규가 가장 찡하게 와 닿았다. 묘비명은 망자의 유언에 따른 그의 좌우명일 수도 있고, 자손들이나 지인들이 그의 공덕을 기려 새기기도 한다. 어떻든 묘비에 새겨진 글은 살아서 행동했던 죽은 자의 명함이고 얼굴이다.   오랜만에 어머니 곁에 앉으니 함께 한 모녀의 세월을 뒤돌아보게 된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의 거룩한 모정에 그리움이 가득 차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평생을 기다림의 시간만 안겨 드렸던 불효를 아픔으로 반성한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는 말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을 때 “얘야, 괜찮으니 마음 편히 가져라. 기다리는 것은 언제나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단다 ”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아 사방을 돌아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어느덧 가을이 와 있었고 , 길게 가을 구름이 깔렸다.   가을은 대기의 열을 식힌다. 가을 하늘 아래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은 경이롭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고 무성한 잎들이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곧 가을이 깊어지면 모든 것은 떨어지며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가을 낙엽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때가 되면 우리도 흙으로 돌아간다. 가을이 오면 우리의 정서는 으레 허망함과 쓸쓸함, 애상과 애수를 느끼지만 가는 세월이나 자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늘이나 나무,숲, 자연은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꾸밈없이 보여 줄 뿐이다.   자연은 꾸미지 않는다. 있는 것을 없는 척, 없는 것을 있는 척, 추한 것을 아름다운 척 치장하거나 위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애쓰며 서두르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싹이 트고, 잎이 지고, 꽃이 핀다. 자연이 위대한 것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이고 또 그 자연스러움이 겸손이다. 겸손은 자연처럼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시의 문명에 휩쓸려 우리는 중요한 것을 까맣게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런 우리에게 가을은 어떻게 살고 어떤 죽음을 남겨야 하는가를 낙엽을 통해 가르침을 주며 인생을 생각하고 배우라고 한다.     슬기로운 눈을 떠 자신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은혜로운 계절이다. 낙엽처럼 나도 누군가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고 뒷받침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노력해야겠다는 의욕이 바로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원천이 될 것이다. 겸손으로, 따뜻함으로, 온유함으로 곱게 물든 인간 단풍이 되어 사람들 가슴에 그리움으로 오래오래 간직되고 싶다는 기도를 이 가을에 드리고 싶다. 김영중 / 수필가문예마당 가을 소고 가을 낙엽과 가을 소고 가을 하늘

2024-10-03

[이 아침에] 마스크 소고(小考)

 코로나나, 오미크론 유행병은 호흡기로 들어와 감염되기에 마스크가 개인적인 필수품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는, 황사로 미세먼지가 많은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마스크를 쓰고 내리면 이곳에서는 그를 환자 취급한 때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마스크를 착용치 않고는 식당에도 못 들어가는 세상이 되었다.   흉기로 무장한 흉악범들의 필수 장비 중 하나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다. 체포된 용의자도 마스크로 복면하고 자기 얼굴의 노출을 막는다. 그러나 우리는 범죄를 하려고 복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다. 범죄자나 환자가 사용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것 또한 인생살이의 사회적 변천 과정인가 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유학 가셨던 형님이 방학 때 시골집에 돌아와 감기에 걸렸다고 하얗고 부드러운 천 조각인 거즈로 만든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것을 처음 보았고, 형님 한 분은 일본 전통 속옷인 훈도시를 차고, 보고 들은 일본 문화를 부모님들에게 자랑하려다가 아버님으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던 유년기 시절의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겨울에 찬 바람이 몰아치면 우리의 윗세대 어르신들은 무명천이나 명주 목도리로 입마개를 하고 외출하였다. 한복만 입고 생활하시던 어른들은 6·25 전쟁통에 미국 군인들이 전해준 ‘도꾸리 셔쯔’라는 국방색 방한 내의는 가볍고 보온이 잘된 최고의 내복이었다. 물자가 궁핍하던 세대를 살아온 아버지는 “내가 어린 시절 겨울에는 한지(韓紙)를 내복 삼아 몸에 감고 외출하였지”라며 옛날을 회고하시는 푸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6·25를 겪은 세대는 기억한다. 올이 촘촘한 ‘도꾸리 셔쯔’에서 이를 잡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올올이 박힌 이를 사냥하는 가장 빠른 방범은 화롯불 위에다 내복을 펴서 쪼이면 숨어 있던 이놈들이 하얗게 떼 지어 나온다. 화롯불 위에서 내복을 톡톡 털면 ‘툭툭’ 소리를 내면서 화롯불에서 화형을 당한다. 지금은 인체에 해로워 사용이 금지된 DDT 가루를 분무기로 등 뒤에 뿌려 주던 장면은 기록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이라는 곤충은 포유동물의 피부에 기생하여 발진티푸스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곤충이다. 또한 머릿니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으며 아이들에게 많이 발견된다.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이나 모자, 빗, 베개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옮게 된다.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머릿니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지금은 위생상태가 좋아 기생충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지만,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고 수세식 화장실이 없던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구충약을 단체로 무상배포하였었다. 예방접종 주사기는 한 대롱에 수십 명분을 넣고 같은 주삿바늘로 연속 다른 아동들에게 맨손으로 놓아 주었다. 라텍스라는 위생 장갑은 존재하지도 않은 시절이었다. 무슨 종류의 예방주사를 맞았는지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서 사라졌다. 현재의 의료기준으로 보면 큰일 날 일들인데 그때는 그렇게 살아왔다. 반세기 전 세계 곳곳을 초토화했던 천연두는 1977년을 끝으로 지구 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또 한 세기가 지나면 우리의 후손들이 “옛날에는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있었다지…”라고 말할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새해 임인(壬寅)년에는 코로나도 물러가고 마스크 쓰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봉춘 / 수필가이 아침에 마스크 소고 마스크 소고 오미크론 유행병 예방접종 주사기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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