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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Super Bowl LVIII

제58회 수퍼보울 경기가 라스베이거스 알레자이언트 스타디움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대결이 있었다. 수퍼보울은 온 미국 사람들이 열광한다. 한국 사람들의 월드컵에 비교된다. 마켓에 가면 포테이토칩이 군데군데 나열해 놓았고 가격이 내려 쇼핑백에 무더기로 담아가는 사람도 많다. 수퍼보울 경기를 직접 보는 것이 평생소원인 사람도 있고 또 그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저금하는 사람도 있다. 티켓 가격이 1만 달러가 넘고 미국 스포츠 도박의 거의 전부를 이 경기에 베팅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할까 아니면 풋볼이 좋아서 미쳐버린 걸까 궁금하다.   나는 땅따먹기식 공을 던져 받아서 끝까지 달려 Touch down 번쩍이는 글자가 나오면 6점, 거기에 네모진 공간에 공을 차서 들어가면 1점이 가산된다는 기본적인 상식 이외에 몸집 큰 젊은이들이 태클하고 넘어지고 밀고 웬만한 체격으로는 버틸 수 없는 운동을 왜 좋아할까. 축구는 45분 동안 공을 차고 뺏고 쉴 사이 없이 움직이지만 풋볼은 15분 경기에 작전 타임이 많아 공 몇 번 던지고 넘어지고 타임아웃 또 부른다. 그러면서 3시간 경기 흐름이 있으니 몸집 큰 미국인들은 쉬면서 먹고 마시고 딱 좋아하는 경기에 악을 쓰고 덤비지도 않고 방안에 앉아 즐기니 이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 것 같다.   손님이 포티나이너스 셔츠를 세탁 주문을 했다. 아끼는 셔츠인데 아들이 몰래 입고 나가 잉크가 묻었다. 그 잉크를 지워달라는 부탁이다. 셔츠가 보통 스포츠 셔츠와 달랐다. 셔츠를 샌프란시스코 구장에서 7년 전에 45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입는 셔츠와 똑같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영원한 포티나이너스 팬이란다. 이 경기에 5000달러를 베팅했는데 포티나이너스가 이기면 1만2000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나에게도 200달러 주겠다고 약속했다.     닭 날개, 피자, 포테이토칩을 타임아웃 시간에 먹고 마신다.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으면 힘내라고 바삭거리며 칩을 먹고 이기고 있으면 기분 좋아 한잔 마신다.     미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풋볼을 가르치는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가 학교에서 배웠다며 어느 편을 응원할 거야 묻는다. 또 뉴욕 러너스 클럽에서는 수퍼보울 데이에 5마일 레이스가 있다. 치프스와 포티나이너스 라인을 만들어 시작할 때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서 출발하게 한다. 타임아웃 시간에 내보내는 광고료도 어마어마하다. 50초 광고에 700만 달러라니 광고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프타임 쇼다. 15분 동안 어느 가수가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쇼를 꾸미냐도 관심이다.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팝스타 어셔가 무대를 장식했다. 하프타임 쇼는 팝 스타들에게 꿈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퍼포먼스는 1991년 최고의 인기 그룹이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공연한 뒤 1993년 마이클 잭슨이 하프타임 쇼를 선보여 관심이 뜨거워졌다. 또 하나는 캔자스시티 트래비스 켈시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러브 스토리는 풋볼에 관심이 없던 소수 미국인의 시선마저 잡아끌고 있다.   캔자스시티는 극적 역전 쇼를 펼쳤다. 1분 53초를 남겨두고 16-19로 패색이 짙었으나 치프스에는 현역 최고의 쿼터백으로 불리는 패트릭 마홈스가 있었다. 경기 종료 3초가 남은 가운데 키커 해리스 버커가 필드골 3점을 성공시켜 19-19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에 들어갔다. 15분 연장전에서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25-22로 빈스 롬바디 트로피와 수퍼보울 2연패를 달성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super bowl 수퍼보울 경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포티나이너스 셔츠

2024-02-16

한국전쟁 73주년, 종전 70주년 기념 밴플리트 셔츠 나와

한국전쟁 73주년과 종전 70주년을 기념하여 언성히어로클럽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무명용사들의 은공을 추모하고 기억하자는 취지의 ‘위아밴플리트 we are vanfleets’캠페인의 일환으로 밴플리트 티셔츠를 22일 출시하였다.   언성히어로클럽은 2022년 설립되어 언성히어로 말 그대로 숨은 영웅들의 사례를 발굴하고, 이들의 뜻을 사회에 재조명하고 알리자는 취지의 활동을 하고 있다. 빈플리트 티셔츠 좌측에는 ‘we are vanfleet’라고 적혀 있으며, 셔츠 뒷면에는 ‘unforgettable korean war heroes’라 표기되어 있다.     캠페인 명인 밴플리트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으로, 종전 후 이승만 前대통령이 미의회 연설에서 그를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명명한 바 있으며,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재건과 종전 후에도 한국 사회의 재건을 위해 힘쓴 바 있다. 지금도 매년 수상 되고 있는 ‘밴플리트상’은 한미 우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한국인에게 수여되고 있으며 BTS, 고 이건희 삼성그룹 전회장 등이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밴플리트 장군의 아들 밴플리트 대위(참전당시 중위)도 한국전에 참전할 의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탄원서까지 내며,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52년 조종사로 B26폭격기를 타고 나갔다가 실종되었다. 아버지 밴플리트 장군은 아군의 피해를 우려해 수색을 중단시켰고, 이 사건 이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밴플리트 대위의 전쟁 중 실종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도 충격적인 뉴스였으며, 뉴욕타임즈 1면을 비롯한 미국에 많은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국전쟁 당시 147명의 미국 장성 아들들이 참전한 바 있다.   언성히어로클럽측은 밴플리트 대위와 같은 수 많은 영웅들의 사례가 있으나, 현재의 한국 사회가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캠페인 활동을 지난해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제작된 ‘we are vanfleet’ 기념 셔츠는 한국의 한 독지가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인천 남동구청장을 지낸 바 있는 장석현씨는 언성히어로클럽의 활동을 전해 듣고, 밴플리트 셔츠 제작을 지원했다. 그와 언성히어로클럽측은 지난 6월20일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밴플리트 부자와 참전용사들에게 헌화했다.   지난 해에는 ‘소중한메디케어’ 장진석 원장과 부르스터스 아이스크림 서성웅 대표, 이천구 서울사이버대 자문위원 등의 개인적인 지원을 받아, 미군 신문인 스타스앤스트라이프스지 별지에 ‘we are vanfleets’ 추모 기사를 실은 바 있다. 특히 장진석 원장은 대부분의 광고비를 자발적으로 기업 후원 받도록 노력한 바 있다. 부르스터스 서성웅 대표도 아이스크림 판매 등을 통해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한방병원 나영철 병원장은 언성히어로 취지에 맞는 부상자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치료 지원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밴플리트 기념셔츠를 제작한 언성히어로클럽측은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부터 종전일인 7월 27일까지 릴레이 셔츠 입기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언성히어로클럽측은 “한국전의 무명 영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숨은 영웅들의 사례를 계속 발굴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념 셔츠는 한정 제작되어 배포될 예정이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한국전쟁 종전 한국전쟁 당시 한국전쟁 73주년 기념 셔츠

2023-06-22

[삶의 뜨락에서] 버틴다는 것

드라마 ‘미생’ 윤태호 작가는 만화가로서 재능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 시간 자체를 버텨내기만 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어려운 환경까지 버텨내는 것까지도 다 재능이라고 했다. 만화가로서 그의 삶은 지독히 궁핍했다. 다행히 미생 덕에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이 존재의 물음에서 넓게는 철학과 사상, 정치와 문명이 탄생해왔고 좁게는 개인의 가치관 인생관이 세워진다. 시대정신을 담은 문학도 영혼을 치유하는 음악도 문화란 인간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 사는 사람 말고 또 누가 자기 밖에서 자기에 관해 물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토록 위대한 인간이 각박한 현실을 버텨내기가 힘들다. 뭘 해야 먹고 살 수 있는지가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고 직장에서는 위에서 차이고 아래에서 박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 때문에 주머니는 항상 비어있고 운전하면서 주유소를 지날 때는 내 차 기름이 얼마쯤 있는지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된다.   우리 가게 옆 캐롤 가게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파이프가 터져 가게가 물바다가 되었다. 물을 퍼내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물과 스팀이 혼합되어 곰팡이 냄새가 우리 가게까지 스며들어 온다. 오래된 건물이라 한두 번 물이 천장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건물 주인에게 몇 번씩 통보했지만 관심이 없다. 그러다 타운에서 조사관이 나와 경고장을 주면 고치는 시늉만 했다. 캐롤은 아이들이 3명이고 학교에 보내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곳이 이 가게다. 물이 전기선에 닿으면 화재 위험이 있다고 소방관이 전기를 차단했다. 캐롤 가게는 여성 핸드백과 여러 가지 파는 잡화 가게다. 크리스마스 대목도 보지 못했고 바닥부터 새로 깔고 페인트칠 하고 가방과 많은 물건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가게로 탈바꿈해 놓았다. 그러나 보험이 아직 처리되지 않아 보상도 받지 못하고 타운에서 영업 허락이 안 된 상태이고 소방서에서는 다른 보완 장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다 약속 날짜에 오지 않아 몇 번씩 재촉 전화를 해도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캐롤은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버틸 수 있는 부적 같은 힘이 아이들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말해준다. 단 한 사람도 행복하다 말한 사람 없고 모두 이루었다 말한 사람 없다고 웃으며 말하다가도 어느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버티든 버텨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친 지 3년. 빈 가게들을 볼 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버티어 내며 살아내고 있다.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멀리 바라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먼 목표가 아니라 내 앞에 작은 희망들로 우리는 버티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매주 셔츠 앞주머니에 로또 한장이 들어있는 손님이 있다. 왜 이것을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그에 대답은 간단했다. 이것이 희망이다. 이게 한 주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그는 일주일마다 희망을 산다. 버티고 버텨낸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산다. 그렇게 버텨나갈 힘만 있다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행복하다고 큰소리치진 못해도 희망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캐롤 가게 우리 가게 셔츠 앞주머니

2023-02-07

[글마당] 파란 셔츠의 사나이

“가방 찾았어요?”     내가 파란 셔츠의 사나이에게 물었다.   “아니, 나흘 후에 배달해 준다는데. 글쎄, 약속대로 가져다줄지 모르겠어요.”   “내 가방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네. 대신 승무원이 갈아입으라고 이 티셔츠 줬어요.”   맞은편에 앉은 그의 부인이 말했다. 덩치가 큰 여자라서 작은 내 옷을 빌려줄 수도 없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보자며 식당을 나갔다.   리버(river) 크루즈 탄 후 이틀이 지나자 190명 승객은 이미 친구를 만든 듯 모여 앉아 식사했다. 8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바다 크루즈는 극장, 수영장 등 많은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리버 크루즈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락이라고는 라운지에 모여 배가 지나는 마을을 내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 부부는 밥 먹을 때만은 옆 사람과 영어로 말하고 싶지 않아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식당에 들어가곤 했다. 빈자리 끝에 앉아 둘만 조용히 밥 먹다 보니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도 아시아인 우리와 어울려 봤자 답답해서 모처럼 쉬려는 즐거운 여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고 3일째 되던 날, 식당의 한가한 식탁 귀퉁이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의자 건너에 앉은 덩치 큰 파란 셔츠 입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비행기를 놓쳐서 방금 배에 탔어요.”     “아니 어쩌다 배 떠난 지 3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탈 수 있었어요?”   간절히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놓쳐서 하루는 호텔에서 자고 하루는 비행장에서 잤어요. 비행장에서 기다리다 가방도 찾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배를 쫓아오다 보니 인제야.”   그렇게 힘들게 와서도 배를 잡아탄 것만도 행운이라는 듯 밝은 표정이다.   강 크루즈길래 택시를 타고 쫓아 올 수 있었지, 바다 크루즈였다면 여행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갈아타고 오느라 24시간이 걸렸다는 둥 말들이 많다. 대부분 대서양을 건너온 승객 중 가장 가까운 곳 뉴욕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7시간 만에 암스테르담에 왔다. 아침 일찍 공항에서 크루즈 직원이 픽업해줘서 브런치 먹고 투어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세계 곳곳으로 가는 비행기가 뜰 수 있는 뉴욕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부부는 항상 19x14x9인치 케리온백과 백팩만 가지고 여행한다. 겨울 여행할 때는 많은 옷을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불편함도 있지만 두꺼운 옷은 껴입고 무조건 케리온백으로만 여행한다. 그동안 가방을 찾지 못해 당장 갈아입을 옷을 사러 다니는 승객들을 몇몇 보았기 때문이다.     파란 셔츠의 사나이가 배를 탄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두꺼운 옷이 없어 투어를 나가지 못하는 그를 내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겠어요.”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지’라는 그의 말이 내 머리에서 뱅뱅 돌며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불평불만 늘어놓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느긋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도 강 건너 언덕 위 허물어져 가는 중세 성채를 바라보며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척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사나이 셔츠 바다 크루즈 리버 크루즈 크루즈 직원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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