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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특별한 음식 맛을 내는 사람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대여섯 친구들 모임이다. 그중에 한 친구가 죽기 전에 딱 한 끼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묻는다. 말하자면 소울 푸드인 거지. 너도나도 한 가지 음식을 꺼내기 시작하자 나는 한 발짝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우리가 말한 소울 푸드의 스토리 대부분은 그 안에 엄마나 할머니가 등장했다. 우리 엄마가 가장 잘하는 메뉴가 돼지 두루치기야. 내가 언제 한 번 엄마한테 이거 단일 메뉴로만 식당을 차려도 동네 식당을 다 제압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니까. 나는 우리 할머니가 어릴 때 직접 끓여주신 단팥죽 맛을 못 잊어. 할머니랑 같이 살았거든. 내가 학교 갔다가 오면 할머니가 갈치조림도 해 주고 수제비도 해 주고 진짜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해 주셨는데 나는 그중에 단팥죽이 그렇게 맛있는 거야. 다른 집 애들은 동지나 어떤 특별한 날에만 먹잖아. 나는 허구한 날 단팥죽 타령을 했던 거지. 우리 집은 그냥 가족이 다 잡채를 좋아해. 그래서 우리 동생이랑 나는 중학교 때 엄마 아빠 두 분 다 어디 가셔서 안 계시고 우리 둘만 밥을 먹어야 했는데 둘이서 잡채를 해 먹었어. 맨날 엄마가 하는 걸 봤으니까 어린 나이라도 그 메뉴는 너무 능숙한 거야. 잡채가 왜 맛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우리 집은 당면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우리 집은 당면에 간장만 부어도 좋아할걸. 죽기 전에도 아마 잡채를 먹고 있을 거야.     왠지 실제로도 그럴 만큼 그 정도로 좋아한다는 표현이라 너무 와 닿았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된장에 고춧잎을 넣어 삭힌 고추와 고춧잎이 제일 먹고 싶다고 말했다. 50년 전 한국 식품점도 없었는데 딸을 임신하고 입덧을 심하게 하면서 그 고춧잎이 먹고 싶어 누워 있으면 천정에 고춧잎과 고추가 그림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뉴욕마라톤에서 만난 지인이 김치를 김치 통에 가득 담아 주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받아먹기가 조금 망설였다. 마켓에서 사 먹는 김치와는 전혀 다른 맛과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배추가 아삭거리고 배추 잎 사이사이에 들어간 양념이 달랐다. 파, 마늘, 무, 갓이 대충 보기에는 마켓 김치와 다르지 않았는데 씹히는 감촉이 달랐다. 살짝 물어보았다. 어떻게 담았기에 특별한 맛이 배어 있느냐고.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고 어루만지면서 골고루 양념을 섞는다고 쉽게 말한다. 설탕 대신 배와 홍시를 갈아 넣고 무, 파, 마늘, 갓은 직접 채소밭에 씨를 뿌려 가꾼 유기농 농산물이었다. 한 포기를 아껴 두었다 식구들이 모이는 설날 가지고 갔다. 떡국과 같이 먹으면서 떡국보다 김치 맛이 독특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같은 양념에 똑같은 배추로 김치를 담그지만 맛이 다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은 양념과 배추의 조합을 특이한 감각으로 잘 맞추고 고춧가루도 보기 좋고 맛깔나게 배합을 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소금으로 절이는 것도 시간과 배추 상태를 잘 파악하는 재치가 있다. 신경 쓰고 손맛까지 곁들이니 어찌 기이한 맛이 우러나오지 않겠나. 우리 친구 중에 농사를 기가 막히게 잘 지어 고추, 상추를 잘 얻어먹었다. 지금까지 농사와 음식 솜씨는 제일이라고 믿고 있었고 상추를 이모작을 해서 6월까지 밥상에 올라왔는데 이 지인은 상추를 3모작 하여 11월까지 상추를 먹는다고 했다. 3모작 상추 맛은 2모작과 맛이 조금 다를까.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음식 배추로 김치 음식 솜씨 고추 상추

2025-02-03

[살며 생각하며] 1박 2일 캠프

손주들이 여름내 다니던 캠프가 끝났다. 며느리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머님 댁에 아이들 가도 돼요? 애들이 집에서 좀 뒹굴어도 돼요. 캠프에 가도 별로 하는 게 없어요.” 다음 주 월, 화는 우리 집에 오고, 목, 금은 외가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면 일주일이 또 해결된다. 캠프 비용도 아끼고, 삼대에 걸친 결속도 좋아지고. 꿩 먹고 알 먹고. 우리 며느리는 지혜롭다.     아이들은 저녁 무렵에 천 가방을 하나씩 메고 왔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기가 무섭게 또 물었다. 정말 낚시를 가느냐고. 가려면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았다. 할 거리가 있어야 했다. 안 그러면 아이들은 배터리 나간 자동인형처럼 아이패드 앞에서 동작이 멈춘다.     “우리 샌드위치 만들자. 낚시 가서 먹을 거. 가서 피크닉도 하자.” “정말? 우리가 만들어도 돼?”     일단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으로 나갔다. 샌드위치에 넣을 상추를 8장 뜯으라고 시켰다. 이미 다 자란 상추는 뾰족한 맨드라미처럼 올라왔다. 위에는 노란 꽃이 송골송골 맺혔다. 밑둥지에 몇장 남지 않은 상춧잎을 뜯으라고 시켰다. 쉽지 않은지 몸을 굽혀서 용을 쓴다. 아이들 눈에 상추 뒤에 늘어선 늘씬한 고추들이 눈에 뜨였다. 대롱대롱 매달린 고추를 따겠다고 한다. 누가 더 큰 고추를 따나, 누가 더 많이 따나, 둘은 경쟁이 붙었다. 허리를 굽힌 아이들은 고추 덤불에 묻혀서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고추도 따야 할 판인데…   큰 애에게 개수대에서 상추를 씻으라고 했다. 상추에 물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샐러드 스피너를 꾹꾹 눌러 돌아가는 것이 재밌는지 한참을 돌린다. 작은아이는 조금만 자기가 뒷전인 듯한 낌새가 있으면 “나는?” 하고 대차게 묻는다. 나는 얼른 작은 아이에게 쟁반을 주었다. 빵을 펴서 8개로 놓으라고 시켰다. 다른 쟁반에 햄, 치즈, 상추와 토마토를 배열했다. 누구는 상추를 안 먹고 누구는 치즈를 안 먹고 누구는 마요네즈를 바르고 누구는 안 바르고… 아휴, 모르겠다. 나는 각자 샌드위치를 싸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할아버지 것을, 큰 애는 내 것을 싸주겠단다. 오늘을 위하여 야외용 의자도 4개 샀다. 차 트렁크에 의자 싣고 낚싯대 싣고 양동이 싣고, 레디 셋 고오!   물가에서 아이들은 연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외쳐댄다. 낚싯줄이 꼬였다고, 낚싯바늘에 옷이 걸렸다고 불러댄다. 나는 물가에서 좀 떨어진 경사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 밑에 의자를 폈다. 새로 산 흔들의자에 몸을 맡겼다.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호숫가에는 연 잎사귀가 짙게 드리웠다. 그 밑으로 작은 생명이 강렬한 해를 피하고 있을 터였다. 쉬는데 웬 아이들이 이렇게 떠드나 하고 구경삼아 올라올지도 모른다. 집에서 좀처럼 가지기 어려운 시간, 아이들도 나도 제각기 편안한 두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은 양동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박고 있다. 자기들 낚싯대는 팽개친 지 이미 오래다. 할아버지가 잡은 물고기에게 빵부스러기를 주고, 손으로 건드려 보고. 살아있다는 것, 반응한다는 것, 건드리면 펄쩍 튀어 오르고. 한 마리가 유달리 예민하게 반응한다. 가만히 보니 바늘을 깊게 물었는지 아가미에 상처가 났다. 다른 한 마리는 건드려도 태평한데, 아픈 물고기는 놀라 소스라친다. 물에 놓아 주었다. 잘 가라. 부디 회복하여라. 미안하다.     갈회색 빛이 도는 손바닥만 한 붕어가 낚싯대에 딸려 올 때마다 아이들은 환성을 지른다. 피쉬!! 피쉬!! 하면서. 작은 아이가 자기 병의 물을 벌컥벌컥 다 들이켰다. 빈 병에 물을 길어서 양동이 안으로 나른다. 큰애가 이름 붙인 죠오, 스키너 등 물고기 다섯 마리는 한가롭다. 나중에 놓여날 것을 아는지 별걱정이 없어 보인다. 갑자기 큰 애가 소리친다. 올챙이! 올챙이! 청록색 수면 위에 뽕끗한 움직임이 보인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후 해는 막바지 여름을 달구고 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캠프 캠프 비용 치즈 상추 고추 덤불

2024-08-13

상추도 음식에 맞춰 먹는다…종류·가격 다양해져

봄이 완연한 4월 한국 마켓에 쌈 채소로 인기인 다양한 상추가 나와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일 년 내내 판매되는 청상추, 홍상추 외에 버터상추, 한국 꽃상추, 로메인 상추, 아티시안 상추, 아이스버그 등이 가세하면서 음식 궁합에 따라 상추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팬데믹 기간에 ‘집밥’이 늘면서 최근 물가상승에도 한인들 밥상의 필수 채소인 상추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한인 마켓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너무 부드러워 버터처럼 입에서 녹는 식감으로 이름이 지어진 버터 상추는 봄이 제철로 부드럽고 맛이 달콤하다.     캘리포니아산 유기농 버터 상추는 한 팩에 2.99~3.49달러로 뿌리가 붙은 채로 개별 포장되어 있어 보관이 쉽고 쉽게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시온마켓 관계자는 “잎이 크고 부드러워 상추 랩, 샐러드를 만들거나 타코, 햄버거, 샌드위치에 주로 사용한다”며 “최근 바베큐 쌈용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해마다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상추 고유의 향이 가득한 한국 꽃상추는 캘리포니아 하우스에서 재배해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다.     한남 체인에서 판매 중인 럭키 꽃상추는 3~4인용 1박스에 4.99~5.99달러, 가주마켓에서는 1~2인용 1박스에 2.99달러에 판매 중이다. 한남체인 관계자는 “맛있는 한국 꽃상추를 찾는 고객층이 두터워 일주일에 평균 100박스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인기 상품이어서 물가상승에도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나 구매할 수 있는 청상추 및 홍상추는 농장의 재배 상황에 따라 세일하면 3개 99센트부터 1개 89센트 등에 판매된다.     이외 아티시안 믹스 상추 4.49달러, 로메인 상추 2.99달러에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외식 시장에서도 상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영 기자상추 음식 버터상추 한국 한국 꽃상추 럭키 꽃상추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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