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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산소 대폭발 사건

인간은 물이 없으면 며칠 살지 못한다.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불과 몇 분 버티지 못한다. 하기야 물조차도 산소와 수소 화합물이다. 그러므로 산소는 인간이 존속할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중요하다. 그런 산소지만 지구 초창기에는 대기에 산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구에 갑자기 산소가 늘기 시작했는데 이를 대산화사건 혹은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고 부른다.   빅뱅으로 시작한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정도 되는데 태양은 지금부터 46억 년 전에 생겼고 거의 같은 시기에 지구도 제 모습을 갖췄다. 처음에는 불덩어리처럼 뜨거웠을 지구가 식어가다가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가 대체로 35억 년 전쯤이다. 그 기간에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서 산소 없이 대사하고 번식 가능한 생명체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부터 약 22억 년 전 지구의 바다에서 남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했다. 광합성이란 햇빛을 이용하여 물속의 수소, 그리고 공기 중의 탄소를 원료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공정인데,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물에서 광합성에 쓰일 재료인 수소가 분리되자 산소가 남게 되었다.     그 당시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는데 바닷속의 남세균이 광합성을 하자 그 부산물로 생긴 산소는 바다에 떠돌다가 나중에 포화상태가 되자 바다에서 빠져 나와서 육지에 있던 암석으로 스며들었고 여분의 산소가 공기 중에 남아 점차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산소는 독성이 강해서 오히려 그 당시 번성하던 많은 유기체가 멸절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산소를 이용하는 더욱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한 계기가 되었다.     한편 지구는 대기 중에 존재하던 메탄가스 때문에 온실 효과가 생겨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산소가 메탄과 반응하여 온실 효과가 사라지게 되자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빙하기를 맞았다. 몇 번에 걸친 빙하기를 지나면서 지구상에는 더욱 복잡하고 발달한 생명체가 등장했다.   약 40억 년 전 지구에는 비록 미생물이기는 하지만 생명체가 번성했다. 물론 산소 없이 살 수 있던 박테리아 같은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다 바닷속의 남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다량의 산소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활발했던 화산 활동이 대기의 산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떨어트렸으며 오랜 세월 후에 산소 호흡을 하는 다세포 고등 동물이 나타났고 결국, 인류가 탄생했다.   행성이나 위성을 이주 목적으로 지구화시키는 것을 테라포밍이라고 한다. 특정한 천체를 지구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 중 생명체가 숨을 쉴 수 있게 산소를 만들어야 한다. 녹조류를 먼저 이주시켜 광합성을 통해서 산소를 만드는 옛날 지구상에서 벌어졌던 산소 대발생 사건을 재현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쓸 산소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주 식민지 제1번 후보로 떠오른 화성의 대기는 거의 이산화탄소다. 화성 탐사 로버는 지구에서 가지고 간 장비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했고 그렇게 얻은 산소 원자로 우리가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 분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지구는 처음에는 거의 없던 산소가 점차 늘어 지금 대기의 1/5이 산소인데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산소를 동물이 호흡할 때 사용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대폭발 산소 산소 대폭발 산소 호흡 산소 농도

2024-02-23

[삶의 뜨락에서] 아버지

아버지는 돌아가실 무렵 뉴저지 저지시티에서 살았다. 항상 하얀 옷을 즐겨 입으셨다. 신발도 하얀 구두에 모자도 하얀색이다. 말할 것도 없이 속옷도 하얀색이며 검은색이나 유채색 옷은 없다. 참으로 백의민족의 표상 같으신 분이었다.   돌아가시는 날에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시고 바둑을 두시러 가셨다고 한다. 바둑을 두시는 중에 장고에 들어가시면서 조용히 쓰러지셨다.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저지시티 메디컬 빌딩으로 달려가 보았다. 소중히 입으시던 하얀 양복은 갈기갈기 가위질이 되어 있었다.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셨다. 82년의 생애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하니 인생이 너무나 허무했다.   당시 문상오신 친구분들은 “좋아하시던 하얀 양복을 입으시고 바둑 두시다가 아무런 고통 없이 돌아가셨으니 이보다 더 좋은 호상이 어디 있겠냐” 하셨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아쉽고 잘못한 것들이 한둘이 아녔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 가지 못한 것, 바둑 한 수 물려주지 않고 싸운 것, 중요한 말씀에 경청하지 않은 것에 후회된다. 좋아하시는 하얀색 양복 한 벌 사드리지 못한 것과 용돈 한 번 풍족하게 드리지 못한 것에도 자책하며 울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East Honover, Rest Land에 장사를 지냈다. 삶이 고달플 때 가끔 꽃 한 묶음사 들고 산소에 간다. 묘지에 꽃을 놓고 가난하고 어려웠던 날들을 생각해 본다. 전쟁 난리 중에 죽느냐 사느냐에 피난 다녔던 아버지는 두 번의 상처를 했다. 배우자의 사망은 견디기 어려운 충격이었을 텐데 그것도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에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몸으로 도로 공사판에서 구슬땀을 흘리셨다. 가족들을 위해 고달픈 소처럼 일하신 아버지가 계셨기에 우리는 가난의 통로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좋은 말로 가르치라. 매 열대보다 칭찬 한마디가 더 좋은 것이다.” “자세를 바르게 하라.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품위에도, 건강에도 안 좋다.” “가정이 편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 “너희 형제와 서로 돕고 지내라.” “쓸데없는 일에 시간 쓰지 말라.” “좋은 친구와 사귀라.” “아침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라”고 가르치셨다. 당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모두 평범한 말씀이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의 성격 형성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 아버지는 걱정 근심을 마음에 담아 두지 못하셨다. 가능한 한 빨리 털어버리고 마음에 평안을 유지하려 애쓰셨다. 붓글씨로 마음을 수련하시기도 했고 때로는 춘향가나 심청전의 창을 하셨다. 가야금 산조에 맞추어 빠른 템포의 춤을 추시기도 한 멋있는 분이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서예가셨다. 추석 잔칫날 노래자랑 대회에서 일등상을 탄 가수였다. 수학 선생님이시기도 하고 무용가셨다. 그리고 하얀 양복과 모자, 하얀 구두를 신고 저지시티 거리를  활보하신 패션모델이기도 하셨다.   나는 “아버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자녀에게 교육과 생계를 위해 당연히 일하는 분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효도와는 거리가 먼 아들이다. 아버지가 되어 살아온 지금은 아버지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실감한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생활을 해야 하며, 울고 싶어도 함부로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가족의 안전과 생계에는 무한대의 책임을 지고 있다. 이것이 아버지다.   이번 주에는 아버지 산소에 가고 싶다. 장미와 나리꽃도 준비해야겠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님 아들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가겠습니다” 하며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아버님의 지난날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려야겠다. 이준 / 뉴저지삶의 뜨락에서 아버지 아버지 산소 저지시티 거리 양복과 모자

2023-06-21

[삶의 뜨락에서] 누가 물고기를 죽였나

2년 전 여름 산행팀과 함께 허드슨 강변 바윗길을 걸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가는데 중간에 물고기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고기가 여기 죽어 있지? 일행에게 물었다. 그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참 궁리했더니 대답이 나왔다. 낚시꾼이 힘들게 잡은 고기를 떨어뜨리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기가 바람에 날려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고기를 낚아채 도망가다가 무거워 떨어뜨렸을 것이다. 꼭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월 22일 내가 거의 매일 산책하는 롱아일랜드 로잘린 만을 걷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모래 위와 물가에 수백 마리 물고기가 죽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순간적으로 양동이를 가져와 주어 담을 생각을 했다. 곧 이 고기는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우선 사진을 찍었다. 마침 공원에 차를 타고 가는 관리인을 보고 물었다. “산소 부족 때문이다. 죽은 고기는 수만 마리가 될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4~5년 주기로 일어나고 있다.” 왜 근처 바다에 산소가 갑자기 부족하나? 그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날 추가로 얻은 정보와 지식은 이렇다. 폭염으로 물이 더워지고 연안에 산소공급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고기 떼는 조류를 따라 엄청난 숫자가 만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들은 한정된 산소를 마시려고 싸우다가 떼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그날따라 깊은 바닷물과 연안 물이 빨리 섞이지 못해 산소 이동이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여기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가끔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산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잉카문명의 유적지를 찾은 페루 여행이었다. 해발 9000피트까지는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1만 피트에서 약간 숨이 찼고, 1만1000피트에서는 어지러웠다. 호텔에는 산소 공급기가 있고, 가끔 코피를 쏟는 사람이 있었다. 페루 1만2000피트 산악지대에 티티카카 호수가 있다. 이 호수에는 산소 부족으로 큰 고기는 살지 못한다. 물에 산소가 부족해 배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연료 소비량이 많다. 일대에는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옥수수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올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 뜨겁고 가문 것 같다. 유럽이 달아오르고, 북극에 더위가 와 빙하가 녹고,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지에는 100도 더위가 몇 주간 계속되고 아프리카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가축과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북미 태평양 연안에도 심한 더위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예상보다 빨리, 심각하게 닥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동네 물고기 대량 학살을 보면서 핵폭탄의 재앙을 연상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 상황이 이랬을 것이다. 죽은 물고기는 갈매기도 먹지 않는다. 언젠가 큰 파도가 덮치면 바다 한가운데로 쓸려가 물 밑에 가라앉을 것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근에 오염 요소가 없는지 조사할 것이다.   죽은 물고기를 보면서 강한 슬픔을 느꼈다. 불쌍한 것들, 숨쉬기가 힘들면 얼른 방향을 돌려 깊은 바다로 가지, 왜 리더를 무조건 따라가 떼죽음을 당했나. 바다에는 생선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모래 위에 쓰러져 있는 주검. 사람이 죽지 않아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산책길에 이웃을 만나 물고기의 죽음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너무 슬픈 일”이라고 동시에 말했다. 바다의 주인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슬픈 바다, 다시는 이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물고기 산소 이동 산소 공급기 산소 부족

2022-08-25

[시론] 정보가 지배하는 세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라는 책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불이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삶의 균형감각을 갖도록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로봇 기술,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생명공학 등 엄청난 하이테크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여유 있게 잘 타면 창조적 소수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   이러한 하이테크의 산물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숨막히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는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만들었다. 하루에 주고 받는 수십 통의 이메일들과 마이크로 소프트 링크를 통해 주고 받는 엄청난 양의 문자들.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극한에 이르면 육체와 마음과 영혼을 재충전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정보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마치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정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 든다. 이제 우리는 정보에 의해 매몰되고 정보의 시중을 드는 일꾼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정보가 우리보다 더 실재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우리 자신의 존재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면 우리는 자유의지적인 요소와의 연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건전한 취미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청정한 공기가 가득한 숲길을 걸으면 숲이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서 심신을 이완시켜 신체 면역력을 높여준다.   의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 산소 농도가 높은 숲의 공기가 체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망의 연계를 강화해서 뇌가 더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인지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숲 특유의 향으로 후각을 자극해 쾌적함을 주며 항균, 항염증 작용으로 말초혈관과 심폐기능도 강화시킨다고 한다.   파란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솔바람 소리와 산 중턱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나무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은 체내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그리고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에 작용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연은 신선함과 포근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정갈하게 해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자주 산 속에 가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와 침묵으로 소통하며 자연의 숨결을 통해 절대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신비한 체험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이터치, 즉 영혼의 터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2021-10-15

[시론] 정보가 지배하는 세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라는 책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불이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삶의 균형감각을 갖도록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로봇 기술,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생명공학 등 엄청난 하이테크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여유 있게 잘 타면 창조적 소수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     이러한 하이테크의 산물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숨막히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는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만들었다. 하루에 주고 받는 수십 통의 이메일들과 마이크로 소프트 링크를 통해 주고 받는 엄청난 양의 문자들.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극한에 이르면 육체와 마음과 영혼을 재충전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정보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마치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정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 든다. 이제 우리는 정보에 의해 매몰되고 정보의 시중을 드는 일꾼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정보가 우리보다 더 실재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우리 자신의 존재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면 우리는 자유의지적인 요소와의 연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건전한 취미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청정한 공기가 가득한 숲길을 걸으면 숲이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서 심신을 이완시켜 신체 면역력을 높여준다.     의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 산소 농도가 높은 숲의 공기가 체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망의 연계를 강화해서 뇌가 더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인지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숲 특유의 향으로 후각을 자극해 쾌적함을 주며 항균, 항염증 작용으로 말초혈관과 심폐기능도 강화시킨다고 한다.     파란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솔바람 소리와 산 중턱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나무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은 체내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그리고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에 작용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연은 신선함과 포근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정갈하게 해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자주 산 속에 가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와 침묵으로 소통하며 자연의 숨결을 통해 절대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신비한 체험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이터치, 즉 영혼의 터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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