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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누가 물고기를 죽였나

2년 전 여름 산행팀과 함께 허드슨 강변 바윗길을 걸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가는데 중간에 물고기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고기가 여기 죽어 있지? 일행에게 물었다. 그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참 궁리했더니 대답이 나왔다. 낚시꾼이 힘들게 잡은 고기를 떨어뜨리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기가 바람에 날려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고기를 낚아채 도망가다가 무거워 떨어뜨렸을 것이다. 꼭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장 가까운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월 22일 내가 거의 매일 산책하는 롱아일랜드 로잘린 만을 걷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모래 위와 물가에 수백 마리 물고기가 죽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순간적으로 양동이를 가져와 주어 담을 생각을 했다. 곧 이 고기는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우선 사진을 찍었다. 마침 공원에 차를 타고 가는 관리인을 보고 물었다. “산소 부족 때문이다. 죽은 고기는 수만 마리가 될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4~5년 주기로 일어나고 있다.” 왜 근처 바다에 산소가 갑자기 부족하나? 그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날 추가로 얻은 정보와 지식은 이렇다. 폭염으로 물이 더워지고 연안에 산소공급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고기 떼는 조류를 따라 엄청난 숫자가 만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들은 한정된 산소를 마시려고 싸우다가 떼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그날따라 깊은 바닷물과 연안 물이 빨리 섞이지 못해 산소 이동이 원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여기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가끔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산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잉카문명의 유적지를 찾은 페루 여행이었다. 해발 9000피트까지는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1만 피트에서 약간 숨이 찼고, 1만1000피트에서는 어지러웠다. 호텔에는 산소 공급기가 있고, 가끔 코피를 쏟는 사람이 있었다. 페루 1만2000피트 산악지대에 티티카카 호수가 있다. 이 호수에는 산소 부족으로 큰 고기는 살지 못한다. 물에 산소가 부족해 배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연료 소비량이 많다. 일대에는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옥수수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올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 뜨겁고 가문 것 같다. 유럽이 달아오르고, 북극에 더위가 와 빙하가 녹고,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지에는 100도 더위가 몇 주간 계속되고 아프리카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가축과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북미 태평양 연안에도 심한 더위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예상보다 빨리, 심각하게 닥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동네 물고기 대량 학살을 보면서 핵폭탄의 재앙을 연상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 상황이 이랬을 것이다. 죽은 물고기는 갈매기도 먹지 않는다. 언젠가 큰 파도가 덮치면 바다 한가운데로 쓸려가 물 밑에 가라앉을 것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근에 오염 요소가 없는지 조사할 것이다.
 
죽은 물고기를 보면서 강한 슬픔을 느꼈다. 불쌍한 것들, 숨쉬기가 힘들면 얼른 방향을 돌려 깊은 바다로 가지, 왜 리더를 무조건 따라가 떼죽음을 당했나. 바다에는 생선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모래 위에 쓰러져 있는 주검. 사람이 죽지 않아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산책길에 이웃을 만나 물고기의 죽음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너무 슬픈 일”이라고 동시에 말했다. 바다의 주인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슬픈 바다, 다시는 이런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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