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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파란 셔츠의 사나이

“가방 찾았어요?”     내가 파란 셔츠의 사나이에게 물었다.   “아니, 나흘 후에 배달해 준다는데. 글쎄, 약속대로 가져다줄지 모르겠어요.”   “내 가방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네. 대신 승무원이 갈아입으라고 이 티셔츠 줬어요.”   맞은편에 앉은 그의 부인이 말했다. 덩치가 큰 여자라서 작은 내 옷을 빌려줄 수도 없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보자며 식당을 나갔다.   리버(river) 크루즈 탄 후 이틀이 지나자 190명 승객은 이미 친구를 만든 듯 모여 앉아 식사했다. 8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바다 크루즈는 극장, 수영장 등 많은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리버 크루즈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락이라고는 라운지에 모여 배가 지나는 마을을 내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 부부는 밥 먹을 때만은 옆 사람과 영어로 말하고 싶지 않아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식당에 들어가곤 했다. 빈자리 끝에 앉아 둘만 조용히 밥 먹다 보니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도 아시아인 우리와 어울려 봤자 답답해서 모처럼 쉬려는 즐거운 여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고 3일째 되던 날, 식당의 한가한 식탁 귀퉁이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의자 건너에 앉은 덩치 큰 파란 셔츠 입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비행기를 놓쳐서 방금 배에 탔어요.”     “아니 어쩌다 배 떠난 지 3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탈 수 있었어요?”   간절히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놓쳐서 하루는 호텔에서 자고 하루는 비행장에서 잤어요. 비행장에서 기다리다 가방도 찾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배를 쫓아오다 보니 인제야.”   그렇게 힘들게 와서도 배를 잡아탄 것만도 행운이라는 듯 밝은 표정이다.   강 크루즈길래 택시를 타고 쫓아 올 수 있었지, 바다 크루즈였다면 여행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갈아타고 오느라 24시간이 걸렸다는 둥 말들이 많다. 대부분 대서양을 건너온 승객 중 가장 가까운 곳 뉴욕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7시간 만에 암스테르담에 왔다. 아침 일찍 공항에서 크루즈 직원이 픽업해줘서 브런치 먹고 투어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세계 곳곳으로 가는 비행기가 뜰 수 있는 뉴욕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부부는 항상 19x14x9인치 케리온백과 백팩만 가지고 여행한다. 겨울 여행할 때는 많은 옷을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불편함도 있지만 두꺼운 옷은 껴입고 무조건 케리온백으로만 여행한다. 그동안 가방을 찾지 못해 당장 갈아입을 옷을 사러 다니는 승객들을 몇몇 보았기 때문이다.     파란 셔츠의 사나이가 배를 탄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두꺼운 옷이 없어 투어를 나가지 못하는 그를 내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겠어요.”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지’라는 그의 말이 내 머리에서 뱅뱅 돌며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불평불만 늘어놓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느긋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도 강 건너 언덕 위 허물어져 가는 중세 성채를 바라보며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척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사나이 셔츠 바다 크루즈 리버 크루즈 크루즈 직원

2023-01-13

[우리말 바루기] ‘두껍다’와 ‘굵다’

처음엔 만화잡지의 조연으로 시작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으로 주연을 꿰찬 사나이 뽀빠이. 시금치를 먹고 괴력을 발휘하는 그의 상징은 단연 팔뚝이다.   지금도 뽀빠이의 팔뚝은 자주 비유의 대상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다. “뽀빠이도 울고 갈 배우 마동석의 두꺼운 팔뚝이 화제다” “뽀빠이 뺨치는 엄청난 두께의 팔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처럼 얘기하는 것은 어색하다. 탄탄하게 근육이 잡힌 팔뚝을 뽀빠이에 빗대 설명할 때 ‘두껍다’ ‘두께’ 같은 단어를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굵은 팔뚝” “엄청난 굵기의 팔뚝”으로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일상생활에서 ‘두껍다’와 ‘굵다’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얇다’와 ‘가늘다’도 마찬가지다. “얇은 허벅지”는 “가는 허벅지”라고 해야 바르다. 팔다리나 몸통은 굵거나 가늘다고 표현해야 한다.   ‘두껍다’와 ‘얇다’는 책·종이·천·철판·널빤지·담장·벽 등과 같은 부피가 있는 물체의 앞뒤나 위아래 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두꺼운 도화지” “얇은 마스크”처럼 사용한다.   ‘굵다’와 ‘가늘다’는 길쭉한 물체의 둘레나 지름이 어떤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물체의 지름이 보통의 경우를 넘어 길 때는 굵다, 보통의 경우에 미치지 못하고 짧을 때는 가늘다고 한다. 나뭇가지·기둥·끈·면발 등에 쓰인다.   사람의 외모를 묘사할 때 머리카락·목·허리·손가락·팔목·팔뚝·허벅지·종아리·발목 등에는 형용사 ‘굵다’나 ‘가늘다’가 어울린다. 입술·뱃살·살갗은 ‘두껍다’나 ‘얇다’로 표현할 수 있다.사나이 뽀빠이 배우 마동석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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