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붕어
붕어는 이제 바다에만 살지 않는다 물살 가르던 푸른 지느러미 접고 벙글거리던 입도 다물어 물속 언어를 잊었다 물기 없는 바다, 날렵하게 몸 뒤집는 묘기 부릴 때 허기진 사람들의 탄성이 불룩한 배를 가르고 휘둥그래 쏟아지는 눈빛, 눈빛들 언제 뱃속을 통째로 바꾸었니? 내 속은 자주 바뀌어요 누군가는 속이 없다고도 하고 바다를 떠나기 전 무수한 가시와 뼈대, 빛나는 비늘들이 박혀 있었다는 걸 이제 기억하는 사람은 없죠 이곳의 물살은 언제나 거꾸로 흘러 겨울은 뜨겁게 데이고, 썩지 않는 화려한 옷 한 벌 입고 얼음 속 여름을 견뎌요 평생을 버둥거려 다행히 내 꼬리는 아직 싱싱해요 서럽고 따스한 입김으로 식어가는 뱃속에 시 한 줄 불어넣고 보니 누가 씌운 왕관인지 허울 좋은 이승의 이름표 황금 잉어빵 윤자영 / 시인·뉴저지글마당 붕어 황금 잉어빵 물속 언어 눈빛 눈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