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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A축제재단 봉합 해법 찾아야

LA한인축제재단이 폭풍전야다. 올해 축제는 큰 잡음 없이 마쳤지만 이사회의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문제가 제명됐던 이사들의 복귀 문제다. 현 축제재단 이사회는 올해 초에 결산 감사와 이사장 고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이사 3명을 제명했다. 이에 반발한 3명의 이사는 법원에 ‘자격정지 및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현 회장을 비롯해 현 이사회를 구성하는 신임 이사들의 선출도 무효가 됐다. 판결 직후 3명의 이사는 10월 중 이사회 복귀 계획을 밝혔다. 9월 말 열리는 축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현 이사회의 반응은 완강하다. 판결문이 도착하면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사 3명의 복귀 자격 정지 신청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어떻게든 3명의 이사회 복귀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로써는 양 측의 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쪽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복귀한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또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아예 둘로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쪽의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게 양쪽에 주어진 의무다. 더 이상의 갈등 모습은 한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다면 LA한인축제재단이라는 단체 자체가 한인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다. 이는 한인축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축제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사회부터 신속히 본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서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사설 la축제재단 봉합 la축제재단 봉합 축제재단 이사회 이사회 복귀

2024-10-02

정인수 목사 “지난날 시행착오…결실 거둬야”

3년 가까이 담임목사 공백을 겪어온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가 당회와 비상대책위원회 간의 갈등을 봉합하며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모처럼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3년 전 소천한 고 정인수 목사의 1주기를 앞두고 공개된 정 목사 생전의 글이 교회공동체에서 새삼 거론되고 있다. 정인수(사진) 연합장로 담임목사가 직접 쓴 글은 그의 사후 1년 즈음 된 2017년 초 해외선교 소식지 ‘나가는 선교사 보내는 선교사’ 창간호에 게재됐다. 당시 교인들이 ‘천국에서 온 편지’라며 반가움을 나타낸 소식지에 따르면 정 목사는“지난날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점점 효율적인 선교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찾아왔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한 선교 대상 지역을 집중해서 그 지역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집중 지원하는 것이 낫다”며 “(그동안 집중해온 곳에서) 10년 이상이 되면서 사역의 결실을 거두는 추수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장로는 매년 2월 선교팀을 정기 파송한다. 정 목사는 소천하던 해 초 선교팀 파송에 즈음해 창간사를 미리 작성했지만, 소식지 편집진 사정으로 발간이 다소 미뤄지는 와중에 부름을 받았다. 내부 사정으로 창간호 발간이 해를 넘기면서 뒤늦게 정 목사의 따뜻한 사랑이, 청빙 힘겨루기로 지칠대로 지친 교인들에게 ‘무더운 여름 날의 소나기’처럼 전달된 것이다. 허겸 기자

2019-02-24

“이전 것 지나갔으니 다시 새롭게”

“1년 뒤 짐 싸려 이삿짐 박스 안 버렸다”는 문정선 임시 담임목사, 책임감에 대표 사죄 “모든 일 통감, 당회장인 저부터 무릎 꿇어” 성장통 매듭 가닥…당회장 청빙 ‘잰걸음’ 기대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가 갈등 봉합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당회장과 당회원의 전례 없는 방식의 공개 사과로 더 큰 갈등을 모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때 애틀랜타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로 손꼽힌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의 당회가 24일 오전 예배에서 석고대죄 형식의 공개 사과를 전했다.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는 이날 설교를 마치고 레위지파의 찬양이 끝난 직후 당회에서 시무하는 장로들과 함께 강대상에 다시 섰다. 문 목사는 “저희들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송구한 마음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교회의 모든 당회원과 당회장인 저는 지난 수개월간의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교인들이 함께 통성기도 하는 가운데 장로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문 목사는 “자존심을 내세우다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어리석음을 용서해달라”며 “이제 하나 된 교회를 성령의 힘으로 잘 지켜나가게 해달라. 하나님의 놀라운 부흥의 역사가 연합장로에서 일어나도록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이제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달려가는 연합장로 성도들이 되도록 인도해 달라”며 “새로운 담임 목사님을 보내 달라. 주님의 일을 부흥케 하도록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대표기도를 전했다. 본지의 사전 취재에 따르면 이날 석고대죄는 청빙 잡음이 잇따르는 데 따른 갈등 봉합 차원의 조치이다. 새 담임을 초빙하는 전제로 청빙위원회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당회와 비상대책위 간의 마찰을 없애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회가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공개 사과하면서 이제 공은 비대위로 넘어가게 됐다. 사안에 정통한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대위가 내부 문제를 교회 바깥에서 해결하려 한 조치들을 모두 거두고 화해 협력을 결의하는 게 청빙위 구성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회의 사과를 비대위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화답하면 금명간 청빙위가 구성돼 새 담임목사 초빙이 잰걸음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이번 석고대죄가 시행되기까지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의 대승적 결정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정선 목사는 작년 10월 임시담임 목사로 부임했다. 연합장로는 문 목사 부임을 계기로 후임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성장통’을 매듭지으며 한 단계 성숙하는 발전의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부임 후 첫 설교에서 문 목사는 “어젯밤에 책을 싸 온 박스와 옷을 싸 온 박스를 버리려 하다가, 1년 후에 도로 담아 가야지, 1년 안에 어떻게 해서든 훌륭한 담임목사님을 모시고 떠나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박스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한 심경으로 교회의 안정을 구축하고 교회공동체의 갈등을 봉합, 치유하면서 교회를 성경적 가치에 맞도록 이끄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노회법 규정상 정식 담임목사에 지원 또는 부임할 수 없는 문 목사는 임시 담임목사로서 일하고 있다. 노회법상 1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문 목사는 여러 차례 1년 안에 당회장 공백을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날 문 목사와 당회 장로들의 석고대죄를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2부 예배에 참석했던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은 “사실 그간의 갈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가 대표로 공개 사과한 것은 그만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교회를 정상화하겠다며 십자가를 짊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본지는 그간의 취재 과정에서 당회와 비대위 간 갈등의 쟁점을 깊이 있게 파악했지만, 세세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 비공개하기로 했다. 허겸 기자

2019-02-24

예수 앞에 무릎 꿇은 대형교회

애틀랜타의 대형 한인교회인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고 정인수 목사 소천 이후 3년 가까이 당회장(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연합장로교회(임시담임 문정선 목사.이하 연합장로)의 당회 책임자들이 24일 오전 예배에서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교회를 책임지고 운영해야 할 주체로서 하나님과 모든 성도 앞에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고 사죄 기도를 했다. 그 시간 교인들도 한마음으로 참회의 통성기도를 했다. 지난해 10월 1년 임기로 부임한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는 이날 예배 설교가 끝난 뒤 “그동안 비상대책위 역시 교회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기도한 것에 대해 교회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청빙 과정에서 관련 법규와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그 적용에 대한 당회, 집사회, 청빙위원회 등의 이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무능력을 하나님 앞에서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성도들이 떠나고 재정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당회가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혼란과 분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언제나 성도들의 뜻을 묻고,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의 뜻에 따라 운영할 것을 주님 앞에 약속드리고 다시 한번 성도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며 교회의 당회원 일동을 대표해 당회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연합장로는 작년 7월 15일 제7대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에서 심우진 부목사의 청빙 안건을 부결한 바 있다. 당시 단독 후보로 나선 심우진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안은 총참가자 1288명 중 902명의 찬성을 얻어 지지율 70.031%로 부결됐다. 이는 노회법상 75% 이상 득표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당회는 설명했다. 연합장로가 속한 미국장로교단(PCUSA)의 애틀랜타 노회 측은 이날 표결에 앞서 교회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75% 이상 득표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시 노회가 75% 이상 찬성해야 최종 선출된다”고 규정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교인들 사이에선 70%를 득표하고도 선출되지 못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당회가 ‘4분의 3 찬성을 먼저 원했다, 아니다’라는 사실관계를 놓고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당회장인 문정선 임시 담임목사는 당시 2년 남짓 당회장 공백을 겪으며 교인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그해 10월 임시담임으로 부임해 교회 정상화에 주력해왔다. 한편 정인수 담임목사는 캄보디아 선교를 다녀온 직후인 지난 2016년 4월 17일 새벽 4시쯤 심장마비로 소천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마친 정 목사는 이후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공부하며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고,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실천신학을 공부했다. 미국은 2000명을 대형교회(메가처치)의 기준으로 삼는다.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에 따르면 1만 명이 넘으면 미국에서는 초대형교회(기가처치)로 분류한다. 반면 한국은 1만 명을 대형교회로 분류한다. 허겸 기자

2019-02-24

포스트 사드 시대…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

'소국은 대국 따르라'는 중국 관리 중국의 '대국주의' 떠올리게 해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 모두에게 정상 예우하는 건 '이중 과세' 해당 중국과의 협상은 한판 선전전 사실 왜곡은 용감하게 들춰내야 '한겨울 얼음 석자가 하루아침에 언 게 아니다(氷?三尺非一日之寒)'란 말이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도 완전 해소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에 13조원 이상의 피해를 주고도 중국은 사드 철수를 고집하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와 관련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국주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우선 두 나라의 격 문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당선 인사차 중국에 파견한 이해찬 특사를 중국이 왜 하대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특사의 자리 배치를 아랫사람 만날 때와 같이 했다. 중국인의 일반적 손님 접대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는 형태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무성 특사를 중국에 보냈을 때 시진핑은 이런 구도로 김 특사를 맞았다. 한데 이번엔 시진핑이 상석에 앉고 이 특사는 테이블 모서리에 앉는 모양새였다. 시진핑이 홍콩특별행정장관을 접견할 때의 자리 배치와 같았다. 한국이 중국의 일개 행정구에 불과하냐는 오해를 살 수 있었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건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국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드 갈등이 한창일 때 우리 기업인이 전한 한 중국 외교부 관리의 말이 "소국은 대국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인식이 중국 관리들에게 박혀 있다면 어떻게 양국 관계의 건설적 발전이 가능하겠나. 중국은 오랜 세월 세상 모든 국가를 자신의 발 아래 두는 천하 질서의 틀에서 살았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가 천하질서의 부활일까 걱정스럽다. 국가의 격과 관련해 우리 대통령과 중국 총리의 만남에 대해서도 새로운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 수교 이후 우리는 두 명의 중국 지도자에게 정상 예우를 해 왔다. 중국의 국가주석을 겸하고 있는 공산당 총서기와 총리에 대해서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중국은 덩샤오핑 집권 이후인 1970년대 후반부터 이제까지 7명 내외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국정을 꾸리는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총서기가 1인자이긴 해도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들과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여겨진다. 덩이 설계한 집단지도체제 안에선 정치국 상무위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 분야별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고 상무위원회 운영도 1인 1표 방식에 따라 총서기는 N분의 1의 영향력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총리는 경제에 관해 전권을 휘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장쩌민 국가주석이 김 대통령에게 "경제는 주룽지 총리와 논의하시라"고 말했을 정도다. 장쩌민 치세는 그래서 장(江)-주(朱) 체제로 불렸고 후진타오 시기 또한 원자바오 총리와 함께 중국을 다스린다 해서 후(胡)-원(溫) 체제라 일컬어졌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는 더 이상 시진핑과 리커창의 시(習)-리(李) 체제라 불리지 않는다. 시진핑의 독주 탓이다. 시진핑이 리커창 총리로부터 경제 권력까지 앗아가며 2인자 리커창의 존재감은 대폭 축소됐다. 특히 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당 중앙 집중 영도 강화에 관한 약간의 규정'을 통과시키면서 두 사람의 상하관계가 더욱 분명해졌다. 이 규정에 따르면 리커창은 매년 시진핑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지난 13일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의 만남을 '정상회담'이 아닌 '회담'으로 표현한 것은 적절했다. 아울러 중국에선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그 명칭이 타당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중국 총리를 계속 정상 예우하는 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 국가의 자존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우리가 챙기지 않는데 누가 신경 쓰나. 우리의 안이한 인식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이해찬 특사에 대한 중국의 홀대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간 우리 외교의 무신경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우리 측 관계자는 "중국이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갔다. 지난 11일 문재인-시진핑 정상회담 후 청와대의 문 대통령 방중 발표 소식도 괴이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 소식을 강조했다. 그런데 중국 발표엔 이와 관련된 아무런 문구가 없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이달 내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게 전부였다. 정상적 경우라면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의 뜻을 전하고 이에 우리 대통령이 수락하는 형태가 돼야 옳다. 시 주석이 초청의 뜻도 밝히지 않았는데 우리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키로 했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모양새인가. 그저 '성과'만 강조하려다 보니 국가의 격은 간 곳이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중국으로부터 가벼운 상대로 치부되는 게 아닌가. 중국의 노회한 외교에 잇따라 얻어맞는 모양새의 아마추어 외교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도 큰 문제다. 지난 9월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강경화 장관이 '한국 측은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올렸다. 강 장관이 이후 중국에 약속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사달이 난 뒤였다. 사드 갈등을 봉인한 10월 31일 합의 중의 '3불(三不)'도 비슷한 경우다. 중국은 우리 측이 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 세 가지 사항에 대해 불가(不可)를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마오쩌둥의 네 가지 협상 전술 중 하나인 '선참후주(先斬後奏, 선 처리 후 보고)'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상대의 의도를 중국 자신에 유리하게 해석한 뒤 이를 언론에 흘려 기정사실화하는 전술이다. 10.31 합의나 문.시 정상회담 등에서 우리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건 우리도 할 말은 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중국의 졸렬한 사드 보복에 대해 일언반구의 말도 끄집어내지 못하나. 중국의 눈치를 살펴서인가. '외교나 안보 사안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데 양국이 유의하자'는 정도의 말이나 표현은 가능한 게 아닌가. "중국과의 협상은 한판의 선전전이다. 중국이 사실을 왜곡하고 힘으로 착취하는 비열한 행위를 용감하게 들춰내야 한다"고 말하는 대만의 중국 협상 전문가 린원청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겠다. 우리도 이제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 유상철 논설위원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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