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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것 지나갔으니 다시 새롭게”

아틀란타연합장로 아픔 딛고 새 부흥 전기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가 사과문을 낭독하기 전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가 사과문을 낭독하기 전 견해를 밝히고 있다.

“1년 뒤 짐 싸려 이삿짐 박스 안 버렸다”는
문정선 임시 담임목사, 책임감에 대표 사죄
“모든 일 통감, 당회장인 저부터 무릎 꿇어”
성장통 매듭 가닥…당회장 청빙 ‘잰걸음’ 기대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가 갈등 봉합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당회장과 당회원의 전례 없는 방식의 공개 사과로 더 큰 갈등을 모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때 애틀랜타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로 손꼽힌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의 당회가 24일 오전 예배에서 석고대죄 형식의 공개 사과를 전했다.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는 이날 설교를 마치고 레위지파의 찬양이 끝난 직후 당회에서 시무하는 장로들과 함께 강대상에 다시 섰다.

지난해 7월 15일 실시된 제7대 담임목사 선출을 위한 공동의회 투표 진행 현장.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제공]

지난해 7월 15일 실시된 제7대 담임목사 선출을 위한 공동의회 투표 진행 현장.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제공]

문 목사는 “저희들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송구한 마음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교회의 모든 당회원과 당회장인 저는 지난 수개월간의 담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교인들이 함께 통성기도 하는 가운데 장로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문 목사는 “자존심을 내세우다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 어리석음을 용서해달라”며 “이제 하나 된 교회를 성령의 힘으로 잘 지켜나가게 해달라. 하나님의 놀라운 부흥의 역사가 연합장로에서 일어나도록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이제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달려가는 연합장로 성도들이 되도록 인도해 달라”며 “새로운 담임 목사님을 보내 달라. 주님의 일을 부흥케 하도록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대표기도를 전했다.

본지의 사전 취재에 따르면 이날 석고대죄는 청빙 잡음이 잇따르는 데 따른 갈등 봉합 차원의 조치이다. 새 담임을 초빙하는 전제로 청빙위원회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당회와 비상대책위 간의 마찰을 없애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회가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공개 사과하면서 이제 공은 비대위로 넘어가게 됐다.

사안에 정통한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대위가 내부 문제를 교회 바깥에서 해결하려 한 조치들을 모두 거두고 화해 협력을 결의하는 게 청빙위 구성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회의 사과를 비대위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화답하면 금명간 청빙위가 구성돼 새 담임목사 초빙이 잰걸음을 보이게 될 전망이다.

이번 석고대죄가 시행되기까지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의 대승적 결정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정선 목사는 작년 10월 임시담임 목사로 부임했다. 연합장로는 문 목사 부임을 계기로 후임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성장통’을 매듭지으며 한 단계 성숙하는 발전의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부임 후 첫 설교에서 문 목사는 “어젯밤에 책을 싸 온 박스와 옷을 싸 온 박스를 버리려 하다가, 1년 후에 도로 담아 가야지, 1년 안에 어떻게 해서든 훌륭한 담임목사님을 모시고 떠나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박스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한 심경으로 교회의 안정을 구축하고 교회공동체의 갈등을 봉합, 치유하면서 교회를 성경적 가치에 맞도록 이끄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노회법 규정상 정식 담임목사에 지원 또는 부임할 수 없는 문 목사는 임시 담임목사로서 일하고 있다. 노회법상 1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문 목사는 여러 차례 1년 안에 당회장 공백을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날 문 목사와 당회 장로들의 석고대죄를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2부 예배에 참석했던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은 “사실 그간의 갈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정선 임시담임 목사가 대표로 공개 사과한 것은 그만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교회를 정상화하겠다며 십자가를 짊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본지는 그간의 취재 과정에서 당회와 비대위 간 갈등의 쟁점을 깊이 있게 파악했지만, 세세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 비공개하기로 했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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