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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링해에서의 킹크랩 잡이 중단

알래스카에 살면서 매년 킹크랩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알래스카 주 정부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베링해에서의 킹크랩 잡이를 중단시켰다. 지난 1월 말 알래스카 해양과학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과학자들은 이런 상황이 미래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7년 주기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2040년 이후부터는 3년으로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종인 킹크랩에 닥친 재난을 ‘북방화 (borealization )’라고 정의했다. 이는 북극 남쪽에 서식하던 생물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동해를 생각해 보자. 동해에서는 20~30년 전만 해도 국민 생선이자 한류성 생선인 명태가 매년 풍어였다. 하지만 최근엔 명태에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귀해졌다. 해양 생태계의 급변이 원인이다.     동해에는 남쪽에서 오는 난류성 해류(동한난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류성 해류 (북한 한류)가 존재한다. 두 해류는 울릉도 부근 해역에서 부딪히며 풍요로운 어장을 만든다.  그러나 십수 년 전부터 이러한 어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해수 온도 또한 상승하기 때문이다. 난류성 해류가 더 강해져 북한 한류를 더 북쪽으로 밀어낸다.     어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명태나 대구는 더는 동해에서 잡히지 않는 해양 환경이 되었다. 동해는 이제 아열대 기후 분포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가 참치, 전갱이 등 등푸른생선과 오징어 등이다.     동해의 봄철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0년대 7.7도에서 2010년대 8.3도로 30년간 0.6도 상승한 반면,  2023년에는 10.0도로 2.3도나 상승했다. 특히, 2021년 9.0도, 2022년 9.4도로 최근 3년간 해수면 온도 상승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육상 생태계 변화는 물론, 어류의 종조성 변화도 뚜렷한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소산이다.     알래스카는 기후변화 및 온난화에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이다. 최근 3년간 한국의 해수면 온도 변화가 1.0도인 것에 비해, 알래스카는 4.0도로 거의 4배나 된다. 알래스카는 지구 온난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셈이다.     미국 해양대기청 (NOAA) 알래스카 코디악(Kodiak)지부의 책임자는 베링해의 빠른 온난화로 남쪽 서식지에 있었던 북극 동물이 점점 북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북극 생태계가 따뜻하게 되면 킹크랩과 같은 북극 생물자원이 아북극 생물자원으로 대체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사실, 킹크랩의 활동은 겨울철 해빙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추운 환경에 의존한다. 킹크랩은 베링해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상업적인 수확을 위한 최적 장소는 베링해 남동쪽으로 섭씨 2도 이상의 해역이다. 베링해는 북극해의 입구에 해당하는 수역으로, 최근 겨울에 해빙 형성이 되지 않고 수년간 해수면 온도가 많이 상승했다. 킹크랩은 생육조건이 맞는 북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50년간의 기록을 보면 킹크랩 어획량이 최저를 기록한 것은 2018년도였다. 이때부터 해양 환경의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킹크랩 개체 수의 급감과 연관됨을 알 수 있다. 또한, 해수 온도의 상승과 개체 수의 증가는 킹크랩의 활동량 증가로 이어져  칼로리 소비량이 4배나 늘어 대량기아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알래스카의 기후변화 및 온난화는 가까운 미래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여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베링해 킹크랩 킹크랩 잡이 난류성 해류가 알래스카 해양과학

2023-11-17

[기고] 베링해의 유해 조류 대량 발생 현상

해산물을 유독 좋아하는 필자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최근 베링 해협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주민에게 관계 기관에서 해산물 수확 시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유해 조류가 대량 발견됐다는 이유다.       여름철 한국 남해의 적조 현상으로 수산물 및 양식장이 피해를 보는 현상과 비슷한 맥락이다. 즉, 유해 조류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해수중 용존산소량을 줄이고, 조류에 있는 신경성 및 마비성 독성물질이 어패류에 달라붙어 이것을 섭취한 사람에게도 직간접의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해 조류가 폐사해 해저로 가라앉으면 그것을 분해하는데 용존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차오염을 유발한다. 즉, 악순환의 연속이다.     알래스카 베링 해협에서 발견된 유해 조류 (알렉산드리움 카테넬라; Alexandrium catenella)는 단세포 조류이며, 사람에게 마비성 패류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삭시톡신 (saxitoxin)이라는 독소를 생성한다. 이 독소는 세척이나 요리, 냉동을 해도 제거되지 않는다. 해수 1리터당 이 조류가 1000마리 세포의 농도가 되면 위험단계로 간주하며, 조개, 게, 멍게 등을 섭취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어패류를 주식으로 하는 해양 포유류 및 조류의 장기로 유입되면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올 7월 말, 베링 해협 여러 곳에서 이 유해 조류가 해수 1리터당 1000마리보다 훨씬 높은 농도를 보였다.  최대 4만7000마리의 농도가 보인 지점도 있었다. 대체로 많은 연구해역에서 1000마리 이상의 세포 농도가 나타났다.     고농도의 세포가 반드시 고독성이지는 않지만, 조류는 고농축 되지 않아도 고독성일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조류의 특성과 독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알래스카의 다른 해안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유해 조류의 위험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북극 해역의 경우, 이러한 유해 조류의 대량 발생은 온도 상승과 더불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알래스카 주에서 마비성 패류 중독 사례는 최소 132건 발생했으며, 그중 5건은 치명적이었다.  지난 2020년 7월 알래스카에서 마비성 패류 중독으로 사망한 원주민은 감염된 푸른 홍합과 달팽이를 섭취한 것이 원인이었다.   알래스카 원주민은 해안에 사는 에스키모와 내륙에 사는 인디언으로 구분된다.  에스키모는 전통적으로 고래, 물개 등과 같은 해양 포유류와 연안의 어패류를 섭식해 왔다. 지금도 봄과 가을에 고래잡이를 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작년 유해 조류 대량 발생시 수확한 버터 조개 (butter clam)는 안전기준을 5배나 초과했다. 이로 인해 알래스카 주립대학의 과학자들은 유해 조류 대량 발생의 현황과 예측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알래스카 서쪽 도시인 놈(Nome)에 정박한 실습선은 유해조류 대량 발생 이벤트가 끝난 후, 해저에서 코어 시료를 시추한다. 이는 해저로 가라앉은 유해 조류의 분해에 따른 2차 피해를 상정한 연구 활동이다. 놈 근처 연안 해수를 채집하기 위해 해당 지역 원주민 부족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놈에는 원주민이 만든 수산물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 킹크랩과 같은 수산자원을 판매하고 타지역으로 발송하고 있다. 앵커러지 공항 내에도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원주민 대표는 대부분의 원주민이 해산물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이것을 포기하라는 말은 식사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유해 조류의 독성 조사 결과는 원주민의 해산물 섭취 가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유해 조류는 주로 여름철에 발생한다. 이는 바다의 영양염과 수온 상승으로 조류 성장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북극해에서도 이러한 유해 조류의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베링해 유해 유해조류 대량 유해 조류 알래스카 원주민

2023-08-18

[기고] 서부 알래스카 강타한 초대형 태풍

올해 4월부터 준비한 9월 마지막 야외관측이 서부 알래스카 도시인 놈(Nome)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다. 9월 18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 정오에 놈에 도착할 수 있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곳 숙소 주인으로부터 17일의 태풍 (므르복 (Merbok): 말레시아어로 비둘기)으로 인해 시내가 침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침수된 수위가 3.2미터나 되었다.   태풍은 동아시아에서, 사이클론은 인도양에서, 그리고 허리케인은 멕시코만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따뜻해진 수온으로 인해 수증기를 많이 함유하고 지구의 자전과 편서풍에 의해 발생한다. 또 큰 태풍의 씨앗이 작은 태풍의 씨앗을 먹어 세력이 거대해지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페어뱅크스에서 직접 놈으로 가는 비행기는 없다. 그래서, 앵커리지를 경유해서 가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앵커리지에 도착하니 놈으로 가는 비행기가 연착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17일에 불어 닥친 태풍의 후유증으로 도시가 비상 상태임을 직감했다. 두세 시간 기다리니 비행기 출발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도착한 놈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연안의 집은 둥둥 떠내려가고, 바닷가에는 유목이 마을로 밀려와 있었다. 만조에 태풍이 강타한 것이었다.     이 태풍의 기원은 어딜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태풍은 알래스카에서 먼 동아시아 지역 북태평양에서 생성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무척 드문 현상으로, 50년 만에 처음 불어닥친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원래 북태평양 물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은, 찬물에 속한다. 북태평양은 용승현상(저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자연현상)으로 저층수에 포함된 풍부한 영양성분이 올라와 매년 어장이 형성된다. 이처럼 찬 북태평양 해수가 따뜻해져 수증기 증발을 가속화시켜 태풍의 씨앗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해양연구에서는 표층해수 온도 변화를 직접 측정하거나 위성으로 관측한다.     태풍은 대체로 10월과 11월에 서부 알래스카로 불어온다. 그렇지만, 기후학자들은 이미 잠재적으로 태풍을 만들 조건이 충분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시베리아에 가까운 서부 베링해와 놈에 가까운 동부 베링해의 수온 차이가 태풍을 만드는 기폭장치가 되었다. 이 온도 차이로 인한 것이 이번 태풍이라고 한다. 즉 온난화로 태풍 형성이 더 빈번해지고 강도도 더 커졌다고 한다.  따뜻해진 해수로 인해 미래에 태풍이 더 자주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태풍의 영향을 받은 지역는 베링해 연안을 따라 수백 마일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놈에서 내륙 쪽으로 85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연구 사이트는 전혀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놈 동쪽 3마일 지점은 해안선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20마일 지점에 위치한 다리는 반파되었다.       공동연구를 하는 한국극지연구소 팀은 헬리콥터를 빌려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두 번째 출항 시 탑승할 수 있을 것 같아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지만, 헬기 또한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당일이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풍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 전기합선으로 불이 나 전소됐고 부부도 부상을 입었다.     식수 문제도 심각하다. 식수원의 파괴와 바닷물의 유입으로 해결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의 생활터전인 사냥과 수산업 등도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알래스카 주 정부 등에서는 신속한 피해 복구를 통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지구 온난화와 극지 기후변화의 부작용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태풍 알래스카 서부 알래스카 서부 베링해 북태평양 해수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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