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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누가 내 목에 방울을 달았는가

쓰러지는 때가 다시 일어나는 시간이다. 마냥 자빠져 있을 수는 없다. 털고 일어나려고 너무 용쓰면 망친다. 그만 둘 때를 알면 시작 할 시간을 알게 된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는 것도 나다.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것도 내 자신이다. 아무도 나를 절벽으로 내 몰지 않았다. 절벽 끝에 서서 미친 듯 사랑하고, 죽을 만큼 미워하고, 다시 사랑을 꿈꾸던 날들.     사랑이란 단어 속엔 비밀번호가 있다. 독약 같은 사랑의 말들은 세월이 가도 가슴에 못 자국을 남긴다. 총 맞은 것처럼 피투성이가 되어도 사랑은 피해갈 수 없는 집착이다. 심장에 구멍을 뚫고 사랑은 방울소리 울리며 목을 조른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두려워도 낭떠러지 끝에 서면 내려오면 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1687)에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순오지’에 의하면 쥐떼들이 모여서 고양이의 피해를 면하려면 무슨 신기한 방법이 없겠느냐고 상의했다. 쥐 한 마리가 “그건 간단한 일이야.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놓으면 고양이가 오는 걸 알 수 있지”라고 한다. 뭇 쥐들은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하고 찬성했다. 그러자 늙은 쥐 한 마리가 “그 의견이 좋기는 하지만 누가 그 방울을 달지?”라고 묻는다. 쥐들이 서로서로 눈치만 보고 꽁무니를 뺀다는 설화다.     판본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방울을 집주인에게 보내어 고양이 목에 다는 데 성공했고 쥐들은 평화를 되찾았다는 내용도 있다.     문헌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구전 채록 자료는 찿기 어렵다. 설화 전파에서 문헌이 구전에 끼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어 비교문학적 연구 자료로써 가치가 크다.       외국에도 ‘이솝우화’ 이야기가 있다.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에 살던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였던 이솝 아이소프스(Aesop, Aisopos)가 지은 우화모음집을 말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Belling the cat)’는 이솝 우화의 페리 인덱스 613에 실려있는데 중세시대에 추가된 이야기로 알려진다.     우화(寓話)는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담은 이야기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는 ‘행동보다 말이 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견을 내놓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목에 크고 작은 방울 하나씩 달고 산다. 아름답거나 보기 흉한, 매력적이거나 볼품 없는, 각자의 방울을 목에 걸고 살아간다. 그 방울은 빛나는 장식이 되기도 하고 발목을 잡는 덫이 되기도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 해도 쥐는 온전히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공이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목에 방울을 달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   ‘아무도 없는 빈자리에도/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시공간 안에도/ 누군가는 있었다/ 보내주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항상 누군가는 있었다/ 사랑의 방울을 달고/ 천사처럼 다가오는/ 시공간 안에는/ 달캉달캉 방울 소리가 난다 -김선희의 ‘누군가의 방울 소리’ 중에서   오늘은 내일에 비하면 이미 낡은 것이지만, 운명처럼 목에 걸린 방울을 벗을 용기가 있다면, 어제의 멍에 벗고 소중한 내일을 지킬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방울 방울 소리 이솝 우화 크리스마스 선물

2024-03-05

[살며 생각하며]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수 ‘5’

봄비가 가늘어 방울 지지 않더니(春雨細不滴) 밤이 되니작은 소리들리네(夜中微有聲) 눈녹아 남쪽 시냇물이 불어나니(雪盡南溪漲) 새싹은 얼마나 돋아 났을까(草芽多小生)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의 춘흥(春興)이란 시다. 시인 서정주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어댔느냐”며 요란스러운 가을 진입을 놀렸음에 비하면 봄은 조용히 우리 곁을 찾아와 방울조차 지지 않는 봄비로 세상을 온통 녹색으로 물감칠한 뒤 여름에 자리를 양보했나 보다.   봄의 끝자락 5월 말이다. 5월 5일이 입하(立夏)였고 21일이 식물이 푸르름이 조금씩 대지를 덮어간다는 소만(小滿)이다 보니 지난 주말은 기온이 90도 중반을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봄이 채 짐을 챙기지도 않았는데 여름이 무례히 방 빼라! 는 모양새다.   팬더믹으로 계절에 대한 맛깔조차 잃고 살았는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아 언짢다. 동양에서는 ‘오’를 완전함과 보편적 가치의 상징 또는 분류체계의 기본으로 등장시키는 경우를 자주 본다. 쉬운 예로 사람의 신체를 말할 때 두 팔과 두 다리에 머리를 더해 오체, 간장, 비장, 신장, 체장, 폐장을 묶어 오장이라 하는가 하면 기본감각인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합해 오감이라 한다. 그 외도색깔의 멋진 조합을 오색찬란, 경치가 뛰어난 지역을 오경, 높고 험한 산들을 오악 등으로 말이다.   성경도 숫자 ‘5’를 귀히 여기는 것 같다. 구약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 오경이라 하고, 청년 다윗이 이방 나라 골리앗을 맞아 싸울 때 무기로 들고 간 돌멩이도 하필 5개였다. 빈 들에서 남자만 5000명을 먹이고 열두 바구니를 거둔 기적의 역사도 보리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고, 열처녀 비유에서 기름을 준비한 지혜로운 여인도, 그렇지 못한 어리석은 여인의 수도 다섯이다.   ‘5’는 그리스 말로 펜타드(Pentad)로 ‘생명의 수’ 또는 ‘인간의 수’라 하여 완전무결하고 조화로운 수로 숭배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정 5각의 변을 연결해 건축한 국방청사 ‘펜타곤’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안정된 군사 강국이라는 인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반면 동양문화의 뿌리인 ‘음양오행설’은 쇠(金), 나무(木), 물(水), 불(火), 땅(土) 5개의 원기가 우주를 쉬지 않고 변전해서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그런 후 동, 서, 남, 북을 연결한 중앙 다섯 번째 지점이 하늘과 땅,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곳으로 이해한다. 이말은 만유의 중심과 기본이 인간임을 전제하는 것으로 성경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여 정복하고 다스리라’고 축복하신 말씀과 일면 상통한다 할 수 있어 흥미롭다.   아무튼 오월은 귀하다. 5월은 땅이자 여성의 상징인 짝수 2와 하늘 또는 남성의 상징인 홀수 3이 연합한 신성한 ‘남녀합일월’로 청춘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기에 가장 선호하는 ‘부부의 달’ 이기도 하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5월! 지난 세월, 마치 병마라는 악귀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아 참담했던 심신을 추스르며 인간이 만물의 주인이자 다스림의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소망의 나날을 기쁨 속에 살기를 기원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연결 초여름 날씨 방울 지지 창세기 출애굽기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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