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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다디단’ 밤양갱

한동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녔다. 감각적인 음률과 재미있는 라임 때문인지 입속을 맴돌던 노래는 바로 ‘밤양갱’이다. ‘밤양갱’은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인기 요인 중 하나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이라는 부분의 가사다. ‘달디달다’는 낱말이 일정한 자리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노래 부르는 재미를 한껏 북돋워 준다.   그런데 많은 이가 간과하는 것이 있으니, ‘달디달다’는 단어가 실은 바르지 못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매우 쓴 상태를 표현할 때 ‘쓰다’를 두 번 연이어 붙여 ‘쓰디쓰다’고 하는 것처럼, 매우 달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달디달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표준어는 ‘달디달다’가 아닌 ‘다디달다’이다. 발음을 부드럽게 하다 보니 ‘ㄹ’ 받침이 떨어져 나가 ‘다디달다’가 됐고, 이것이 표준어로 등재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발음을 부드럽게 하다가 ‘ㄹ’이 탈락하고, 그것을 표준어로 삼은 예는 ‘다디달다’ 외에도 여럿이다. ‘가을내→가으내, 겨울살이→겨우살이, 멀지않아→머지않아, 찰지다→차지다, 바늘질→바느질, 딸님→따님, 아들님→아드님’ 등이 있다.   따라서 ‘밤양갱’의 노랫말 중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은 “다디달고 다디달고 다디단 밤양갱”이라고 해야 맞춤법상 올바른 표현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밤양갱 인기 요인 따님 아들님 바느질 딸님

2024-05-19

[글마당] 소하는 5번 시다였다

소하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 엇갈린 소문이 떠돌았다.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며 쑥덕거렸다.   소하는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가난은 그녀가 중학교 시험에 떨어지자 2차 시험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엄마, 나 2차 시험 볼래요. 한 번만 기회를 줘요. 이번엔 꼭 붙을 자신 있어요.”   “2차가 뉘 집 개 이름이냐. 공부할 머리는 안되는가 보다. 집어치우고 따라나서라.”   소하는 엄마가 미리 말해 둔 바느질 공장으로 끌려갔다. 평화 시장 5번 미싱사의 5번 시다가 되었다. 온 중일 어깨를 옹크리고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한 체 완제품 옷의 실밥 뜯는 일을 했다. 퇴근길에서도 제 몸에 엉겨 붙은 천연색 실밥을 떼면서 무거운 다리를 옮겨 집으로 향했다. 레벨도 달고 단추도 꿰맸다. 바늘에 찔린 손가락엔 피멍 든 바늘구멍이 어린 소하를 눈물짓게 했다. 다행히 손재주가 남다른 그녀는 박음질하기 직전 과정을 다른 시다들보다 빨리 끝내고 미싱을 타게 됐다. 언니의 등록금을 동생의 학원비를 대며 가족을 부양했다.   1970년대 초, 미군과 결혼해 시카고 근교에 자리 잡은 누나를 둔 사나이가 있었다. 누나는 남동생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미국에서 재봉질 잘하면 떼돈 벌 수 있다. 바느질 잘하는 신붓감을 데려와라. 너는 용접 기술을 배워 오고.”     남자는 인물 없는 소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 작고 반반하진 못해도 심성이 곱고 성실하고 손재주가 뛰어나니 잘 다독여 살면 돈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나.”     누나 명령이라면 거역 못 하는 남자는 중매쟁이 바느질 공장장 말만 믿고 눈 꾹 감고 두 번 만난 소하에게 청혼했다.     소하의 바느질삯에 의존하며 생계를 연명하던 소하 엄마는 미국에 가서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서둘러 결혼식 없는 혼인신고를 했다. 소하는 짐짝처럼 시카고로 보내졌고 미국 도착 일주일 만에 바느질 공장 미싱을 밟았다. 평화 시장과 시카고라는 무대만 바뀌었을 뿐 돈 버는 노예 생활의 연속이었다. 시부모님은 죽어가는 사람 살렸다는 듯 소하에게 유세를 떨었다.     “우리 아들 만나지 못했으면 공장 떼기가 감히 미국 구경이라도 해 볼 수 있었겠냐. 너 2,000불 친정에 보냈다며? 누구 맘대로 돈을 보내. 네가 번 돈이라고 네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거야. 미국에 와서 영주권 받아 이렇게 잘 살게 해준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돈을 친정으로 빼돌려.”   오버타임으로 근근이 모은 돈을 시댁 식구 몰래 보낸 것을 들켜 시누이에게 머리채까지 잡혔다.   “너 미국에 갔다고 미국 사람이 다 됐나 보다. 이 어미는 나 몰라라 하고. 너만 잘 먹고 잘살면 다냐. 왜 제때 돈을 안 보내는 거야. 너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다. 정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다. 돈 보내기 싫으면 우리 식구 모두 초청해라. 초청만 해주면 정부에서 매달 꼬박꼬박 준다는 돈으로 살아갈 수 있다더라.”   천국에라도 가는 듯 희망에 부풀어 소하를 보낸 엄마는 소하 혼자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며 닦달했다.   불러들인 친정 식구와 구박하는 시댁 사이에서 누구도 자기를 감싸주는 이 없는 삶의 틈 바위에 끼어 소하는 54세의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친정 식구들 바느질 공장 시댁 식구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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