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흩어졌던 민들레들, 뿌리찾고 활짝

샌디에이고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계 입양인들을 위한 문화체험 행사가 지난달 27일 발보아 파크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발보아 파크 내 한국의 집 (HOK) 소속 청소년 외교관들(YA)이 직접 기획한 이 행사는 한국계 입양인들을 초청해 한국에 대해 알리고 문화체험의 자리를 제공해 뿌리의식을 고양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40명의 한국계 입양인들은 YA 학생들이 운영한 부스에서 연날리기, 배씨 댕기, 태극기, 복 주머니 매듭 팔찌, 김밥 등 우리 민족의 민속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또 YA 학생들이 연주한 애국가와 홀로 아리랑, K팝 댄스 공연을 관람했고 한국 무용가인 캐롤 정씨의 부채춤 공연을 감상한 후 K팝 댄스와 부채춤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며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든 하루를 보냈다.   황정주 HOK 회장은 "YA 청소년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까지 직접 마련한 이 행사는 입양인들이 민들레 꽃씨처럼 어린 시절 멀리 흩어져 새로운 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단델리온(민들레) 데이'라고 명명됐다"며 "최근에는 한국계 입양인들이 자신의 모국에 대해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 행사를 통해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의식을 고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YA의 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리 군은 이날 행사를 시작하며 "입양인 가족과 함께 한국 문화를 배우고 공유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에 많은 입양인 가족들이 참석해 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하고 "또 지난 10개월간 이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기울였던 YA 봉사자들과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인 입양인 협회 샌디에이고 지부 조디 올슨 차기 회장은 "처음 단델리온 데이 행사에 대해 전해들었을 때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이 행사를 위해 꾸준히 지부 모임에 참석해 회원들과 친목을 쌓아가는 등 정성껏 준비해 준 YA 회장단들과 HOK 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향후 서로 많은 교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협회의 보드 멤버인 마이클 반 부흐트 씨는 "그동안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회원들에게 뜻깊은 행사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한국의 문화 유산을 보여주고 공유해주니 더욱 인상적"이라며 "두 문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서로 배우는 것이 많다.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민들레 뿌리 입양인 가족들 한국계 입양인들 문화체험 행사

2023-09-0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민들레 꽃 한 송이 올립니다

이렇게 떠나시는군요. ‘김동길 교수 별세’ 소식을 뉴스로 들었습니다. 멀리 타국에 살아서 조문 드리지도 못합니다. 다정한 손길로 우리 아이들 머리 쓰다듬어 주시던 모습은 추억 속에 안개꽃으로 남습니다. 나비 넥타이 매고 선생님 뒤를 아장아장 따라다니던 막내 아들도 결혼해서 애 둘을 낳았습니다.  고국 방문 때마다 한결같이 따뜻하게 맞아주시던 선생님. “점심 시간 맞추어 집으로 오너라. 김옥길 기념관 바로 옆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래돼 보이는 밥상에 소찬으로 차려진 식탁은 열 사람 조금 넘게 앉을 수 있어 보였는데 몇 사람 곁들어도 조금씩 비껴 앉으면 넉넉했습니다. 선생님의 밥상은 언제나 사람들이 붐볐습니다. 명망 있는 분들이나 제자들, 유명인사였던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 소개 하는데 제 차례가 되면 선생님께서 “멀리 미국에서 온 아주 훌륭한 여성이야. 배울 게 많아요”라고 제 체면을 챙겨주셔습니다. 사업 하며 아이 셋 키우는 엄마 외에는 제가 내놓을 카드는 없었지요. ‘훌륭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바르게 열심히 살아라’는 뜻으로 새깁니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아버지란 말을 해 보지 못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추억이 없으면 그리움도 없습니다. 선생님을 뵐 때마다 제 아버지도 저런 분이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저는 이름난 작가도 정치인도 아니고 선생님의 제자도 아닙니다. 민들레 홀씨 같이 후 불면 날아가 버릴 스쳐가는 인연인데 선생님의 세계 속으로 저를 품어 주셨습니다. 미국 강연 오신 선생님을 컬럼버스 공항에서 제 차로 모셨고 강연 후 저희 집에서 리셉션을 했습니다. 숱하게 많은 인사들이 다녀갔지만 ‘빌 붙는 것’은 제 체질이 아니라서 인연을 맺지 않았지요. ‘한국 오면 대접하겠다’는 빈 말에 넘어갈 만큼 세상물정에 어둡지 않았습니다.     “친정도 없는데 갈 때가 어디 있느냐. 꼭 날 만나러 오너라.” 명령 같은 선생님 말씀에 애들 손잡고 댁을 찿아갔습니다. 나비 넥타이 맨 꼬마 아들은 ‘나비 넥타이 할아버지’ 식탁 메뉴에 없었던, 특별히 장만한 소시지를 즐겁게 먹었습니다.   대구에서 장편소설 찔레꽃 출간 및 어머님 칠순잔치 때는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행사 다음날 아침 강연이 있으셔서 당일날 내려 오셔 밤차로 서울로 가시게 됐습니다. 행사 때 유명한 분 모시면 일정 준비와 경비를 부담하는 게 상식입니다. “비서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 염려 말고. 여긴 자네가 누릴 땅이지. 오래 떠나가 살아서 서툴 테니까 준비는 내가 하는 게 더 쉽지”라고 하신 말씀은 뜨거운 눈물로 흘려내려 제 삶을 관통하는 영혼의 화살로 남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직언과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비판 글로 테러 위험이 있다는 소식 듣고 걱정돼서 편지를 올렸습니다. “내 나이에 이불 깔고 누워 앓다가 죽는 것보다 옳은 일 위해 장수처럼 말 타고 달리다가 화살 맞아 죽는 것이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는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민들레는 납작 엎드려 겨울 보내고 흙 한줌만 있으면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뿌리 내립니다. 짓밟혀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납니다. 민들레 홀씨 꽃말은 이별 입니다. 이름 없는 촌부에서 가장 높은 사람까지, 흩어져 살아도 수 없는 씨앗으로 뿌리 내릴 자식들에게 꽃 향기 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히 가시옵소서.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민들레 민들레 홀씨 선생님 말씀 나비 넥타이

2022-10-1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