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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연방대법원의 문화전쟁

흔히 미국을 청교도가 세운 기독교 국가라고 한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대륙으로 이주해온 초기 이민자들이 전부 영국 출신도 아니었고 많은 사람이 청교도 이외의 다른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     특히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은 청교도가 아니었다. 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고 계몽철학이었다. 계몽철학은 르네상스 이후 근대로 들어가는 유럽의 지식인 사회를 파고든 인본주의 사상을 뿌리로 한다.     개인적으로 계몽철학은 기독교 신앙과 조화되는 면도 있지만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독립전쟁 때 만들어진 모든 정치 및 법률 서류들은 계몽철학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이다. 연방헌법에선 기독교 신앙을 언급하지도 않는다. 정교분리에 따른 신앙의 자유를 못 박았음으로써 기독교 신정 국가 체제를 거부했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가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인본주의 계몽철학의 핵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계몽철학자였고 헌법이 계몽철학에 근거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건국 시기부터 미국인 대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청교도가 건국한 기독교 국가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19세기 중반부터 개신교 복음주의가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화산처럼 타올라 오히려 건국 초기보다 더 기독교적인 나라로 변했다.  건국 초기 대통령들은 겉으론 기독교 신자고 정신세계는 계몽철학자였다면 19세기 중반부터는 신앙심이 깊은 대통령들이 배출됐다.     다양성이 제한되던 20세기까지만 해도 개신교 복음주의에서 많은 표가 나오니 정치인들은 신앙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인 개신교 복음주의는 미국문화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하나의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 같은 기독교지만 가톨릭 신자가 대통령이나 주지사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이혼을 하면 대통령이 되거나 정계 입문조차 어려웠던 것을 보면 그 벽이 얼마나 두꺼웠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벽도 점차 흔들리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내려앉기 시작한다. 역작용으로 양 진영의 ‘문화전쟁(culture war)’이 거세게 진행된다.  한쪽은 다양성을 앞세워 기존의 문화를 부숴버리려고 하고 다른 쪽은 과거로의 회기를 시도한다.     현재 문화전쟁의 뜨거운 이슈가 종교의 자유다.  이 와중에  종교와 관련된 두 건의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나왔다. 하나는 직장 내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거다. 종교적 이유로 일요일 근무를 거부한 직원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이고 고용주는 직원의  이런 요구에 대해 무리가 없다면 맞춰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진보 보수가 3대6으로 나뉜 대법원에서 만장일치로 직원 편을 들어준 것이다. 종교의 자유에 대해선 해석이 틀려도 작업장에서의 개별 직원의 신앙 보호가 고용주의 권리에 앞선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다른 케이스는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동성애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한 한 웹디자이너의 차별금지법 위반 문제였다.  종교의 자유란 같은 이슈를 놓고 이번엔 보수와 진보 판사가 각각의 색채를 명확히 드러냈다. 결과는 6대 3으로 동성애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한 웹디자이너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종교의 자유에 대한 판결이었지만 보수 판사들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판결을 내렸다.  동성애자에게 서비스 금지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표현의 자유에 위반한다는 논리였다. 지난해 낙태권 판결에 이어 이번 판결까지 앞으로도 대법원은 문화전쟁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연방대법원 문화전쟁 기독교 신앙 현재 문화전쟁 건국 초기

2023-07-16

[기고] 문화전쟁과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범하지 않다. 지난달 30일 23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뉴욕 대배심이 그의 형사 기소를 투표한 후로 하늘에서는 방송국 헬리콥터가, 땅에는 수많은 보도진과 반대자와 지지자들의 고함이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른다.   ‘미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형사 기소된 인물’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트럼프의 기소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그를 비추는 조명의 강도와 미국 사회의 분열상은 비례한다.     공격적인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입은 거칠기만 하다.. 트럼프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수록 지지자들은 더 결집하고 기부금을 낸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문화전쟁을 캠페인에 이용했다. 인종, 이민, 기후변화, 낙태, 총기, 성 정체성 등의 이슈로 농촌 지역 저소득층의 좌절과 분노를 파고들어 표심을 얻었다. 이로 인해 진보와 보수가 강하게 충돌하고, 영웅 또는 악당으로 양분되는 거칠고 품위 없는 정치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당파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보복 정치로 향했다.   보수와 진보는 문화전쟁 외에 워크네스(wokeness, 깨어남)와 부모권리 운동(parents’ rights movement)을 내세웠다. 진보는 워크네스를 추구하고 보수는 문화전쟁과 강력한 부모의 권리를 옹호하지만 이 세 가지는 씨실과 날실처럼 연결되어 있다.     ‘워크네스’는 정의롭고 평등하며 포용하는 사회를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관이다. 미국 사회 시스템에 인종차별과 인종주의가 깊이 내재하여 있다며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비판적 인종이론(CRT)이나  흑인 인권 운동도 이에 해당한다.   보수는 문화전쟁을 점점 확대한다. 대학에 다니지 않은 농촌과 소도시 거주 백인들은 전통적 가치와 보수적 정체성을 중시한다. 이들은 문명과 테크놀로지 발달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정치권에서도 잊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민자와 진보를 위협으로 여긴다.     또 CRT는 ‘미국 역사를 백인 우월주의로 묘사한 진보의 사악한 역사관’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문화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부모권리’ 운동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힘을 얻었다. 지난달 연방하원 공화당은 ‘부모의 권리장전’ 법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자녀의 교육과 건강 결정권이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다. 즉, 부모에게 전통적 가치와 믿음을 벗어난 진보적 교육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학교에서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등을 다룬 서적들을 추방할 권리도 있다는 것 등이다.     공화당의 문화전쟁은 트럼프의 보복 정치 영향을 받아 과격하다. 한 때 ‘작은 트럼프’로 불렸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디즈니월드와 1년 이상 다툼 중이다. 작년 3월 디즈니가 ‘교육법상 부모의 권리법(Parental Rights in Education act)’, 일명 ‘돈 세이 게이(Don’t Say Gay)’ 법을 반대하자 드샌티스는 디즈니월드의 특별지역자치권을 박탈하고 지역 운영감독위원회를 해산시켜버렸다.     하원 법사위원장 짐 조던은 트럼프에 대한 수사 기록을 조사하고 검사를 소환하려 한다. 테네시 주 공화당은 총기규제 시위에 참여한 민주당 하원 의원 두 명을 모독죄를 명분으로 의회에서 축출시키기도 했다.     미국 정치는 트럼프가 판 토끼 굴에 갇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석회화 된 정치 상황(calcified political state)이라고 한다.  2016년 이래 인종주의는 여전히 미국 정치의 앞자리에 있고 트럼프는 변함없이 공화당 내 실세다.     트럼프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의 위선과 부정직함은 후손과 미래를 위해 수용하기 어렵다.   정 레지나기고 문화전쟁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부모권리 운동 보수적 정체성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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