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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막말과 비방의 선거

허리케인이 휘몰아치던 날과 화씨 70도의 화창했던 날. 시간이 흐른 뒤 어떤 날이 더 기억될까. 당연히 허리케인이 불던 날이다.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평범한 날씨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선거 캠페인도 비슷하다. 후보에 관한 정보 중 긍정적인(Positive) 내용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부정적인(Negative) 내용은 쉽게 기억된다. 칭찬을 들으면 금방 잊지만 욕을 들으면 오래 되새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터데임 대학과 텍사스댈러스 대학 공동 연구팀은 선거에서 네거티브 광고가 유권자에게 주는 영향을 실험했다. 표본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존 케리가 맞붙었던 2004년 대선 광고다. 18~24세의 대학생을 선정해 지지성향을 분류했다. 그룹은 부시 절대지지, 부시 지지, 부시 선호, 미정, 켈리 선호, 켈리 지지, 켈리 절대지지 등 7단계다. 참가자들에게 부시와 켈리의 캠페인 광고를 보여준 후 지지 성향의 변화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부정적인 광고가 긍정적인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실험 대상의 14%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본 후에 상대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흑색선전의 효과다. 반대로 긍정적인 내용은 지지도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이유를 연구팀은 부정적인 광고는 허리케인 부는 날, 긍정적인 광고는 맑은 날로 비유했다. 부정적인 내용은 더 두드러져 보이고, 두려움을 갖게 해 유권자들의 뇌리에 박힌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대선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큰 선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서는 후보간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판에서 정책과 비전은 사라졌다. 상대후보의 비리를 폭로하는 흑색선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폭로하는 내용의 진위 검증은 없다. 나의 장점이 아닌 상대의 약점을 알리는 캠페인에 올인한다.     망언과 막말을 넘어 욕설까지 오간다. 말의 해악은 물리적 폭력보다 치명적이다. 신체폭력과 달리 언어폭력은 후유증이 크다. 몸의 상처는 아물어 통증이 해소되면 잊히지만 언어폭력은 고통의 주체가 기억이어서 지우기 어렵다.     특히 정치인들이 과거에 했던 언어폭력은 그들의 정치 이력과 끝까지 간다.     국민은 네거티브 캠페인을 그치고 정책 대결로 선거에 임할 것을 후보들에게 바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후보들에게 최소한의 품격을 요구하고 있다.     노터데임과 텍사스대 연구팀은 실험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캠페인의 잠재적인 효과를 말하는 것이지 긍정적인 캠페인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광고를 권장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선거 역사를 봐도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일관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2008년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광고도 있었다. 당시 오바마 캠프의 구호였던 ‘Change’의 ‘C’자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로 표시됐다. 오바마를 파시스트, 나치 신봉자로 몰아가는 흑색선전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선거인단 538명 중 365명을 확보해 당선됐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오지만 선거의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상대 후보와 유권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맑게 갠 날보다 허리케인이 불던 날을 더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기억이 지속된다는 뜻이지 좋은 기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 후보가 결국은 승리하고 유권자에게도 신뢰를 주는 정치인으로 남는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막말과 비방 선거 캠페인 캠페인 광고 네거티브 캠페인

2021-11-04

[독자 마당] 막말과 비방의 정치

 해외동포로서 고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다. 이는 여자가 시집 간 뒤에도 친정을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대통령은 일국의 수반이 되어 총칼 없는 외교전쟁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막중한 책무가 있다.     이런 대통령을 뽑기 위한 경선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경선을 보면서 대통령 후보들이 코로나19 이후의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를 유심히 살피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한국의 대통령 경선은 점점 과열되면서 수준 이하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대선 후보자들의 발표에서 한 나라의 국정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겠다는 정견은 없다. 오로지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고 내가 살겠다는 싸움만 하고 있다. 후보 토론회 등에서 상대에 대한 비방만 계속 보고 있자니 피로감과 실망은 더해만 간다. 막말과 비방만 있지 정책 대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여야 두 정당의 대표적인 후보자에 대한 검찰 고발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 부끄러운 사태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70여년 전, 고교 시절에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신익희 선생의 선거 유세가 생각이 난다. 그는 “정치가는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만이 자격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정치인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서 싸우고 있다.     정책 대결의 공정한 선거가 돼야 할 대선이 후보들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돼 가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신익희 선생의 말씀이 멀리서 산울림이 되어 들려오는 것 같다.  김태호·자유기고가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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