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 마중물이 되어
아이티에 있는 하우스 오브 호프 고아원에는 네 살부터 스무 살까지 스물세 명의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 그곳에 2012년부터 동생과 함께 사는 카치아나(Katiana)가 있다. 카치아나는 올해 12월이면 스무 살이 된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2년 전에 폐결핵에 걸려 학교를 일 년 쉬었다. 그렇게 학교를 쉬는 동안, 크레올이 모국어인 카치아나는 K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영어를 공부했다. 능숙하지 않지만, 한글로 텍스트를 보내기도 하고,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른다. 적절한 경우에 맞는 적절한 한국말을 쓸 줄 안다. 우리와는 자주 한글 텍스트로 소통하기까지 한다. 물론 영어로도 소통할 수 있다. 카치아나는 올 9월부터 12학년을 다니게 된다. 미뤘던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니는 것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서 어카운트를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 공부를 잘 마치고 일을 잘하는 어카운턴트가 되어서 고아원 아이들을 도우며 살기 바란다고 했다. 지금도 아이는 같은 고아원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학교와 고아원의 모든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초에 아이를 만나고 나서 학교 성적, 가족관계(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혹 친척이라도 있는지), 주변 평판, 아이의 소망, 열정 등을 자세히 알아본 후에 우리는 카치아나를 대학교 공부까지 시키기로 하였다. 고등학교 마지막 과정을 도와줄 후원자를 찾고, 후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 자격을 주는 중등 과정 졸업시험(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는 이런 도움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며 아이티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 작은 사랑과 섬김이 아이의 장래에 소망이 되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최근에 우리가 건축한 고아원 마당에 있는 펌프 두 개가 다 망가져서 새로운 펌프를 설치했다. 펌프는 자주 물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작은 바가지로 담아둔 마중물을 더하면 곧 힘을 내고 맑은 물을 퍼 올려 고아원의 살림에 생명의 물을 더하곤 한다. 그래서 고아원 펌프 옆에는 언제나 낡은 대접에 받아놓은 마중물이 있다. 마중물이 떨어지면 펌프는 물을 퍼 올릴 수가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런 마중물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마중물이 되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다 보면 펌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듯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세상이 달라지리라 믿는다. 그리스도인은 누군가의 삶에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면서 우리의 사랑과 희생, 친절이 마중물이 되어 다른 이들의 삶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선행이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많은 이들의 삶에 풍성한 은혜의 물을 끌어 올리게 되길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카치아나의 삶에 마중물이 되기로 했다. 마중물이 되어 마음 놓고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 고아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기로 했다. 우리가 겨우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어 아이의 삶에 샘솟는 소망이 될 수 있을 때, 분명 하나님께서는 아이의 삶에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생명을 더하시리라 믿는다. 우리가 마중물이 된다면 아이는 멈추지 않는 힘찬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세상은, 아이티는 변하리라 믿는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마중물 대학교 공부 고아원 펌프 고등학교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