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봄 마중 가자
여름을 배웅하는 남반구에서 내 사는 뉴욕으로 돌아오니 어제는 비바람에 젖고 오늘은 화사한 칼바람에 휘청댄다 그래도 창밖에서는 아지랑이 춤춘다 외투를 입을까 벗을까 망설이는 사이 성미 급해 목 내민 수선화 목을 움츠린다. 대지에 귀를 대고 봄의 심장 소리 듣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뿌리가 물을 들이키는 소리 햇볕을 빨아들이는 소리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 봄의 제전이 울려 퍼진다. 봄빛 아련히 내 몸 간질인다. 입술이 들썩이고 노래가 터진다 내 몸 접고 접어 땅속에 녹아든다 울려 퍼지는 생명의 소리 받아적는 일 노래하는 일 몸을 흔드는 일만 남았다 서두르자, 친구야 우리 봄기운 찾아 봄 마중 가자 정명숙 시인글마당 마중 심장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