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한 남자는 조직의 보스다. 그리고 다른 남자는 그의 부하다. 부하는 보스가 시킨 모든 일을 참 잘 해냈다. 보스는 그런 부하를 크게 신임한다. 어느 날, 보스는 부하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긴다. 보스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자신의 젊은 애인을 감시하라는 임무다. 부하는 임무 도중에 보스의 애인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그 사실을 보스에게 알리지 않고, 보스의 애인과, 그녀가 만나는 남자를 살려준다. 보스는 이 사실을 알아내고, 다른 부하들을 시켜 배신한 부하를 제거하려고 한다. 부하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권총을 구해 보스의 일당에게 복수를 한다. 2005년에 만들어진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의 줄거리다. 영화 마지막에 부하는 보스에게 울며 묻는다. “도대체 왜 그랬어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요?” 이 질문에 대한 보스의 답은 이렇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고국의 계엄령 소식을 들었다. 12월 3일, 그것도 2024년에 말이다. 처음에는 고국의 인터넷방송이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세계의 모든 뉴스 보도를 보고 곧 사실임을 확인했다. 도대체 윤대통령은 왜 계엄을 선포했을까? ‘술을 매일 먹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라서’ ‘부인을 특별검사의 수사로부터 지키려고’ ‘극우 유투버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봐서’ 아니면 본인 주장대로 ‘야당이 예산을 너무 많이 삭감하고,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탄핵을 계속해서,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일까?   그가 계엄령을 선포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주 일부를 구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욕감’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부하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면 보스는 ‘모욕감’이 든다. 보스는 이런 모욕감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있는 일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             ‘달콤한 인생’이란 영화가 만들어진 즈음인 2005년경에, 서울 법대 출신의 두 검사가 만나서 함께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다. 1960년생인 윤석열은 아홉번 사법고시에 떨어지고 열번째인 1991년에 합격한 사람이다. 반면에 그의 부하였던 1973년생 한동훈은 대학생 시절인 1995년에 일찍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늦깎이 검사 윤석열은 술을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소년급제한 한동훈은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윤석열이 다른 검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동안, 부하였던 한동훈은 조서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윤석렬의 책상에 올려두고 퇴근했단다. 다음날 출근한 윤석열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자 다들 그가 한동훈을 자신이 역임했던 서울지검장이나 검찰총장에 임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한동훈을 자신도 역임해보지 못한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다. 그가 한동훈을 얼마나 믿고 사랑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윤석열은 한동훈을 정치에 너무 깊숙히 끌어드린 것이다. 선배를 따라 보수진영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한동훈은 진보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잘 알았다. 선배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선배는 배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후배로서 실력과 성실함으로 이미 선배에게 보상을 다했다고 믿었다. 두사람의 첫 마찰은 선배의 여자 때문이었다. 그녀의 메시지를 후배가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후배는 그녀가 받은 명품백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보스의 여자 문제는 보스에게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모욕감 계엄령 소식 늦깎이 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2024-12-19

[독자 마당] 늦깎이 경험

 며칠 전 퇴근길에 프리웨이에서 차가 멈추려 해서 가까스로 갓길로 빠져 나가 사고를 모면한 순간이 있었다.   주변의 타박을 무시하고 5년이 넘은 것을 아직도 새 차라고 우기면서 관리가 소홀해, 트랜스미션에 문제가 생긴 거다. 정비소에 부탁해 놓고는, 그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힘겹게 끌고 오던 사업체를 접자마자 우연한 계기로 새 직장을 얻게 됐다. 긴장되던 3개월의 수습기간도 막 지났으니 아침 시간이 조금은 여유롭다.     이틀은 택시를 이용했다. 요금이 만만치 않았다. 불안하지만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우선 요금이 공짜라서 놀랐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피하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일찍 집을 나선다. 몇 구간을 지나면 유명 커피숍도 만난다. 내려서 커피랑 빵 한 개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아침 신문을 펼친다.     한쪽 조용한 자리에 벌써 누군가는 노트북을 열어 놓고 커피를 마시며 뭔가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신문은 주요 기사만 대충 훑어보고 나와서 다시 버스를 기다린다. 마주치면 눈인사 하는 친구도 몇 명 생겼다.     매일 아침 스니커즈로 바꿔 신고 가방은 가로질러 메고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빠른 속도로 걷는다. 이 시원한 아침 공기 속을 달리듯 걷는 기분은 참으로 상쾌하다. 불안하거나 두렵던 마음도 이젠 다 사라졌다.   엊그제 토요일에는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나섰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도무지 오지를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한 구간을 뛰어 도착하니 그제서야 오고 있었다. 급하게 살아온 습관만은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아직은 차분히 인터넷을 검색할 여유를 못 가졌지만 노선을 잘 찾아보고 어느 한가한 주말에는 버스를 타고 바닷가에도 가보고, 노선을 따라서 환승하면서 멀리 종점까지 가보는 모험도 해보고 싶다. 켈리 조 / 독자

2021-10-1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