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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에 무료로 꽃 드립니다” …‘은혜 꽃집’ 새라 김 플로리스트

“작고 소중한 한인 교회에 도움이 되고자 성전 꽃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부에나파크 ‘은혜 꽃집’의 새라 김 플로리스트가 교회 섬김에 다시 한번 발 벗고 나서서 화제다.   김씨는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한인 교회에 성전 꽃 나눔 봉사를 했다”며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힘든 교회를 생각해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20일 본지에 전했다.     무료 꽃 봉사 대상은 교인이 50명 미만인 한인 교회로 운영 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 선정된 교회는 은혜 꽃집으로부터 1년 동안 매달 한 차례씩 꽃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다만, 꽃은 직접 방문해서 픽업해야 한다.   김씨는 “이제 곧 연말이고 추수 감사절, 크리스마스로 교회도 많은 장식이 필요할 텐데 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서 함께 성전 꽃 봉사를 할 봉사자도 찾고 있다. 꽃꽂이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환영”이라고 말했다.   무료 꽃 봉사 신청은 이달 말까지 받을 예정이며 10월에 12곳을 선정해 11월부터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씨가 꽃집을 차린 것도 교회 봉사를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집에서 꽃꽂이해 교회에 나눠주는 봉사를 하다가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이듬해인 2015년에 아리랑마켓 내 꽃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꽃집이 마켓 안에 있다 보니 장사가 잘됐다”며 “일주일에 2번 꽃이 들어왔는데 들어오는 족족 다 팔렸다. 그래서 더 많은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은혜를 받았다”고 감사해 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김씨도 건강 문제가 겹쳐 잠시 장사를 접어뒀다가 지난해 다시 꽃집을 열었다.   김씨가 2년 넘게 봉사했던 낮은울타리교회 김영철 목사는 “김 집사님 덕분에 교회 분위기 화사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로 살아나 교인들이 무척 좋아했다”며 “사실 작은 교회는 매주 성전 꽃을 놓는 게 어려운데 집사님이 매번 정성껏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플로리스트로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교회를 섬길 수 있어 감사하다”며 “작은 도움과 희망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은혜 꽃집에서는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무료 꽃바구니 강습을 진행한다. 재료비 50달러만 내면 시중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판매되는 꽃바구니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또 매주 화~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꽃꽂이 강좌도 한다. 그는 중앙문화센터에서 5년간 꽃꽂이 강사로 일한 바 있다.   ▶은혜 꽃집: 6736 Beach Blvd, Buena Park, CA 90621. (909)347-2775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한인 교회 한인 교회 중앙문화센터 꽃꽂이 교회 섬김

2023-09-20

어머니들, 올해는 더 바쁘다

글로벌어린이재단 샌디에이고지부(GCF-SD)가 지난 6일 신년 첫 월례회를 열고 올해 연간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한유미 회장은 "글로벌어린이재단의 활발한 활동에 특별히 관심 갖고 격려와 후원을 보내주는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린다"며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매월 불우 아동 돕기 기금 마련 행사와 회원간 단합을 위한 친목행사를 활발히 개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회장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하기 원하는 분들은 언제나 대환영"이라고 덧붙였다.   GCF-SD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계획은 다음과 같다.   ▶1월19일: 회원 및 후원인 단합 골프대회 ▶2월 중: 수제 레몬청 판매회 ▶2월14일(밸런타인데이): 꽃꽂이 강습회 ▶4월15일: 결식아동 돕기 걷기대회 ▶5월 중: 제1회 불우아동돕기 기금마련 음악회 개최 ▶6월 정: 정기 이사회 및 상반기 후원금 전달식 ▶7월: 미주 총회 참석 ▶9월 중: 결식아동돕기 자선 골프대회 ▶11월 중: 추수감사절 꽃꽂이 강습 ▶12월 중: 송년 특별행사 및 하반기 후원금 전달식     GCF-SD 활동에 관심있는 사람은 한유미 회장(858-472-1243)에게 연락하면 된다. 서정원 기자어머니 계획 어머니들 올해 추수감사절 꽃꽂이 결식아동돕기 자선

2023-01-10

[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서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자존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14

[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그 후에도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몇 바퀴나 돌아보았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을 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무엇인가 서투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자신을 잃게 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노래는 합창으로 낙찰이 됐습니다.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쫀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힘은 들지만 노인 학생들의 즐거움이 보람과 힘이 됩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09

[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에 서서

온 사방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수고했다, 신통하다, 스스로 칭찬해 주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희미하고 까마득한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입니다. 하얀 안개 속에 지나간 나의 삶이 손짓하면서 나를 부릅니다. 와락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내려갈 수 없는 저 험한 길을 잊어라!’ 멀리서 들려옵니다. 누가 나를 부를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 뒤에 내가 이제부터 가야 할 똑바르고 평평한 하얀 길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 끝은 어디쯤이나 될까? 감이 없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쪽은 동쪽입니다. 저 수평선에서 늘 고맙고 웅장한 붉은 해님이 나를 부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손을 모아 잠깐 고마움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하얀 구름 사이로 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쟁반같이 둥근 달님이 또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잠시 어디엔가 주저앉아 다시 사방을 둘러봅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 여기가 어디던가? 처음 와보는 신기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닌 듯 낯설었습니다. 지나간 날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곳! 잠시 뒤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던가? 물어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이곳이 바로 순리를 따라 왔던 종착역이었던가? 묻고 또 묻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저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는 저 길은 이제부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듯 쓸모 있게 보였습니다. 저 길을 그저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걷기보다는 보다 예쁘게 단장한 보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고 싶구나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이렇게 칠십과 팔십이 다르다고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몸이 말해 줍니다. 마음도 머리도 하루가 다르게 신호를 보냅니다. 단어와 이름들이 희미해집니다. 멍청이가 되라 하는 것 같습니다. 걱정도 집어치워 버리라고 합니다. 걱정해서 되는 것이 없다나요? 그럼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 또한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는 없다네요? 세끼 밥에 청소에 빨래 이러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그런대요! 내 속 심사가 ‘너 그렇게 살지 마라’ 점잖게 훈계 한마디를 던지고 지나갔습니다.   팔십이 되기까지 과연 너는 열심히 살았던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후회와 잘못과 어리석었던 등등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남겼던가? 얼마나 많은 말실수를 했던가? 이렇게 끄집어 내어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길만이 나를 다스립니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 죄 사함은 오직 높으신 님께 드리는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80 언덕에 한참을 앉아 많은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라! 너 자신이 누구인가를… 더도 덜도 아닌 너를 사랑하는 것이 너의 책임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라! 노래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네 주위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라! 건강을 지켜라. 이런 명령들을 나 스스로 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의 한 가지 재주 아니면 나의 취미, 나의 자신감을 존중하며 꽃꽂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노인 학생들이 좋아하며 즐기는지요! 이것이 바로 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늘 하고 싶었던 내가 사랑하는 꽃들과의 대화가 나의 건강과 생을 지켜주리라 다시 다짐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 팔십이란 언덕 꽃꽂이 강습 노인 학생들

2022-10-28

[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에 서서!

온 사방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수고했다, 신통하다, 스스로 칭찬해 주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희미하고 까마득한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입니다. 하얀 안개 속에 지나간 나의 삶이 손짓하면서 나를 부릅니다. 와락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내려갈 수 없는 저 험한 길을 잊어라!’ 멀리서 들려옵니다. 누가 나를 부를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 뒤에 내가 이제부터 가야 할 똑바르고 편편한 하얀 길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 끝은 어디쯤이나 될까? 감이 없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쪽은 동쪽입니다. 저 수평선에서 늘 고맙고 웅장한 붉은 해님이 나를 부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손을 모아 잠깐 고마움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하얀 구름 사이로 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쟁반같이 둥근 달님이 또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잠시 어디엔가 주저앉아 다시 사방을 둘러봅니다. 만감이 교체합니다. 아, 여기가 어디던가? 처음 와보는 신기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닌 듯 낯설었습니다. 지나간 날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곳! 잠시 뒤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던가? 물어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이곳이 바로 순리를 따라 왔던 종착역이었던가? 묻고 또 묻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저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는 저 길은 이제부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말해주듯 쓸모 있게 보였습니다. 저 길을 그저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걷기보다는 보다 예쁘게 단장한 보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고 싶구나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이렇게 칠십과 팔십이 다르다고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몸이 말해 줍니다. 마음도 머리도 하루가 다르게 신호를 보냅니다. 단어와 이름들이 희미해집니다. 날짜가 가물거립니다. 그 많은 생일날도 잊으라고 합니다. 멍청이가 되라 하는 것 같습니다. 운전도 그만두라 하네요! 걱정도 집어치워버리라고 합니다. 걱정해서 되는 것이 없다나요? 그럼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 또한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는 없다네요? 세끼 밥에 청소에 빨래 이러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그런대요! 내 속 심사가 ‘너 그렇게 살지 마라’ 점잖게 훈계 한마디를 던지고 지나갔습니다.   팔십이 되기까지 과연 너는 열심히 살았던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후회와 잘못과 어리석었던 등등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남겼던가? 얼마나 많은 말실수를 했던가? 이렇게 끄집어 내어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길만이 나를 다스립니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 죄 사함은 오직 높으신 님께 드리는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80 언덕에 한참을 앉아 많은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라! 너 자신이 누구인가를…더도 덜도 아닌 너를 사랑하는 것이 너의 책임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라! 노래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네 주위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라! 건강을 지켜라. 이런 명령들을 나 스스로 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나의 한 가지 재주 아니면 나의 취미, 나의 자신감을 존중하며 꽃꽂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노인 학생들이 좋아하며 즐기는지요! 이것이 바로 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늘 하고 싶었던 내가 사랑하는 꽃들과의 대화가 나의 건강과 생을 지켜주리라 다시 다짐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 팔십이란 언덕 꽃꽂이 강습 노인 학생들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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