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기찻길 야구
나는 열렬한 양키스 팬 미국 온 지 얼마 안 돼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1978년부터이다 요즘은 자다가도 일어나 스코어를 확인한다 금년 시즌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성적 월드시리즈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 60년도 넘은 아득한 옛날 부산 철도가 무허가 동네에서 살았다 옆집 형은 한때 중학교 야구 선수 나를 불러내 선로에서 야구공을 던지고 막대기로 때렸다 직구가 뭔지, 슬라이드, 체인지업이 뭔지 그때 알았다 그 후 집은 도로가 생겨 헐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형은 내가 미국에 온 것도 모르고 지금은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나의 하루는 양키스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게임을 보면서 그때 그 형을 생각한다 낡은 야구공, 해어진 글러브, 가난한 야구가 생각난다 지금도 기차는 시간 맞춰 달릴 것이다 기찻길에서 야구를 하는 소년들은 없을 것이다 최복림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기찻길 야구 기찻길 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양키스 스케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