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작가, 그래미 뮤지엄에 벽화 그린다
LA다운타운에 있는 그래미 뮤지엄의 얼굴에 한인 작품이 걸린다. 유명 작가 콜레트 밀러(Colette Miller) 등의 작품이 걸렸던 입구 바로 왼쪽의 벽면 자리다.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 속 ‘다송이 그림’으로 작품으로 각인시킨 작가 지비지(ZiBEZI·본명 정재훈·44)다. 작품은 다음 달 2일(금)부터 뮤지엄 외벽에 전시된다. 지난 5월 그래미 뮤지엄 측으로부터 벽화 의뢰를 받은 그는 이번에 ‘K팝’과 ‘LA’의 자유롭고 다채로운 특성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그래피티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보안상 현장 작업이 아닌 아이패드로 작업을 진행했다. 공개될 작품은 가로 212인치, 세로 117인치 크기다. 지비지는 작품을 프린팅한 뒤 외벽에 벽화 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벽화가 걸릴 곳은 한때 콜레트 밀러의 작품 ‘날개들(Wings)’가 전시됐던 곳이다. 관광객들의 사진 스폿으로도 유명했다. 지난 24일 그래미 뮤지엄 앞에서 만난 지비지는 “팬데믹 때 이곳을 지나가며 ‘여기에 내 그림이 걸리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루어졌다”며 벅찬 심정을 전했다. 영화 ‘기생충’ 속 작품으로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은 그는 LA 그래미 뮤지엄의 대문을 장식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발돋움을 시작한다. ‘K팝’을 주제로 그린 이번 작품에는 지비지만의 통통 튀는 색감이 잘 묻어나 있다. 그의 시그니처인 마주 보는 남녀의 모습을 중심으로, 색감있게 그려낸 장난기 넘치는 아이콘들은 밝고 활기차며 역동적인 LA를 표현하고 있다. 또 K팝 주제에 맞게 ‘사랑해요’, ‘케이팝’, ‘그래미’,‘아이돌’ 등 다채로운 한글 단어들은 팝아트적 요소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지비지는 “그림을 본 그래미 측에서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며 “특히 한글로 적힌 ‘아이돌’의 뜻을 듣고는 흥미로워하며 호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평소 자유로운 직선과 곡선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그의 그림 스타일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래미 뮤지엄과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는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딱히 없었다. 평소 주제로 삼는 5가지 요소인 사랑, 패턴, 자화상, 캐릭터, 추상을 작품 하나에 모두 녹여내 봤는데 생각보다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부터 낙서를 좋아했고 나이 먹은 지금도 좋아한다”며 “그림만큼은 고상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솔직한 것을 추구하며 어린이의 순수함과 또 다른 어른의 순수함을 찾는 과정은 참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지비지는 LA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림에만 집중하면서 활동 무대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는 “내년 초에 진행될 아카데미 뮤지엄의 봉준호 감독 상설전에 ‘기생충’에 나온 다송이 그림도 전시되는데 2년 동안 보관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어 “팬데믹때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이런 기회들은 없었을 것이다. 거리 예술의 진가를 볼 수 있는 LA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새로운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개인전이나 콜라보 작업도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기생충 그래미 그래미 뮤지엄 기생충 한인 아카데미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