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병과 군사경찰의 차이
한국에선 새 정권으로 바뀔 때 마다 정부 부서 또는 직활 기관의 명칭이 자주 바뀐다. 흔히 명칭과 호칭은 단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서와 관계가 깊다. 한국의 경우, 인물과 사물의 시대 배경에 따라 그 변화 양상이 심하다. 특히 정부조직 부서가 그렇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당시 첫 내각의 각 부처 명칭은 필요 이상으로 자주 바뀌었다. 살펴보면 1948년 정부 출범 당시 사용한 부서명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국방부와 법무부밖에 없다. 내무부가 행정안전부, 상공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체신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 그야말로 총천연색 짜깁기식 명칭으로 변경돼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명칭 때문에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군 정보기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명칭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군방첩사령부로 변경됐다. 본래 방첩부대에서 특무부대(CIC)를 시초로 국군 보안사령부, 기무사령부로 이어져 오다가 전 정권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었었다. 전 정권은 또 헌병의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꿨다. 따지고 보면 지난 정권에서 일본은 매우 불편한 이웃 나라였다. 일제 강점 36년, 철천지원수였던 제국주의 일본의 잔재를 뿌리 뽑기 위해 일본 군국주의 시대에 악명 높았던 헌병을 대속물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은 헌병보다 일본어 ‘겐빼이’로 더 악명이 높았는데 말이다. 우리 독립투사를 체포, 감금, 고문, 투옥 등을 일삼던 일본강점기를 현 자유민주 대한민국에 대입시킨 것 같다. 잔인하고 포악한 일본군의 겐뻬이(헌병)를 시대가 바뀐 지금까지 증오하고 원수처럼 여긴다면 왜 그보다 더 포악했던 일본 고등경찰의 잔재는 그대로 경찰이란 용어로 계승 사용한단 말인가. 역사적으로 헌병이란 명칭은 1900년 대한제국 육군헌병조례에 따라 120년 전 이미 헌병이란 명칭을 사용해서 편제를 이뤄 현 군사경찰의 역활을 다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전 조선경비대 시절엔 군기대 또는 군감대라는 명칭을 사용하다 건국 이후 옛 명칭인 헌병으로 조직을 개편 6·25전쟁 중에는 보병 못지않은 공훈을 세웠다. 헌병은 최고의 학력과 최고의 신체조건을 갖춘 우수한 병과로 명성을 날렸다. 가끔 TV 뉴스에서 보면 군사분계선 상에 철책을 적군과 맞대고 순찰하는 우리 군은 정전협정 때문에 헌병 완장을 차고 GP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국민들은 마음 든든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헌병 완장을 군사경찰이란 표식으로 갈아붙이고 근무지역을 순찰하는 군사경찰병을 보면서 75년 역사의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헌병을 뭇 사람들은 명칭부터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용어와 호칭에서 어느 시골에 착한 경찰아저씨와 전선에 씩씩한 군인 오빠의 느낌이 서로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군은 작전을 기본 임무로 한다. 고로 군은 착한 게 아니라 용감하게 싸우는 존재다. 정권에 따라 정치색을 입혀 명칭부터 오락가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색으로 심판한 지휘관의 희생을 적잖이 경험했던 국민은 고약한 구시대의 잔재를 배격하며 본래의 명칭으로 환원하기를 바란다. 헌병이 영어로 MP (Military Police)를 의미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건국 당시부터 사용해 온 명칭이다. 현대화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군의 행사 때마다 행렬 선두에 길잡이 헌병의 늠름한 모습은 꿈많은 어린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위정자는 숱한 전사에 기록된 대한민국 헌병이 일본 군국주의 시대의 겐뻬이로 오해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군사경찰 헌병과 명칭인 헌병 대한제국 육군헌병조례 대한민국 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