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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말과 교양

교양이라는 말은 여러 상황에서 다르게 쓰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장면은 ‘교양 있다’ 또는 ‘교양 없이’라는 표현에서일 겁니다. 주로 교양 있다는 말보다는 교양 없다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데 사람들은 이 말을 하면서 이마를 찌푸립니다. 지나친 교양의 강조가 역효과를 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하는 척’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교양 있게 살기 위해서 클래식을 듣고, 미술관에 가고, 철학책을 읽습니다. 왠지 고고한 자세로 고상한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장면이 교양인의 필수품처럼 느껴지는 요소입니다. 교양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장면만 주로 언급하여 교양을 가식적인 상황과 일치시켰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교양이 부정적인 어휘는 아닙니다. 이쯤에서 교양이라는 말에 대하여 좀 살펴볼까요?     교양이라는 말이 어원적으로는 문화에 해당하는 단어 ‘Culture’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문화라는 단어는 교양에서 온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양 있는 생활을 문화생활이라고도 하죠. ‘Culture’의 뜻은 ‘재배, 경작, 교양, 문화’ 등을 담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교양은 자연 상태와는 다른 것입니다. 재배나 경작 등은 자연에 사람의 힘이 가해진 것을 의미합니다.     문화적이라든가 문화생활이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 이해가 됩니다. 연주회를 가고, 전시회를 가고, 강연을 들으면 문화생활이 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돈이 드는 경우가 많아서 서민 혹은 민중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자연에서 멀어져야 문화가 되고, 자연 상태를 벗어나는 게 교양이 됩니다. 벌거벗고 태어난 내 몸에 이런저런 장식이 늘어납니다.   대학 1, 2학년 때는 교양과목이 주를 이룹니다. 교양은 고등학교까지는 쌓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아니, 사실은 교양은 대학에서도 계속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교양 필수니 교양 선택이니 하며 나누기도 하지만 교양은 교양입니다. 교양은 정보, 지식, 지혜 등과도 관련이 됩니다. 수많은 정보는 내 속에서 걸러져 지식이 됩니다. 그리고 그 지식은 내 삶의 기준이 되는 지혜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뀐 삶은 교양이 됩니다. 이러한 것이 교양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정보도 필요하고, 지식도 필요하고, 지혜도 필요합니다. 교양이 가장 높은 단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교양이라는 말이 단지 자연과 구별하는 말이 아니기 바랍니다. 교양이라는 말이 마치 지식과 동일시되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더구나 교양이 누군가를 차별하는 용어가 된다면 최악의 결과입니다. 교양은 오히려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이면서 삶을 올바로 살아갈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즐겁게 교양을 쌓아야 하는 겁니다.   그러기에 교양은 한 분야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면 필수와 선택의 구별도 필요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즐겁게 정보와 지식을 얻습니다. 그리고 더 기쁘고 살 만한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것은 교양이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이것이 교양 있게 사는 방법입니다. 교양이 있으면 사람으로서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다운 삶입니다.   언어에 대한 이해는 교양의 시작입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사람과 자연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며, 사람을 이해하는 실마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우리에 대한 이해입니다. 우리말에 대해 공부하고, 평생 쌓아가고, 즐겁게 이해해서 삶의 길잡이로 삼아야 하는 겁니다. 말 공부가 바로 교양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교양 정보 지식 자연 상태 단지 자연

2023-02-19

[열린 광장] 고전문학과 풍성한 삶

고전문학은 우리 삶에 있어서 지식과 지혜의 갈증을 없애주는 샘터 역할을 한다. 우리 삶 속에 고이는 맑은 샘물을 꾸준히 떠서 마셔야 더 맑은 샘물이 계속 흘러나와 샘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렇지않고 샘물이 고여 있으면 결국엔 신선한 맛을 잃게 될 뿐 아니라 그 샘에는 맑고 시원한 샘물이 더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전문학은 역동적인 삶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해 주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문학 속의 삶과 우리의 삶이 서로 관련을 맺고 있기에 우리가 고전문학을 읽을 때에 상상으로 미지의 세계를 맛볼 수 있으며, 우리가 자아를 창조하도록 만든다.     마음이 맑으면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의 교양과 지식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나타나게 되고 또한 그의 내면적 충실과 정신적 생활의 심도가 그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사람의 얼굴은 서른까지는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얼굴이지만 서른이 넘으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한다. 독서량에 따른 내면적 충실과 정신적 생활의 심도에 따라 얼굴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전문학을 꾸준히 읽는 사람일수록 삶의 내용이 풍성하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다.     어느 날 링컨 대통령에게 선거 참모가 한 사람을 추천했다. 링컨 대통령은 그 사람을 만나보고 곧바로 퇴짜를 놓았다. 선거 참모는 링컨 대통령에게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고 물었다. 링컨 대통령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사람의 얼굴 때문이오.” “얼굴 때문이라뇨, 그 사람의 얼굴이 어때서요?” “그게 얼굴이오? 전혀 얼굴이 돼 있지 않아요.” “얼굴이야 그 사람 책임이 아니잖습니까?”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오. 어디 그 얼굴이 성서라도 한 구절 읽어 본 얼굴 같소?” 이 일화는 사람이 무엇을 읽으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사느냐에 따라 그의 지식과 교양의 정도가 얼굴에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미국대학의 이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의 훌륭한 리더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훌륭한 민주시민의 자질과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미국대학은 교양과정으로 고전문학을 많이 읽도록 권장한다. 한 예로 1929년 시카고대학교의 로버트 허친스 총장은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 읽기 프로젝트인 ‘시카고 플랜’을 실행함으로써 시카고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끌어 올렸다.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대학 출신자들이 많으면서 독서의 불모지인 나라는 없다고 한다. 책을 읽는 풍토와 독서를 생활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 모든 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오래전 서울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학생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2학년 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은 것 말고는 교양 독서를 전혀 할 수 없었다”는 고백을 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는 읽은 적이 없으면서도 그의 4대 비극의 제목만은 달달 외웠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환경 속에서 과연 건전한 민주시민과 훌륭한 리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신문과 텔레비전 그리고 유튜브 등은 우리에게 상식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못한다. 특히 유튜브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면 피상적인 상식에 만족하면서 문제의식 없이 표피적인 과제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독서가 없는 사회는 밑동이 약한 나무와 같으며, 고전을 외면하는 사회는 뿌리가 없는 나무와 같다. 그러기에 젊은 층과 지성인들에게는 고전문학을 통한 체계적인 지식과 학문적 성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열린 광장 고전문학 링컨 대통령 오래전 서울대학교 교양 독서

2022-10-25

[우리말 바루기] 나날이, 다달이, 철철이

“일취월장이 뭔지 알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나만 모르는 줄임말인가 의심부터 들어서다. 인터넷엔 ‘일찍 취업해 월급 모아 장가가자’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니다’는 언어유희가 떠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은 ‘시경’에서 나온 말이다. 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을 이른다.   얼마 전 일취월장의 뜻풀이에 나온 ‘다달이’가 화제가 됐다. 한 교양 프로그램의 문제로 출제되면서다. 달마다를 이르는 말은 ‘달달이’가 아니라 ‘다달이’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매일매일을 이르는 ‘나날이’도 ‘날날이’로 사용하지 않는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 소리가 나지 않으면 안 나는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제28항에 따른 것이다. ‘ㄹ’ 받침을 가진 말이 합성어나 파생어를 형성할 때 ‘ㄹ’ 받침이 발음되지 않게 바뀌었다면 바뀐 대로 표기한다는 얘기다. 대체로 끝소리 ‘ㄹ’은 ‘ㄴ,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탈락한다. 따님(←딸+님), 차돌(←찰-+돌), 화살(←활+살), 바느질(←바늘+질) 등과 같이 쓰인다.   ‘날’은 ‘ㄴ’으로, ‘달’은 ‘ㄷ’으로 각각 시작하는 말이므로 ‘날날이’ ‘달달이’가 아니라 그 앞의 받침 ‘ㄹ’이 탈락해 ‘나날이’와 ‘다달이’가 된다. 돌아오는 철마다를 뜻하는 ‘철철이’의 경우는 이와 다를까? ‘ㄹ’ 받침 뒤에 ‘ㅊ’으로 시작하는 말이 왔으므로 앞의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그대로 ‘철철이’라고 표기한다. 우리말 바루기 교양 프로그램 맞춤법 제28항

2022-07-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람값은 가슴으로 매긴다

사람값은 사람이 매긴다. 다른 사람이 매긴다. 삶의 무게는 질량으로 잴 수 없고 사람값은 숫자로 매기기 어렵다. 살아 생전 보다 사후에 매겨지는 점수가 더 정확한 수치인지 모른다. 나이값 얼굴값 꼴값 사람값 하며 살기는 참 어렵다. 살아 생전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죽은 뒤 남기는 몇줄의 평판이 어쩌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 모른다.   지역사회에 알게 모르게 봉사(?)하던 두 분의 죽음이 생각난다. 한 분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연장자 아파트에서 가난하게 지내던 할머니다. 자기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고, 황금 송아지 키우던 과거를 내세우지 않았으며, 손수 키운 채소로 맛난 김치 만들어 이웃과 다정하게 나눠 먹었다. 일요일엔 교회밴 타고 오시는데 텃밭에서 갓 뽑은 채소를 봉지에 담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셨다. 나도 몇 번 얻어먹는 행운을 누렸는데 부추나 깻잎은 일렬로 줄세워 깨끗이 손질해 씻어주셔서 요리하기 편했다.   다른 한 분은 지식과 교양, 품위와 인격을 모두 갖춘 분이다. 전문직 남편 덕분에 적당한 부를 누렸고 두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냈으며 교회에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소문내지 않았으며 알게 모르게 지역 사회에 봉사한 분이다.   ‘죽음’은 한 인간의 민낯을 빼지도 더하지도 않고 진솔하게 그려낸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통해 했다. 꼬부라진 손으로 플라스틱 봉지에 담긴 싱싱한 채소를 건네주던 할머니의 다정한 미소를 그리워하고 그 분의 일생을 추모했다. 다른 한 분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배우고 교양 있는 사람들은 우아한 단어로 추모하고 애도했다. 나도 그 부류에 속했다. 하지만 덜 가진 사람, 적게 배운 사람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그 사람 잘난 체 하잖아요. 겉 다르고 속 달라요.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불쌍해서 그러는 거죠.”   깜짝 놀랐다. 이 처절하고 진솔한 동물적 감각! ‘동물적 감각’은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습관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반응시간이 빠르고 진솔하다. 동물적 감각은 이성이 지닌 ‘위선의 탈’ 속에 숨은 인간의 속내와 진실의 실체를 보게 한다.   위선자는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다. 지식이 인격과 단절 될 때, 가슴이 얼음처럼 차가울 때 베푸는 동정은 사랑이 아니라 기만이다. 자애로운 동정심은 ‘빈민 구제’가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일 뿐이다.   사람들은 가슴으로 말한다. 가슴은 없는 말을 꾸며대지 않고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말하고 느낀 대로 판단하고 내키는 대로 답한다. ‘잘 생긴 놈은 얼굴 값하고 못생긴 놈은 꼴값한다’ 해도 생긴 대로 살고 정성 담아 사람 대하고 동정 대신 사랑으로 섬기면 죽어서도 사람값을 하지 않을까.   호랑이가 아니라서 죽어 남길 가죽 없고, 이름 석자 기억할 명성은커녕 남길 유산 조차 없으니 그냥 허공에 떠돌다 흩어질 이름 석자 나 홀로 불러 볼 뿐.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해도 외로워 말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고, 내 생의 점수가 빵점이라 해도 후회하지 말고, 위선이 아닌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가슴 뜨겁게 살아온 날들과 남은 시간들을 위해 건배!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람값 가슴 나이값 얼굴값 플라스틱 봉지 교양 품위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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