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오픈 업]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

많은 사람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는 그저 어린아이가 요란스럽게 행동하고, 공부도 하지 못하다 철이 들면 저절로 없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필자가 1977년 수련의를 마칠 때까지도 이런 병명은 없었다. 그러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인류는 두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딱딱한 머리 속에 들어있는 두부 같은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뿐인가. 한 사람의 뇌에 200억개 이상 존재한다는 신경세포( neuron)들이 수천개의 가지를 통해 다른 뇌세포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화학 물질을 만들어 중간에 있는 시냅스로 흘려보냈다가, 임무 수행 후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최고의 정보 전달 장치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두뇌의 십년’이라 불리는 1990년대 이후 인류는 말썽꾸러기 사내아이가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뇌세포에서 도파민이나 노어 에피네프린이 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들도 본인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면 두세 시간도 꼼짝하지 않고 100% 집중한다는 것도 알았다. 의사가 본인 아들에 대해 “주의 산만…”이라고 말하면 당장 부모님이 귀를 막아버리는 이유다.   귀한 자녀를 도와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대부분 두뇌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없고, 자녀 교육도 본인 부모님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녀가 아무리 야단을 쳐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다른 애들에 비해 두세 살 어리게 행동하지만 정은 많고, 공부도 일대일로 가르쳐야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사무실에 6세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가 있었다. 3명의 선생님이 정신과 감정을 받아보라고 해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불편했다.      여섯 살짜리도 엄마나 선생님을 기쁘게 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기는 왜 수업 시간에 말을 많이 하고,걸핏하면 싸움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할머니 의사가 두뇌 모형을 보여주고 자신의 앞이마를 툭 치며 “이 속에 너의 전두엽이 들어있어, 공부나 숙제하는 걸 도와준단다. 어떻게 도와주는지 알고 싶니?”하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모형 두뇌를 잘라 감정뇌(변연계)가 잘 보이게 그려진 도형을 아이 손에 쥐여 준 후 “이 아래층에 있는 뇌는 강아지나 호랑이 같은 동물도 갖고 있어. 어느 날 이 뇌에서 화가 나 싸움을 하려고 하면 전두엽이 스톱하고 소리치며 막아준단다”라고 말해 줬다.     아이가 눈을 반짝였다. 이번엔 뇌 전파 물질이 나오는 그림을 보여줬다. “엄마가 재미있는 게임을 사주면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니?” “네, 학교에 가서 이야기해요” “그런데 여기 보이는 신경 세포들(neuron)도, 옆에 있는 다른 세포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정보를 보내려면 스스로 눈물 같은 화학 물질을 만들어 그쪽으로 보낸 데. 그 물질은 모두 다르고 ,하는 일도 각각이야. 이 중에 도파민이라는 물질은 너의 전두엽에 가서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라고 도와준단다. 그런데 이렇게 고마운 도파민이 공부처럼 지루한 것을 할 때는 나와 주지 않는 게 바로 ADHD 라는 병이야. 이 병은 네 잘못도 아니고, 엄마 아빠의 탓도 아니야. 유전 때문이라고 해. 요즘은 특별한 약이 있어서 그 약을 먹으면, 30분이나 한 시간 후에 도파민이 전두엽에 많이 생겨 정신을 차리고 숙제를 빨리 끝낼 수 있게 도와줘.”   이때쯤 아이는 손을 번쩍 들게 된다.  “저도 그 약 주세요.” “ 그럼 이제 엄마에게 여쭤보자.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부분의 엄마는 이때쯤에는 이해가 되어서, 먼저 결정해준 자녀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치료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자신을 존중할 줄 알고, 대인 관계도 원만하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성인 ADHD 환자가 돼 특히 다음의 3가지 문제로 힘든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 문제란 ▶불안 질환 ▶우울증이나 조울증 ▶술을 비롯한 물질 사용 장애(특히 대학생의 경우 담배 사용 장애가 높다) 등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과잉행동장애 주의력 주의력 결핍 물질 사용 화학 물질

2024-07-09

[살며 생각하며] 우리 아이 뇌 속에 무슨 일이

한국서 돌아오니, 틴에이저 자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상담 요청이 기다리고 있다. 항상 학년 초 가장 상담 요청이 많다. 어떤 부모님은,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이 아이 뇌를 좀 들여다보고 싶다고 하신다. 하긴,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아이들 행동은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한 석판에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이 점점 더 거칠어져 걱정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청소년들의 행동 변화는, 전에는 발달심리학, 생리학, 혹은 사회학적으로 설명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뇌과학의 발달로 많은 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뇌과학 연구가 발견해낸 것은, 청소년 시기 이 독특한 행동의 원인이 시냅스(Synapse)의 가지치기로 인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미성숙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리 뒤에서 앞의 순서로 발달해나가는 우리 뇌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다듬어지고 형성되는 부분이 앞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이 부분은 뇌의 CEO 같아서, 우리가 모든 일을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충동을 억제하고, 행동하기 전 결과를 미리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앗, 이 순간, 이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우리 사춘기 자녀들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아찔하다. 덩치도 커지고 나이도 먹어가는 우리 자녀들, 왜 어릴 적에도 안 하던 충동적 행동을 하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 뇌는 생애 초기 십여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신경세포인 뉴런(Neuron)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뉴런을 연결해주고 뉴런 사이 신호를 전달해주는 연결조직인 시냅스(Synapse) 숫자도 계속 증가한다. 그러나 청소년기가 되면, 이 시냅스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이유는 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쓰는 시냅스는 남기고 불필요한 시냅스는 가지치기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이 시기에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미성숙을 보이게 된다.   반면에 이 시기에 최고로 발달하는 부위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부위가 미성숙하고 약화하다 보니, 편도체에 크게 의존하여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녀들이, 현기증 나는 감정의 오르내림을 계속하는 이유다. 또한, 이 시기에 감소한 시냅스 숫자로 인해,  앞뒤 결과를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하고 즉각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그들의 아슬아슬함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어쩌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자녀들이 법적 성인이 되고 대학에 들어가는 18세가 되면 어느 정도 판단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기대하며 기다리던 부모들에게, 성숙에 필수적인 전전두엽이 만 25세 정도나 되어야 완성되고 30대에도 성숙 과정이 계속된다는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대학에 가서, 심지어 졸업하고도힘들어하며 방황을 거듭하는 이십 대 친구들이 꽤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전전두엽은 자녀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학습능력과 메모리에도 관여할 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정서장애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 기능이 약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길어진 사춘기, 뇌가 여전히 공사 중인 자녀들을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다음 칼럼에 계속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충동적 행동 시냅스 숫자

2023-10-11

[잠망경] 언어의 희롱

“대체로 언어는 진실을 감추는 도구다”라는 명언을 남긴 코미디언, 조지 칼린(1937~2008)의 ‘완곡한 표현에 대하여(On Euphemisms)’를 유튜브로 다시 본다.   전쟁 중 병사들이 겪는 신경 증상을 1차 세계대전 때 ‘전쟁 신경증(shell shock)’이라 했고, 월남전 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그는 지적한다. 1920년대 초의 ‘신경증’이 반백 년 후 정신병으로 변한 것이다. 정부 지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장님을 ‘시각장애인(visually impaired)’으로, ‘지체장애인(physically handicapped)’을 ‘신체장애인(physically challenged)’으로 호칭을 바꾸는 사태에 대하여 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소리친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의 컨디션을 바꾸어 부르면 컨디션이 바뀐다고 믿게 됩니다.”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말 바꿈 하면 망자(亡者)의 컨디션이 바뀐다는 심리상태다.    ‘말 바꾸기 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난다.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이라 부르면서 ‘분열’이라는 불쾌한 의미를 감추는 데 성공한다. 정신분열병을 의미하는 ‘schizophrenia’의 ‘schizo-’부분은 ‘찢어지다’라는 뜻으로 ‘가위(scissors)’와 말뿌리가 같다.   조현은 줄을 고르게 조절한다는 뜻. 줄을 조절한다는 의미가 마음 줄의 긴장도를 알맞게 하겠다는 뜻인지. 느슨하게. 아니라고?   편도선염, 대퇴골절, 대장암처럼 병변(病變)을 기술하는 진단명에서 멀리 가도 너무 멀리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무엇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진술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엇인지를 조율하겠다는 치료 의도를 암시하는 진단을 내리는 것이 한국의 의학 수준인가.   반대로, 부드러운 표현이 강력한 표현으로 변하는 일이 정신과에서 터진다. 2023년 8, 9월에 걸쳐 월간 ‘Psychiatric Times’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톱 기사가 표지를 덮었다. 주의가 산만한 것을 정신병으로 간주하다니.   미국에서 마약이 주성분인 ADHD 약이 동이 났다는 소식! 지난 20년에 걸쳐 꾸준히 상승하는 ADHD 과잉진단의 결과로 2023년 현재 약의 수요가 미국 제약회사의 공급 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분석이다.   과잉진단의 가장 큰 요인은 제약회사의 약 선전에 부응하여 진단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 약이 먼저고 진단이 나중이라는 사연이며 의사들의 진단기준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사회적인 압력도 큰 역할을 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부모가 ADHD 자가진단을 내리고 의사에게 약 처방 압력을 넣는 것이다. 약은 코카인과 화학성분이 매우 비슷한 중독성 각성제다.   높지 않은 지능, 아동학대, 부모의 이혼 과정 같은 이유로 아이는 공부를 못하면서 마약 각성제를 먹는다. 그리고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성적이 뒤떨어지면 큰일 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학술용어까지 써가면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속으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2023년 가을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언어 희롱 전쟁 신경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마약 각성제

2023-10-0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