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필향만리] 未之能行 唯恐有聞 (미지능행 유공유문)

공자 제자 자로는 “배우고서도 아직 실천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가르침을 또 들을까 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더러 지나치게 과감하여 스승으로부터 지적을 당하곤 한 자로였으니 실천력도 남달리 강했던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의식주에 소용되는 물건도 그렇지만 지혜로운 삶에 필요한 ‘말씀’도 실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 말, 한 가지 진리라도 제대로 터득하여 ‘남의 말’로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 것’으로 소화하고 실천하는 삶이라야 알차고 행복하다. 좋은 말씀과 유익한 정보를 많이 듣겠다며 이곳저곳 허덕이듯이 돌아다니는 삶은 오히려 불행하다. 그래서 독일 시인 칼 부세(1782~1928)는 ‘산 너머 저쪽 하늘 멀리 행복이 있다기에 남의 말을 믿고서 행복을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되돌아왔네’라고 읊었다.   잡다한 ‘검색’으로 허겁지겁 때우며 사는 삶이 아니라, 진지하게 ‘사색’하며 착실하게 실천하는 삶이라야 아름답다. 사색도 실천도 없이 챗봇의 생성만 기다리는 삶은 삭막하고 무의미하다. ‘지식을 검색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르는 채 실천 없이 거푸 배우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한 자로의 시대가 부럽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유공유문 사색도 실천도 공자 제자 너머 저쪽

2023-12-10

[필향만리] 聞一以知十 (문일이지십)

 공자가 자공에게 “너와 안회 중 누가 더 낫느냐?”고 물었다. 자공은 “제가 어찌 안회를 넘볼 수 있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 저는 하나를 들으면 겨우 둘을 알 정도입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각각 작은 재주와 큰 재주를 일컫는 ‘문일지이(聞一知二)’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자공의 답을 들은 공자는 “암 그렇지. 나도 네가 안회만 못함을 인정한다”고 했다. 언뜻 듣기에 자공을 완전히 무시한 말로 들리지만 실은 큰 애정으로 격려한 말이다. 안회보다 14살 어린 자공도 공자로부터 “지나간 것을 말해주니 다가올 것까지 아는구나(告往知來, 학이편)”라는 칭찬을 들은 제자이다. 이런 자공이 스스로 안회만 못하다며 매우 겸손한 답을 하자, 공자는 대견하게 여기며 “그래, 내 눈에도 네가 아직 안회만 못한 것 같구나”라고 하면서 선배 모범생을 들어 후배 제자를 면려(勉勵)한 것이다.   공자가 만약 오늘날 한국의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자공의 부모로부터 ‘학생인격모독’이라며 고소당했을 것이다. 속 깊은 격려는 아예 헤아리지도 못한 채, 입에 붙은 칭찬만 원하는 학부모가 고작 하는 일이라곤 그런 고소뿐이다. 빈 칭찬에 헛춤을 추는 코끼리가 가엽다.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문일 자공의 부모 후배 제자 하자 공자

2023-11-29

[신복룡의 신 영웅전] 공자의 자식 교육

진항(陳亢)은 공자(孔子)의 제자였다. 그는 공자가 자식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혹시 아버님에게서 남다른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백어는 “그런 일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공자가 혼자 뜰에 있을 적에 백어가 허리를 굽히고 빨리 지나가니 “너는 시(詩)를 읽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어가 “배우지 못했다”고 아뢰자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날 또 공자가 뜰에 있을 적에 백어가 허리를 굽히고 그 앞을 지나가려니 “너는 예(禮)를 배웠느냐”고 물었다. 백어가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아뢰었더니 공자는 “사람이 예를 배우지 못하면 바로 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이 두 가지가 전부였다. 진항은 기뻐하며 말했다.   “세 가지를 알았다. 시에 관해 들었고, 예에 관해 들었고, 군자는 자기의 자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알았다.” 공자가 뜰을 거닐며 자식을 가르쳤다 해서 이 고사는 ‘정훈(庭訓)’이라 한다. (『논어』 계씨편)   군자는 자기 자식에게 성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빗나가는 이유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성화가 지나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려서 고향을 떠나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니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아버지는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잠결에 아버지가 내 몸을 쓰다듬으며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컸어.” 아버지는 그렇게 자식이 잘 때 사랑하셨다. 그것이 내가 느낀 부정(父情)의 전부다.   지금 한국사회는 학교 교육이 무너졌다. 가정도 무너졌고, 아버지가 실종됐다.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자식은 잠들었을 때 사랑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런 말이 없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 번도 못 들은 것이 가슴에 맺힌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복룡의 신 영웅전 공자 자식 자식 교육 백어가 아버지 백어가 허리

2023-11-26

학교 공부만큼 중요한 지혜 키우려면 가정에서 교감 나누고 책임감 키워야

‘교육’하면 유대인의 탈무드와 하브루타, 하버드 대학에서도 가르치는 공자, 지혜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성경 말씀 등 지식을 넘어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한국교육 혹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 학부모들은 학교 공부에 밀려서 지혜 교육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아이비리그 학생의 25%, 미국 억만장자의 40%,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은 단지 학습진도와 학교 성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전세계 어디에 살든지 ‘탈무드’ 교육으로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르치는 일과 토론으로 성경을 공부하는 ‘하브루타’식 교육을 하며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어떤 교육이 탁월한 지혜를 지닌 성공자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이 될까?   1. 정체성 교육   우리 한민족은 뛰어난 역사적 우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전세계로 흩어져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주목받고 있다. K pop, K drama, K food 등 한류 문화가 확장되면서 이제 우리의 뛰어난 민족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시점을 기점으로 우리의  명절과 같은 전통, 역사, 고난을 배움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꿈을 세울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 가정에서의 지혜교육   가정에서의 대화가 공부에 제한되기보다는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지혜를 나누는 대화가 필요하다. 저녁식사 시간 세상을 배우는 시간으로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가족 간에 교감을 나누고, 가정 내에서 어린 자녀들에게도 각자의 책임을 주고 성취하도록 하는 책임감 훈련도 이뤄질 수 있다. 유대인들은 일찍부터 재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하다. 시간의 중요성과 약속의 중요성도 어릴 적부터 그 가치와 방법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매일의 음식, 부모님 혹은 다른 아이들로부터 받은 것들에 대한 감사를 가정에서 배워야 한다. 감사가 없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우울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보면 그들은 부모로 받은 사랑과 지원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감사할 줄 모른다. 이 외에도 친절과 자선 또한 가정에서 배우므로 학교나 사회에서 환영받는 인성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3. 세상을 이해하고 내다보는 인재가 갖출 지혜   ‘EBS 부모특강 0.1%의 비밀지식’에서 김경일 교수는 지식에서 지혜로 옮겨져 발달해 가야 하는 당위성과 방법을 설명했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는 지금 지식을 쌓고 있을까 지혜를 얻고 있을까? 지식을 학습하는 속도는 이제 AI를 따라갈 수 없다.   이타적인 아이가 점점 더 지혜로워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최고의 교육학자,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우리 아이 교육법! 50%의 지식과 50%의 설득으로 부모의 마음을 움직이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업을 운영할 때, 혹은 인생을 살아갈 때 어렵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지식만 쌓아온 사람은 새로운 것을 대할 때 지식 관념 속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지식을 넘어선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미국 대학에서도 학문적 호기심, 창의적 사고력,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본 인재들을 뽑기 원한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지는 직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보다는 사람이 더 우수성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술발달로 인한 사회 및 산업 분야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계속적으로 생겨나는 이때 효율적인 혁신 방안이 필요한 것은 단지 지식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은 지식의 한계를 넘어 지혜를 가진 사람이 이타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문의:(323)938-0300   www.a1collegeprep.com 새라 박 원장 / A1칼리지프렙책임감 학교 지혜 교육 학교 공부 공자 지혜

2023-11-05

[漢字의 비밀] 왕좌(王座)와 다모클레스의 칼

 곧 새 대통령이 뽑힌다. 누가 그 자리에 앉을 것인가?   옛날, 왕은 절대지존 그 자체였다. 그래서 공자도 왕(王)자를 두고 천지인(天地人)을 뜻하는 삼(三)과 ‘꿰뚫다’는 뜻의 곤)으로 구성되어, ‘온 천하 만물을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존재’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갑골문을 보면 그렇지 않다. 모자나 도끼를 그렸다고 하지만, 둘 다 권위의 상징물이다. 이 단순한 상징물이 공자라는 성인에 의해 우주만물의 지배자로 멋지게 변신했던 것이다.   왕의 자리는 최고라 모두가 탐하지만 그만큼 항상 위태했다.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 상기된다. 기원전 4세기 초, 시칠리아 최고 통치자의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임금의 화려한 연회에 초대받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 너무나 아름다운 양탄자, 향기로운 향수, 지상 최고의 음식들, 금은보화로 가득한 방, 미남미녀의 시중을 받는 그 자리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렇게 부러우면 자네가 이 자리에 앉아보겠나?” “감사합니다.” “자, 여기에 앉게. 오늘 하루는 자네가 임금이네.” 감격에 겨워 왕좌에 앉아 왕 놀이를 하던 그가 우연히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아니, 날이 시퍼런 커다란 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실 한 가닥에 위태로이 매달려 머리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아뿔싸! 이것이 바로 임금의 자리였구나!”   한나라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왕(王)자를 “온 천하가 다 귀의하여 돌아오는 자리이다(天下所歸往也)”라고 풀이했다. 왕(王)과 독음이 같은 왕(往)을 가져와 공자의 해석을 교묘하게 발전시켰다.   사실, 공자가 이미 왕을 한없이 존귀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거기에는 아직 왕 자신도 “천지만물의 이치를 꿰뚫어야 하는 존재”라는 책무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왕은 왕의 자격이 없고, 세상의 이치에 통달한 존재라는 증명을 무한히 요구된다는 점에서 언제나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신의 이 한마디로 왕의 위태로운 외부는 제거되고, 외부 없는 세계가 확립됐다. 그의 한마디 해설로 왕의 유한성이나 취약성이 사라졌다.   허신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 등극할 ‘왕’의 권위를 강화하고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한 정교한 작업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해설로 바꿀 수 있는 본질은 없다.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위태한 자리가 왕좌(王座)임을 새겨야 한다. 하영삼 /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漢字의 비밀 왕좌 다모클레스 한나라 허신 사실 공자 천하 만물

2022-02-2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