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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격표에 폭리·사생활 침해 우려…크로거 등 7천 업체 설치 예정

대형 소매 체인들이  앞다투어 디지털 가격표 도입에 나서면서 동적가격정책(Dynamic Pricing) 부작용과 고객 데이터 무단 수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랄프를 소유한 크로거와 월마트는 디지털 가격표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기로 했다. 크로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서 만든 디지털 가격표를 우선 120개 매장에 설치한 후 이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월마트 또한 2700여 개 매장에서 디지털 가격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마존 프레시와 홀푸드마켓 등의 아마존 계열의 마켓들은 이미 모든 매장에서 디지털 가격표를 사용 중이다. 크로거와 월마트가 도입했거나 할 예정인 매장의 숫자를 모두 합치면 7000여 개가 넘는다. 디지털 가격표가 매장에서 일반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 가격표가 동적가격정책이나 고객 데이터 수집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과 밥 케이시 펜실베이니아 연방 상원의원은 업체들에 서한을 보내 디지털 가격표가 동적가격정책에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적가격정책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가격표로 쉽게 가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업체는 소비자 수요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그로서리 체인과 소매 업체들이 당일 수요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서 업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차별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고 손해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에 따라 과도한 가격 인상 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자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 측은 2021년에 진행된 UCLA 경영대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가격 정책은 업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체들이 인공지능(AI)를 사용한 고객 식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디지털 가격표에 카메라를 장착해서 인종, 성별, 나이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영업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로거의 디지털 가격표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카메라가 부착될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프레시에서는 고객이 손바닥을 스캔해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수집된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시다 탈리브 미시간 연방 하원의원 또한 마켓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사용이 고객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업체 측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크로거와 월마트는 디지털 가격표 도입이 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동적가격정책 또한 시행할 예정이 없다고 나란히 입장을 표명했다. 업체들은 디지털 가격표가 종이나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고 전자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가격표 인쇄에 드는 근로자들의 시간과 종이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로거 측은 고객 식별 프로그램을 2019년 시범 도입했다가 여러 문제로 인해서 폐지했으며 앞으로 다시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디지털 가격표 디지털 가격표 업체 설치 가격표 인쇄

2024-10-30

디지털화로 신차 윈도스티커 사라지나

신차의 주요 정보를 담고 있는 윈도스티커가 디지털에 밀려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버즈, 카스쿱스 등 자동차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윈도스티커가 인기를 얻으며 일부 딜러들이 도입, 교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1958년 마이크 먼로니 상원의원이 발의한 자동차정보공개법이 발효되면서 먼로니(Monroney Label)로 불리고 있는 윈도스티커에는 신차의 고유넘버(VIN)부터 제조사, 엔진 등 주요 사양, 옵션, 연비, 연료, 안전평가, 가격 등이 게재돼 있다.   일반적으로 윈도스티커는 신차의 측면 차창에 부착되고 있는데 지난 2018년 독일업체 DiCoSo가 개발한 디지털 먼로니 6만개를 유럽지역 240여개 딜러가 사용하면서 편의성, 효율성 등을 인정받고 있다.   DiCoSo는 미국시장 진출에 나서 최근 솔트레이크시티의 스바루 딜러와 계약을 맺고 첫해 1만~1만5000개의 디지털 먼로니를 공급하고 수년 내로 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디지털 먼로니의 장점으로는 딜러들이 실시간 재고 관리, GPS 위치 확인, 가격 조정, 업데이트 예약 등을 몇번의 터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말, 휴일에 상관없이 재고 및 트렌드 정보 등을 신속하게 공유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먼로니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딜러들이 재고와 수요에 따라 손쉽게 가격을 조정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며 데이터 집계 등 보통 수작업으로 며칠씩 걸리는 업무를 단 몇 시간 만에 완료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 공격, 해킹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먼로니와 같은 디지털 가격표는 이미 수십만개의 재고를 보유, 관리해야 하는 대형 체인매장인 월마트가 가주 일부 매장에 도입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23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LA타임스는 대형 소매업체들이 디지털 가격표 도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격 족쇄가 풀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상원의원들과 소비자옹호단체들은 디지털 가격표로 인해 수요,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적 가격 책정이란 폭염에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리거나 폭풍 예보에 따라 물과 통조림 가격을 신속하게 인상하는 것을 말한다. 항공사나 호텔 등도 예약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월마트와 크로거는 동적 가격 책정 구현 계획이 없으며 디지털 가격표는 종이 가격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데만 사용될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소매업계 전문매체 리테일와이어의 도미니크 미제란디노 대표는 “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잃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가격 폭리를 경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라면 빨리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윈도스티커 디지털화 디지털 가격표 먼로니 디지털 동적 가격 책정 Auto News 딜러 신차 로스앤젤레스 가주 미국 OC LA CA US NAKI KoreaDaily

2024-10-06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클루지(Kluge)

서울 방문시에 선물하려고 코스코에서 타이레놀을 가끔 산다. 그런데 코스코에서는 때때로 타이레놀을 할인 판매한다. 처음에 두 병정도 사려고 마음을 먹고 가서는 할인된 가격표를 본다. 가격표 아래에는 “Limit 5 per customer”라고 써 있다. 할인된 가격을 인당 다섯병까지만 적용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글씨를 보면 애초에 두 병을 사려고 마음먹었다가도 결국 다섯병을 사게 된다. 마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가격이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많이 사려고 하니까 인당 다섯병으로 할인판매 숫자를 제한해 놓았나 보구나. 이런 좋은 기회에 다섯병을 다 사야지.’ 결국은 두병만 샀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왠지 이익을 본듯한 묘한 착각에 뿌듯해한다.   이런 생각을 했다면 코스코의 마케팅 전문가가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할인 가격표에 “ Limit 2”라고 적어 놓았을 때보다 “Limit 12”라고 적어 놓았을 때, 소비자가 한번 구매할 때 물품을 구매하는 수량이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고 “Limit 100”처럼 너무 많은 숫자를 적어 놓으면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 숫자까지는 그렇단다. 코스코의 마케팅 담당자는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에 의해서 매출이 최대가 되는 가장 적절한 “Limit”을 찾아낸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놓은 여러가지 기법들이 있다. 우리들은 큰 고민 없이 그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뉴욕대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는 그의 저서 클루지에서 인간이 이렇게 쉽게 덫에 걸리는 것은 그렇게 행동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늘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왔다. 언제 식량을 구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간은 기회가 되는대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절약하게끔 진화되었다. 인간은 몸에 저장이 쉬운 지방과 당분을 좋아하게끔 진화되었다. 이렇게 진화된 인간이 음식이 남아도는 현재까지도 비축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요즘 비만이 그토록 많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인간은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된 동시에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진화되었단다. 그런데 인간의 몸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두뇌다. 두뇌가 쓰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인간은 평소에 하는 많은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하도록 진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트 진열장에 한 개씩 놓인 통조림보다 6개씩 묶음으로 파는 통조림이 더 쌀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묶음을 집어 드는 것이다. 사실 따져보면 어떤 때는 낱개로 파는 통조림의 단가가 묶음보다 쌀 때도 있는데 말이다.   클루지는 원래 엔지니어들이 쓰는 말이라고 한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답은 아니지만 대충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임기응변식 대처법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매일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은 진화한대로, 대충 보고 빠른 판단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클루지한 판단이 늘 옳은 판단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마커스 교수의 생각이다.     생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반사체계와 숙고체계다. 반사체계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클루지한 판단이다. 숙고체계는 심사숙고 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타이레놀을 인당 5개까지만 할인해준다는 문구를 보고 5개를 사는 것이 반사체계에 따른 클루지한 판단이다. 반면에 나에게 타이레놀은 두개만 필요하니까 두개만 사는 행위가 숙고체계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인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클루지 하지 않게 심사숙고 해서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해야만 한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클루지 저서 클루지 할인판매 숫자 할인 가격표

2024-07-11

경제단체협, “언어장벽·규제 완화 필요”

뉴욕 한인 경제단체들이 언어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정부 측은 담당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대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는 4일 플러싱 뉴욕한인네일협회 사무실에서 뉴욕시 소기업서비스국(SBS)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경제단체 회장들은 ▶자격시험 한국어 지원 ▶쓰레기 배출 규제 완화 ▶가격표 규제 완화 등의 안건을 내놨다.   각 협회의 공통된 고민은 ‘언어장벽’이었다. 세탁, 뷰티서플라이 등 한인 1세가 대부분인 사업에선 영어로 된 시험을 보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언어장벽에 막혀 심각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세탁협회의 한 회원은 연 1회 진행하는 보일러 검사 미비로 6000달러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매년 점검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라 6년간 ‘미점검’으로 기록된 것이다.   특히 시정부는 2022년부터 1회에 한해 미점검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데, 사업주는 이조차도 알지 못했다.   김순규 세탁협회장은 “언어장벽 탓에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둔 문제가 과한 벌금으로 돌아오는 문제가 생긴다”며 “티켓에도 코드만 있고 설명이 없으니 직접 문의해야 하는데 1세대들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빈 김 SBS국장은 “한국어 자격시험은 조례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SBS국 차원에서 개선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한인 1세대가 대부분인 업계 특성을 고려해 소방국(FDNY) 등에 계속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BS국에선 한국어 응대가 가능하니 언어장벽으로 사업체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 경우 꼭 도움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시행된 상업용 쓰레기통 배출 규제와 가격 표시 규제 등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다. 김 국장은 해당 건의를 모아 유관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뉴욕한인경제단체협의회와 SBS국은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간담회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분기별 개최를 기준으로 하되, 그간 한인 업계에 고충이 많이 쌓인 점을 고려해 오는 4월 2일 맨해튼 SBS에서 확대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조동현 협의회 의장은 “각 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신청자를 받고, FDNY 등 유관 부서 책임자를 초청하기로 했다”며 “관심 있는 협회는 연락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하은 기자 lee.haeun@koreadailyny.com언어장벽 완화 플러싱 뉴욕한인네일협회 김순규 세탁협회장 가격표 규제

2024-03-04

[이 아침에] 자연의 가격표

오래전 하와이에 살 때 참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여행으로, 일 때문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등 하와이를 찾는 목적은 저마다 달랐지만,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소중한 추억을 남기겠다는 기대감은 모두 같았다.     푸른 바다에 야자수가 늘어선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설레는 풍경이다. 하와이는 바다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산도 운치가 있다.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리는 소낙비가 만든 울창한 숲속에는 각종 아열대 식물들이 자라면서 푸르름을 뽐낸다.     한 번은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깊은 산 속에 있는 수목원으로 안내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조경 사업을 한다고 했다. 수목원에 들어서면서 다른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깨끗한 공기를 큰 숨으로 들이쉬며 감탄하고 있을 때, 그 조경 사업가는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나무마다 값을 매기기 시작했다. ‘저 나무는 한국에 가면 150만원은 받을 수 있겠는데요.’ ‘저 나무는 모양이 특이하기에 300만원은 나갑니다.’ ‘야! 이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정말 귀한 나무인데, 천만 원은 줘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는 10만원, 20만원 하는 관목에서부터 몇천만 원짜리 아름드리나무까지 신이 나서 값을 매겼다. 그렇게 수목원을 둘러보고 나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전까지는 입장료도 내지 않고 들락거리던 수목원에서 보던 평범한 나무들이 갑자기 값비싼 보물들로 둔갑해 있었다. 한눈에 들어온 나무의 값을 대충 따져도 수억 원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몇백억 원을 들여야 채울 수 있는 산 하나가 큼지막한 작품이 되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 뒤에 서 있는 높은 산은 또 얼마짜리인가? 그 뒤로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산까지 치면 도무지 계산이 되지 않았다.     하와이의 수목원에서 조경 사업가를 만난 뒤로 나에게도 나무에 값을 매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그 버릇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은 값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값을 매긴다고 해도 머릿속으로 계산할 수 있는 액수를 금세 넘어서기 때문이었다.     값을 매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그렇게 귀한 것이 우리에게 거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무하나,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에서 돌 하나까지 도무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것들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공기며, 물이며, 바람이며, 햇빛이며,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것들이 모두 공짜로 주어졌다.     겨우내 내린 잦은 비로 남가주의 산은 짙은 초록으로 물들었고, 알록달록한 들꽃이 들판을 덮었다. ‘저거 한 움큼이면 십 달러어치는 되겠지.’ 자연의 값을 매기려는 못된 버릇이 또 나왔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몇백만 움큼으로도 다 잡을 수 없는 들꽃에 값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아침에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의 값을 한 번 매겨보자. 높고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의 값, 때때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값,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돌 하나, 풀 한 포기의 값을 매겨 보자. 우리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살 수조차 없는 ‘자연의 가격표’에는 ‘공짜’라고 적혀 있다. 그 자연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며 살자. 이창민 목사 / 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가격표 자연 조경 사업가 원짜리 아름드리나무 오래전 하와이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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