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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중간선거 기획①] "선거? 별로 관심없어요."

  한인 투표율, 대선 있는 해에만 반짝 증가 한인사회 관심 끌 이슈 부족, 언어 장벽도   차세대 한인 유권자 참여 유도 노력 성과   #. 뉴욕에 거주한 지 20년이 된 한 한인 남성 시민권자는 투표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민권을 취득한 직후 몇 년간은 투표에 관심을 갖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이 남성은 "한인들이 어떤 요구를 하려면 정치인들을 투표로 탈락시킬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다고 정치인들이 우리를 얼마나 신경 써줄까'라는 생각이 더 켜졌고, 과연 우리가 한 방향으로 뭉쳐서 힘을 보여준다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또다른 한인 시민권자는 미국 선거보다는 한국 선거에 관심이 더 많다. 미국 선거가 있을 때마다 투표하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투표할 뿐, 딱히 큰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올해 대선 판도를 바라보면서 한국 대선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는 "내가 살게 될 나라도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지만 한국 대선이 훨씬 와 닿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아무래도 이런 배경엔 언어적인 한계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중간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한인들의 관심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적지근하다. 뉴욕 일원에 거주하는 한인 약 14만명은 매년 비슷한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해 왔다. 작년엔 유권자 등록 수가 소폭 늘기도 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인들의 선거 참가는 압도적으로 늘어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할까.   ◆한인 투표율 13.3%…대선 때만 반짝 증가=시민참여센터(KACE)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뉴욕주의 전체한인추정인구는 12만1947명, 18세 이상 시민권자는 7만8888명이었다. 이중 유권자로 등록한 이는 4만2136명에 그쳤다. 시민권자 중 절반을 겨우 넘기는(53.4%) 수준만 유권자로 등록한 셈이다. 등록한 이들 중 투표율은 13.3%밖에 되지 않았다.     2020년 뉴욕주 전체 한인 유권자는 6만702명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대선효과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찬 KACE 대표는 "대선 때문에 4년마다 유권자가 반짝 늘어날 뿐, 늘 반복되는 패턴"이라며 "올해는 다시 유권자 등록은 물론이고 투표율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저지주 한인들의 투표율은 뉴욕주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역시 저조하다. 2019년 기준 뉴저지주 전체 한인 유권자 등록수는 3만5011명이었다. 18세 이상 시민권자(6만204명) 중 유권자 등록 비율은 58.2%로 뉴욕주보다 높았고, 투표율도 16.9%로 뉴욕주보다는 높은 편이었다.     ◆이슈 부족, 관심 갖기엔 언어적 장벽도=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가장 큰 차이는 투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어렵게 시민권까지 받은 한인들이 왜 투표를 하진 않는 걸까. 한인들은 '마이너 인종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이슈가 정치권에 없다는 점'을 최대 문제로 들었다. 팍팍한 삶 속에서 날마다 살아내기도 바쁜데, 본인들의 생활과 딱 맞아떨어지는 이슈를 정치인들이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인 후보가 나오면 특히 투표율이 높아지고 집중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인후보가 없기 때문에 노인분들은 특히 관심이 없고, 한인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내용도 별로 없다"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만나면 '올해는 선거가 없죠?'라고 되묻는 경우도 다수"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관심사로 내세우는 이슈들이 한인들의 생활과 밀접하지 않다는 것이 투표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뉴저지주의 한인 투표율이 뉴욕주보다는 높은 이유도 한인들이 몰려있는 지역들이 많아 '이슈'가 많다는 점 덕분이다.   이상호 스태튼아일랜드 한인회장 역시 '한인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한인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들었다. 이 회장은 "언어적 장벽도 있어 이해력도 떨어진 상태인데,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배경을 갖고 어떻게 자라왔는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정치인을 뽑았을 때 본인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알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 더 관심을 가질까. 이런 행태에는 스마트폰 보급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름을 부었다. 이미 언어적 문제 때문에 한국 정치를 더 흥미롭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 채널과 카카오톡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한국 정치 관련 글이 이민 1세대 사이에서도 빠르게 돌고 있다.       ◆"타민족 커뮤니티보다는 나아…정치 관심 점점 커질 것"=이처럼 한인들의 투표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타 소수계 커뮤니티에 비해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갖게 된 지 3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발전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MOKAH) 관장은 LA 폭동을 겪은 때가 한인들이 정치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폭동 당시 아무도 도와주거나 나서는 이들이 없다는 것을 보고, 그전까진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자녀 교육 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한인들이 처음으로 '돈만 잘 버는 것이 대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LA 폭동 이후 스스로 인권을 지키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한인들이 느끼기 시작했다"며 "한인 이민역사는 120년이지만 '투표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한 지가 30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정치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역사가 짧아 아직 투표율이 낮은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아시안 중엔 한인 투표율이 그나마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원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홍보해 온 결과다. 뉴욕주의 중국인 인구는 한인의 4.5배 수준이지만, 유권자 등록은 2배 정도만 높다. 한인 연방하원의원이 4명이나 배출됐고, 한인사회에서도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어 풀뿌리 정치 운동은 복리처럼 불어날 것으로 희망을 갖는 이들이 많다.   김 대표는 이민 1세대에겐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KACE 조사 결과 한인 투표율은 오히려 70대 이상에서 19.7% 수준으로 높고, 20대(6.4%), 30대(9.2%) 등에서는 저조한 수준이다. 김 대표는 "이민 2세대 이상을 대상으로 독려해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시립대(CUNY) 저널리즘스쿨 커뮤니티미디어센터(CCM)는 2022 뉴욕주 중간선거 보도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뉴욕중앙일보를 포함, 커뮤니티 미디어 30개를 선정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인도·네팔·라틴계·캐리비안 등 이민자 커뮤니티 미디어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중간선거에 대해 보도합니다. 뉴욕중앙일보는 ▶한인들의 선거 관심도 ▶한인들의 정치적 성향 ▶뉴욕주 선거구 재조정안 영향 ▶아시안 대상 범죄를 다루는 정치인들에 대한 한인들의 시각 등에 대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뉴욕 뉴저지 뉴욕주 중간선거 뉴욕중간선거 KACE 투표 선거 투표율 뉴욕한인회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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