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건달과 양아치의 나라

손헌수
고국에서 말 한마디로 검찰총장이 된 사람이 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을 하면 깡패지 검사입니까?’ 그는 이 말 한마디로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까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권력의 충실한 칼잡이 노릇을 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자신과 경쟁했던 상대를 무차별 기소하는 후배 검사들을 지켜본다. 급기야 지난 연말 ‘계엄령’이라는 잊혀진 지 오래된 제도를 전국민에게 몸소 알려주고, 솔선수범 재판을 받고 계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감옥에 앉아있어야만 지지율이 두배로 뛰는 그야말로 ‘하는 일 없이 어슬렁거리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간다르바가 아닌가? 금강굴의 간다르바와 다른 점은 술을 즐긴다는 점뿐이다.
건달의 시대가 끝난다고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양아치’다. 양아치는 일본어 ‘양키’에서 온 표현이란다. 일본에서 양키는 ‘불량배, 깡패’를 뜻하는 말인데, 우리말에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치’가 뒤에 붙고 중간 말이 순화되어 양아치가 되었다. 조폭도 아니고 동네깡패 정도의 수준 낮은 불량배를 ‘양아치’라고 부른다. 여배우와의 스캔들 때문에 병원에 가서 ‘소중이’ 검사를 받고, 형수에게 일찌기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창조적인 쌍욕을 하고, 자신이 한 말을 다음 날 곧바로 부정해 버리는 그는 건달축에도 못끼는 ‘양아치’나 잡범으로 보인다. 이 양아치는 건달이 떠나면 가장 유력한 고국의 다음번 대통령후보다. 그 역시 부정부패와 거짓말 때문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둘은 재판을 받고 있는다는 사실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두사람 모두 고국에서 제일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사법고시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완전히 폐지되었다. 북한의 김정일이 한때 남한의 ‘사법고시’ 제도를 가장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가 부러워할만큼 사법고시는 오랫동안 훌륭한 인재와 지도자를 배출한 관문이었다. 하지만 합격만 하면 인생을 단번에 역전하는 ‘한탕주의’의 수단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국의 전임대통령 한분도 정규교육은 고등학교로 마쳤으나, 자신이 지은 토담집과 절에서 혼자 사법고시 준비에 성공해서 청와대까지 가지 않았던가?
한국 정치에서 저들은 단순한 얼굴마담일 수 있다. 진짜 권력자들은 오랜 세월 고국의 정치•경제적 구조를 장악해 온 재벌, 거대언론, 그리고 지방의 토호 세력과 같은 기득권층이다. 이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신들의 부와 권력만 유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과격한 얼굴마담들이 가끔 등장해 주인행세를 하며 돌발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다보니, 단순히 얼굴마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아예 대통령제 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건달과 양아치’의 시대에 신물이 난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일본처럼 아예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영구화하려는 ‘내각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요즘 고국 정치판의 현실로 보인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