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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빈 터

자작나무들 사이로 짐승들 길목으로
 
눈발처럼 하루가 내리고
 
실종된 지 오래된 자국 찾은 걸까
 
목질 속에 스며든 소리들 몰려나오고
 
구름들 능선 위에 빛살로 다가온다
 
백 년 세월을 끌고 개썰매가 달려간 언덕
 
열서너 마리 푸른 눈빛이 살아있는 천지간
 
여기던가 나무들이 아직도 자라고 있을
 
눈이 내리는 전생의 빈터
 
정착지를 찾아 나선 눈발처럼
 
먼동이 보이는 쪽에서 행선지를 돌린다

권정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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