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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지역 최악 산불 사태] 새벽 5시 대피령…한인들도 불안·초조 뜬눈

알타데나 이튼 산불 확산
인근 라카냐다 등도 위협
LA 하늘 온통 잿빛 연기로
곳곳서 정전사태로 불편도

산불로 전소한 이튼 캐년의 한 주택. 김상진 기자

산불로 전소한 이튼 캐년의 한 주택. 김상진 기자

산불이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한 도로에 불 탄 차들이 즐비하다. [로이터]

산불이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한 도로에 불 탄 차들이 즐비하다. [로이터]

8일 알타데나 지역 이튼 산불로 인근 아케디아 소재 H마트에는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마켓 측은 즉시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해 영업을 지속했다. 김상진 기자

8일 알타데나 지역 이튼 산불로 인근 아케디아 소재 H마트에는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마켓 측은 즉시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해 영업을 지속했다. 김상진 기자

지난 8일 LA 인근 3곳에서 대형 산불이 확산하면서 하늘은 온통 잿빛 연기로 뒤덮였다. 흩날리는 재로 인해 달리는 자동차 유리도 뿌옇게 변했다.  
 
특히 알타데나 지역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은 한인 거주자가 많은 라카냐다, 라크레센타, 글렌데일 지역까지 위협하면서 이들 지역에는 이날 새벽 5시부터 대피령 안내 메시지가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샌마리노에 사는 김은지(39) 씨는 “밤 새 강풍으로 인해 정전이 됐고 새벽쯤 대피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쪽 지역은 초토화된 분위기며,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목격한 이튼 산불의 피해는 엄청났다. 이 지역의 대형 요양원 투팜스너싱센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했다. 요양원 앞 길거리에는 파손된 휠체어와 병원용 침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서 불길이 보였고 짙은 연기가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이튼 캐년은 한인들에게도 유명 하이킹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산불로 전면 통제됐다. 이튼 캐년을 알리는 간판도 새까맣게 불에 타 녹아 있었다. 그 옆으로 불에 타서 뼈대만 남은 차량에서는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타데나 남쪽 지역에 사는 최대용(48) 씨는 “7일 밤부터 상황이 안 좋아져서 가족 3명과 함께 LA 한인타운으로 잠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이날 취재 과정에서 이튼 캐년 인근 한 주택가의 활활 타오르는 집 주변으로 두 차례나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상황은 위험했다. 지역 주민들도 저마다 마스크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둘러 집을 떠날 채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LA카운티 정부는 산불 피해지역 주민을 위해 곳곳에 대피소를 운영 중이다. 패서디나 컨벤션센터, 엘카미노리얼차터 고등학교, 웨스트우드 레크리에이션센터, 피어스칼리지 및 LA 승마센터, 아고라 애니멀센터 등에 대피소가 마련됐다. 당국은 211번 전화로 산불 피해자들에게 숙소 정보 등도 제공하고 있다.
 
 대피령이 내려진 3곳의 산불 지역 인근 주요 도로도 통제되고 있다. 이튼 산불이 난 알타데나 지역은 라카냐다에서 엔젤리스 국유림을 관통하는 2번 하이웨이 양방향을 전면 차단했다.  
 
팰리세이즈 산불이 난 말리부 지역은 크로스 크릭 로드 기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CH) 남쪽 방면, 맥클루어 터널 기준 PCH 북쪽 방면, 링컨 블러바드 기준 10번 프리웨이 서쪽 방면, PCH-무홀랜드 연결 토팽가 캐년 블러바드 구간의 운행이 금지됐다.  
 
허스트 산불이 난 실마 지역은 록스포드 스트리트 기준 210번 서쪽 방면, 5번 프리웨이와 만나는 210번 동쪽 방면, 5번 프리웨이와 14번 하이웨이 분기점 구간도 부분 통제돼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이튼 산불이 발생한 알타데나 지역과 인접한 아케디아 H마트는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산불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면서 H마트 인근 교차로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었다.  
 
마트에는 고객들로 북적였고 마트 측은 신속히 자가 발전기를 사용해 기본적인 전력만 사용했다.  
 
마트 내 푸드코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손모 씨는 “오늘 받은 식품을 보관할 냉장고에 보관할 수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며 “마트에서 아침 일찍 정전 안내를 해줘서 그나마 빨리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산대에서는 일부 한인들이 휴대폰 불빛을 이용해 영수증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베이커스필드에서 온 한 한인 노부부는 “손주를 보러 이곳에 여행을 왔는데, 산불 연기 때문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산불이 퍼져 도로가 더 통제될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팰리세이즈 산불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LA 수도전력국(LADWP)과 남가주 에디슨사(SCE) 등이 산불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별로 강제 단전 조처인 공공 안전 차단 프로그램(PSPS)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전 지역 및 피해 상황 등은 LADWP 웹사이트(www.LADWP.com/outages/power-outage-map)와 SCE 웹사이트(www.sce.com/outage-center/check-outage-status)를 통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산불 피해가 심해지자 한인들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현장 사진과 도로 상황을 공유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이날 오전 LA 한인타운의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인 모습을 본 김단비(32) 씨는 “집 창문을 닫아도 틈으로 먼지가 엄청 많이 들어왔다”고 우려했다.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크리스 김(44) 씨는 “일단 LA 한인타운의 사무실로 대피했고 상황이 심해지면 머물 곳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남가주대기관리국(SCAQMD)은 산불 연기로 대기질(AQI)이 안 좋다며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8일 정오 기준 말리부와 샌타모니카 해안가 AQI 수치(좋음 기준은 40)는 위험 수준인 194를 기록했다. 샌게이브리얼 지역도 위험 수준인 153, LA 도심 전역은 위험 단계인 138로 나타났다.  
 
한편, 국립기상대(NW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월 6일까지 남가주 지역 강우량은 예년보다 턱없이 낮다. 이번 산불은 샌타애나 강풍, 예년과 달리 ‘마른 우기’, 낮은 습도 등과 맞물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재·김경준·정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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