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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제주항공 참사'가 맞다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여객기가 불에 타고 산산조각이 났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언론은 처음 ‘무안공항 참사’라고도, ‘제주항공 참사’라고도 했다. 지금은 주로 ‘제주항공 참사’라고 부른다. 모두 ‘참사’라고는 했지만 지역명과 기업명을 두고는 정리가 덜 됐었다.
 
언론이 ‘사고’라고 하지 않은 건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에는 ‘우연’이란 의미가 깔려 있다. ‘참사’라고 불러야 사건의 책임 주체도 드러낼 수 있는 일이 된다. ‘참사’는 말 그대로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어서 사실을 더 적극 반영한 말이기도 했다.
 
‘무안공항 참사’라는 표현에는 지역명이 들어간다. 그 지역에 부정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지역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 대신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책임은 감춰진다. 2007년 12월 7일 일어난 삼성중공업의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불렸다. 기업의 책임은 희석됐고, 지역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졌다. 그래서 언론은 대부분 ‘제주항공 참사’라고 한다.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사람들을 가리킬 때는 ‘사망자’가 아니라 ‘희생자’라고 한다. 사망자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다. 희생자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본 사람’이다. 그들에게 희생자라고 하는 건 사전적 의미를 떠나 그들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은 사회적이고 구조적이다.
 
어떤 일에 대해 명칭을 붙이는 건 중요하다. 정확한 표현이어야 사실이 뒤틀리지 않는다. 올바른 명칭은 진실로 가는 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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